“석유화학산업 민간자율 구조개편, 실행력↓”

프린트

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석유화학산업 민간자율 구조개편, 실행력↓” R&D·자발적 사업재편에 지역경제 충격 최소화까지 대처 시급

기사입력2025-10-29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정부가 석유화학산업의 구조개편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실제 구조개편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석유화학산업의 수출액은 2024년 반도체, 자동차, 일반기계, 석유제품에 이어 5위로, 총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에 달한다.

2025년 상반기 중 주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핵심시설 가동률이 하락해, 정유 공정에서 나프타를 추출해 분해하는 NCC 가동률이 60~70% 수준을 기록 중이다. 여수산업단지 내 석유화학업종의 가동률은 2021년 5월 94.2%에서 빠른 속도로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가동률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전체 생산능력을 최소 18%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정부는 지난 8월 석유화학산업 구조개편 3대 방향 및 정부지원 3대 원칙 등을 포함한 석유화학산업 재도약 추진방향을 발표한 바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가 최근 펴낸 ‘석유화학산업 위기 원인 진단과 시사점’ 보고서는, 석유화학 기업의 구조개편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신용평가사들의 진단을 소개했다. 정부도 의지를 보이는 상황에서 조만간 구조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본다고 짚었다.

다만, “기업 간 이해관계가 달라 실제 구조개편 효과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덧붙였다. NCC 설비를 감축해야 하지만, 어느 업체가 얼마만큼의 물량을 담당할지 불확실하다는 이유에서다. 또, 최근 HD현대케미칼과 롯데케미칼, GS칼텍스와 LG화학 등을 둘러싸고 산업단지 내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지만, 이 또한 불확실성도 여전히 큰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민간자율 의존 석유화학 구조개편, 실행력 부족

2025년 상반기 중 주요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의 핵심 시설 가동률이 60~70% 수준으로 하락했다. 전체 생산능력을 최소 18% 감축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이같은 상황은 최근 새롭게 펼쳐진 것도 아니다. 보고서는 “과거에도 정부는 석유화학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을 여러 차례 제시한 바 있으나, 민간의 자율에 많이 의존한 방식으로 실행력이 부족했다는 평가”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과거에도 중국발 공급 과잉으로 인한 위기를 인식했지만, “실제 설비감축 및 사업 재편은 기업들의 ‘자율’에 맡겨져 매우 더디게 진행”됐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2016년에도 경쟁력 강화방안을 발표했지만, 기업들은 경기의 순환을 기대하며 자구책 실행을 미뤘고, 결국 2022년 이후 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직면하게 됐다. 앞서 일본이나 유럽이 범용제품 중심의 설비를 감축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정부는 국내 석유화학산업을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전환하고자 했으나, 국내 산업은 범용제품 중심의 NCC에 크게 의존하는 구조가 지속돼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부족했다.

고부가가치 및 친환경 제품으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핵심기술 확보가 필수적이지만, 관련 R&D 계획이나 기술개발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 또한 부족했다는 평가다. 특수화학 소재의 국산화 및 기술개발을 위한 실증 사업과 인프라 구축을 지원 등 산업의 질적 전환 가속화가 필요하나 구체적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산업계에서는 탄소중립, 친환경 원료 등 청정 에너지원으로의 전환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해 위험성이 큰데, 필요한 재원 확보 및 지원책이 불충분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보고서는 시장과 정부가 역할을 바꿔가며 오랜 기간 구조조정을 시행한 일본 석유화학산업은 범용제품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으로 성공적으로 전환했다는 평가가 있지만, 지속가능한 전략이 부재해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 중동 석유화학산업의 부상 등 새로운 위협에 직면해 있다고 사례를 들었다.

결국 석유화학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실행력을 갖고 고부가가치 제품 및 친환경 사업으로의 핵심사업 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보고서는 연구개발과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을 통한 고부가가치 제품 전환을 위해서는 비효율적인 범용제품 설비의 감축, 매각 또는 통합 등을 통해 자원을 확보해 연구개발(R&D)에 투자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 탄소 다배출 업종의 특성을 극복하기 위해 CCUS(이산화탄소 포집·저장·활용), 친환경 제품 개발, 탈탄소 신기술 개발, 청정 원료 전환을 통한 녹색전환에 집중이 요구되므로, 정부는 다양한 유인책을 통해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 재편을 촉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된 여수 외에도 구조개편 추진 상황에 따라 석유화학산업 밀집 지역 추가 지정을 검토해 협력업체 및 지역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