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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세무회계 K-IFRS…영업이익 기준 바꾼 새 회계기준 도입 2027년 회계연도부터 적용…당분간 기존 방식도 함께 공시

기사입력2025-12-19 13:07

금융위원회는 국제회계기준(IFRS 18)을 반영한 새 기준서 K-IFRS 제1118호 ‘재무제표의 표시와 공시’ 제정을 확정·공포했다. 이번 기준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 적용되며, 2026년 1월 1일 이후 시작되는 회계연도부터는 기업이 원하면 앞당겨 적용할 수 있다.

◇영업이익 개념 달라진다=이번 개편의 핵심은 손익계산서에서 이익을 ‘영업·투자·재무·법인세·중단영업’ 등 범주별로 나누고, 각각에 대해 중간합계를 보여주도록 한 점이다. 예를 들어, 한 제조업체가 제품을 팔아 벌어들인 매출과 비용은 ‘영업범주’에, 보유 중인 상장주식을 사고팔며 생긴 손익은 ‘투자범주’에, 회사채 이자비용과 같은 자금조달 관련 비용은 ‘재무범주’에 묶어 보여주는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영업이익 개념도 바뀐다. 지금까지는 주된 영업활동에서 나온 손익만 모아 계산한 것이 영업이익이었다면, 앞으로는 전체 손익에서 투자·재무 범주를 뺀 나머지를 모두 포함하는 ‘잔여(Residual) 개념’의 영업손익이 된다. 쉽게 말해, 과거에는 ‘본업에서 벌어들인 이익’에 가깝게 좁게 보던 것을, 앞으로는 본업 관련 대부분의 손익을 넓게 묶어 ‘영업손익’으로 보게 되는 구조다.

◇왜 바꾸나…나라별 제각각=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B)는 올해 4월 기존 기준인 IAS 1을 대체하는 IFRS 18을 확정하면서, 손익계산서 구조를 통일해 투자자들이 국가·기업 간 실적을 더 쉽게 비교할 수 있게 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그동안은 ‘영업이익’이라는 단어를 써도 나라·회사마다 포함되는 항목이 달라, 같은 숫자라도 의미를 단번에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A국 기업은 지분법 손익(관계기업 이익)을 영업이익에 포함시키고, B국 기업은 이를 제외하는 식으로 제각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는 두 회사의 영업이익률을 단순 비교하면 누가 더 잘했는지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 IFRS 18은 이처럼 뒤섞여 있던 손익을 ‘영업·투자·재무’로 구분하고, 각 범주별로 중간합계를 내도록 해 비교 기준을 맞추려는 시도다.

다만 한국은 2012년부터 상장사에 ‘영업이익 필수 표기’를 강제해 왔고, 애널리스트 보고서·IR 자료 등도 영업이익 중심으로 작성돼 온 만큼, 갑자기 개념을 바꾸면 시장에서 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회계기준원이 참여기관들(투자자·기업·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의견을 들은 결과, 투자자 측 95%, 감사인 측 67%가 우리 실정에 맞게 수정해 도입해야 한다고 답했고, 기업 작성자 측에서도 40% 넘게 같은 의견을 냈다.

◇한국식 해법, 주석으로 병기=정부와 유관기관 TF는 ‘IFRS를 전체적으로는 따르되, 한국 시장이 쓰던 영업이익도 함께 보여주자’는 절충안을 택했다. 구체적으로는 손익계산서 본문에는 IFRS 18이 정한 새 기준의 영업손익을 표기하고, 지금까지 한국에서 써온 ‘현행 기준 영업손익’을 따로 계산해 재무제표 주석에 함께 기재하도록 했다.

K-IFRS 제1118호 제정방향 : 수정도입 ©<자료=금융위원회>

예를 들어, 한 회사의 2028년 손익계산서에는 ‘영업손익(새 기준) 500억원’이 본문에 표시되고, 재무제표 주석에는 ‘현행 기준 영업이익 430억원(주요 차이:지분법 손익 포함 여부 등)’과 같이 덧붙여 설명하는 식이다. 투자자는 본문에 있는 숫자로 국제 기준에 맞춰 다른 나라 기업과 비교할 수 있고, 동시에 주석에 있는 익숙한 영업이익으로 과거 실적과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정부는 이 이중 표기를 최소 3년간 유지한 뒤, 실제 시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를 보고 계속 병기할지, 혹은 새 기준만 남길지를 다시 검토할 계획이다. 동시에 영업손익의 위치가 손익계산서 본문에서 주석으로 옮겨졌다는 이유로 회계기준 위반 시 제재 수위가 낮아지지 않도록, 제재 기준(양정기준)도 함께 손볼 방침이다.

◇‘조정·핵심 영업이익’도 관리=이번 기준에는 기업이 IR자료나 실적발표에서 자주 사용하는 ‘조정 영업이익’, ‘핵심 영업이익’ 같은 자체 성과지표에 대한 규율도 담겼다. 새 기준은 이를 ‘경영진이 정의한 성과측정치(MPM, Management-defined Performance Measures)’로 정의하고, 숫자를 제시할 때는 어떤 항목을 뺐고 더했는지, 공식적인 손익계산서 수치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주석으로 상세히 설명하도록 의무화했다.

예를 들어, 한 회사가 ‘올해 조정 영업이익 600억원’이라고 발표하면서 일회성 구조조정 비용 100억원을 빼고 계산했다면, 재무제표 주석에는 ‘공식 영업이익 500억원+구조조정비 100억원=조정 영업이익 600억원’처럼 산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 그동안 기업이 유리한 숫자만 내세워 투자자에게 혼선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있었던 만큼, 이번 조치는 투자자가 ‘조정 지표’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려는 취지로 해석된다.

◇시행 초기 2년은 계도 위주=새 기준은 2027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의무 적용되며, 준비가 된 기업은 2026년 1월 1일 이후 시작하는 회계연도부터 앞당겨 적용할 수 있다. 회계기준이 바뀌면 재무제표 양식부터 내부 시스템, 애널리스트 분석 틀까지 손을 봐야 하는 만큼, 당국은 시행 초기 현장의 혼란을 줄이기 위한 장치도 함께 마련했다.

우선 회계기준원 내에 금융감독원, 대형·중소 회계법인, 상장사, 신용평가사, 애널리스트, 학계, 협회 등이 참여하는 ‘IFRS 18 정착지원 TF’를 꾸려 기업들이 겪는 실무 이슈를 상시 논의하고 해소할 계획이다. 또 제도 시행 뒤 2년 동안은 회계처리 오류가 발생하더라도 고의가 아닌 경우에는 제재 대신 계도에 무게를 두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쉽게 말해, 앞으로 기업의 손익계산서는 ‘어디에서 돈을 벌고, 어디에서 돈을 잃는지’를 영업·투자·재무 축으로 더 세분화해 보여주게 된다. 투자자는 새 기준 덕분에 해외 기업과의 비교가 쉬워지면서도, 당분간은 주석을 통해 과거의 영업이익과도 나란히 비교할 수 있는 ‘두 개의 잣대’를 함께 활용하게 되는 셈이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