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유지중 갑작스런 발주 중단 하도급법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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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지금 중기에선 거래 유지중 갑작스런 발주 중단 하도급법 위반 ‘부당한 위탁취소 금지’ 해당…입증자료 챙기고 손해배상 청구도 가능

기사입력2016-12-26 22:0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원사업자인 A사는 B사(수급사업자)와 제조위탁 거래관계를 계속 유지하던 중 특별한 사유를 설명하지 않고 발주를 중단한 후, 거래처를 바꿨다. 이에 B사는 이미 제작해 둔 물량이라도 납품받아 줄 것을 요청했지만, A사는 이를 거절했다. B사는 이미 A사의 로고가 찍혀있고, A사의 디자인이 포함된 물품을 처분할 방법이 없어 재고부담으로 도산 직전의 경영난에 처했다.

이 경우 B사는 A사로부터 받은 계약서가 있는지부터 우선 확인해야 한다. 계속적으로 거래하는 하도급거래의 경우 계약기간이 정해져 있지 않거나 이미 기간이 종료된 이후 구두로 계약을 유지해 계약서가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서면계약이 구비돼 있지 않은 경우 하도급법상 원사업자의 ‘서면발급 및 서류보존의 의무’ 위반에 해당한다.

또 이미 제작한 물품에 대해 원사업자가 급작스럽게 수령을 취소하거나 거절을 하는 경우, 수급사업자는 발주서를 받아뒀는지 확인해야 한다. 거래관계가 지속되는 경우 발주서가 도착하기 전에 미리 물품을 제작하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급작스럽게 계약이 종결되면 이미 제작한 물품의 재고위험은 수탁기업이 부담해야 한다. 이 때문에 발주서의 존재여부는 향후 손해배상을 청구할 때 중요한 증거자료가 된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발주서 없다면 이메일 등 원사업자 지시 입증문서를 확보

만약 보관하고 있는 발주서가 없다면 ‘하도급계약 추정제도’를 이용할 수 있다. 물품을 제작하기에 앞서 혹은 제작된 물품을 송부하면서 위탁받은 작업내용, 대금, 일시 등을 기재한 서면을 원사업자에게 송부한 적이 있는지 확인해본다.

만일 이러한 서면자료가 있고 상대방이 이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면, 그 내용 자체를 계약증거로 활용할 수 있고 하도급법상 하도급계약 추정규정에 의해 구제받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서면자료가 없다면 휴대폰 문자메시지나 주고받은 이메일, 카톡메시지 등을 찾아 간접적으로라도 원사업자의 지시를 받고 작업에 임했다는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양당사자 기업이 정상적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제조위탁을 했으며 수급사업자의 귀책사유가 없음에도 원사업자가 임의로 발주를 취소·변경하거나 인수거부·지연행위를 했다면, 이는 하도급법의 ‘부당한 위탁취소의 금지’ 행위를 위반한 것이다.

이같이 A사가 하도급법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되면, 공정위로부터 시정명령이나 과징금 등의 행정적 제재를 받거나 경우에 따라 형사법에 해당하는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하지만 A사에 대해 제재가 이뤄지더라도 B사의 피해는 그대로 남아있다. A사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명령을 성실하게 응하는 경우 위탁물품을 수령하고 대금을 지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정위의 시정명령이 나오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이미 물품이 손상되거나 폐기된 경우도 많고 거래를 계속 유지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수급사업자는 원사업자의 부당한 반품행위로 인한 손해에 대해 손해액의 3배 범위 안에서 법원에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다만 부당반품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기 위해서는 수급사업자가 반품수량, 손해액 등에 대해 입증해야 한다. 따라서 수급사업자는 후일을 위해서라도 물품 등이 훼손되기 이전에 사진을 촬영해두고 발주서 등의 관련 자료를 잘 보관·정리해 둬야 한다.

이와관련 경기도불공정거래상담센터 박세정 가맹거래사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간혹 원사업자와의 계약기간이 정상적으로 만료됐음에도 계속 갱신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있다가 원사업자가 갑작스럽게 해지했다고 주장하는 경우도 있다”며 “문제가 발생하면 계약서에 정한대로 해결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계약서 내용을 꼼꼼히 챙겨봐야 한다”고 주의를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