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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자금’을 부동산 등 비생산에서 생산부문으로 한국은행 “신용 흐름만 바꿔도 장기 성장률 개선”

기사입력2025-12-18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한국 경제의 신용구조가 가계와 부동산에 과도하게 집중돼 있어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이를 기업 등 생산부문으로 옮길 경우 장기 성장률을 유의미하게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한국은행 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생산 부문으로의 자금 흐름 전환과 성장 활력’ 보고서는 민간신용의 규모가 동일하더라도 신용이 배분되는 방향에 따라 성장효과가 크게 달라지며, 특히 기업 중심의 생산 부문에 더 많은 신용이 공급될수록 장기 성장률이 뚜렷하게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가계·부동산 중심의 신용구조가 성장 제약 요인

보고서는 한국의 신용 배분 구조가 선진국보다 비생산적이라는 점을 먼저 지적했다. 한국의 가계신용은 GDP 대비 90.1%로 미국 69.2%, 일본 65.1%보다 높다. 민간신용의 절반 가까이가 부동산 대출에 몰려 있어 2023년 기준 1932조5000억원 규모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상황이다. 반면 기업신용 비중은 계속 줄어들면서 투자와 생산 활동을 뒷받침할 자금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이러한 편중 현상이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떨어뜨리고 총요소생산성을 약화시켜, 결국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초 5%대에서 최근 2% 안팎으로 하락했다.

한국은행이 43개국 자료를 활용해 신용 구성과 성장률 간 관계를 분석한 결과, 민간신용 총량이 같더라도 기업신용 비중이 10%p 증가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약 0.44%p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가계신용 비중이 높아지면 장기 성장률은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기업신용이 일정 수준 이상 과도하게 확대될 경우 투자 효율이 낮은 부문으로 자금이 쏠리거나 한계기업의 연명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지나친 신용 확대는 오히려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생산부문 신용 확대되면 투자와 생산성 동반 상승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한국은행은 한국의 현실에 맞춰 시뮬레이션을 수행한 결과도 제시했다. 민간신용 총량은 유지한 채 가계신용을 GDP 대비 10%p 줄이고 기업신용을 같은 규모로 늘린다고 가정할 경우, 장기 성장률이 약 0.2%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현재 1.9% 수준인 성장률이 2.1%까지 높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신용 재배분이 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과정도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기업신용이 늘어나면 기업의 투자 여력이 확대되면서 설비투자와 신규사업 진출이 활발해진다. 기업신용 비중이 GDP 대비 1%p 증가할 때 투자율은 약 0.086~0.095%p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증가는 궁극적으로 노동생산성 개선으로 이어지는데, 투자율이 1%p 높아지면 향후 5년간 노동생산성 증가율이 0.046~0.077%p 개선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기업의 자본 장비율이 높아지고 생산 효율이 개선되면서 장기 성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또한 기업신용이 성장에 미치는 효과는 신용이 어떤 산업에 배분되는지에 따라 크게 달라졌다. 한국은행은 기업신용을 산업별로 나눠 분석한 결과, 부동산과 건설업으로 향하는 신용은 성장률과 총요소생산성 개선에 거의 기여하지 않았으며, 경우에 따라 성장과 음의 상관관계를 보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반면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생산성이 높은 산업으로 신용이 배분될 경우 성장 효과와 생산성 향상 효과가 모두 크게 나타났다.

국내 산업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추가 분석에서도 중소기업이나 외부자금 의존도가 큰 산업처럼 자금조달 제약이 심한 기업일수록 신용 공급의 효과가 강하게 나타났다. 신생기업은 자본생산성이 높고 성장잠재력이 크지만 담보 중심의 대출 관행 때문에 자금 확보가 어려운 경우가 많아, 기존 금융시스템으로는 적절한 성장이 제한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비생산→생산…신용 흐름 전환위해 제도 개선 필요

보고서는 비생산 부문으로 집중된 신용 흐름을 생산 부문으로 전환하기 위한 정책 유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하고, 특정 부문에 대한 ‘부문별 경기대응완충자본(SCCyB)’을 도입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또한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낮춰주는 유럽의 ‘SME supporting factor’를 참고해 기업대출 유인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신생기업과 혁신기업이 담보 부족으로 금융 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력·사업성·경영역량 등을 평가할 수 있는 중소기업 전용 신용평가 인프라 구축도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더불어 부채 기반 신용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벤처캐피탈·자본시장 등 자본 조달 경로를 확대해 고성장 기업이 더 많은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