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랄산업 성장·무슬림 증가…이슬람 금융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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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할랄산업 성장·무슬림 증가…이슬람 금융 부상 실물자산 매개 무라바하, 리스와 유사한 이자라, 이슬람채권 수쿠크

기사입력2016-10-11 14:20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약탈적인 금융자본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금융의 공공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슬람식 금융’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실물자산만을 매개로 금융거래를 하기 때문에 기존금융보다 안전하고, 또 투기목적의 투자를 금하고 있어 선물·옵션 등 파생금융상품 리스크도 적기 때문에 전통금융을 대체할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말레이시아 국제이슬람금융센터(MIFC)는 이슬람 금융시장 규모가 2014년 기준 이미 2조달러를 넘어섰으며, 2018년에는 3조4000억달러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할랄산업 성장과 무슬림 인구증가도 이슬람식 금융 성장을 돕고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슬람식 금융이란 이슬람 교리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적 해석을 통해 개발된 금융상품이나 시장을 뜻한다. 이슬람 금융의 기본적인 3대 원칙은 ①사회정의 ②샤리아(이슬람교의 율법이며 규범체계) ③위험 및 이익의 분담이다. 이윤의 극대화만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적 가치와 정의도 고려하는 금융이다. 이슬람식 은행, 이슬람식 보험사, 이슬람식 투자회사의 경우 이 원리에 따라 자금을 모으고 투자한다.

금융거래에서 이자(利子, Riba)를 금지한다는 점이 일반금융과 다르다. 예컨대 ‘연이율 2%의 1년 정기예금’과 같은 표현은 이슬람식 은행에서 사용할 수 없다. 샤리아는 화폐의 시간가치를 인정하지 않으며 이자를 부당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자로 돈을 버는 기업에 대한 투자도 금지한다. 대신 돈을 빌려준 예금자·투자자에게 이자대신 사용료·수수료·배당금을 주는 식이다. 단, 부동산투자나 자산임대와 같이 실물이 있는 거래에서 발생된 이익은 허용한다.

술·담배·도박·무기·영화 관련 산업에 투자하는 것도 금지다. 다만 코란에는 금융상품에 대한 구체적인 규정이 나와 있지 않기 때문에 국가마다 허용하는 상품은 조금씩 다르다. 이슬람 금융상품의 샤리아 적격여부 심사는 이슬람 법학자로 구성된 ‘샤리아위원회’에서 한다. 이슬람 금융상품을 만들거나 판매하는 기관은 반드시 샤리아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대표적인 이슬람 금융은 실물자산을 매개로 한 무라바하(Murabahah), 사용료에 해당하는 이자라(Ijara), 이슬람채권인 수쿠크(Sukuk) 등이다.

무라바하는 소비자금융의 일종으로 이슬람 금융기관이 부동산이나 물건 등의 실물자산을 구매하려는 매수인과 계약을 체결하고 매수인을 대신해 대금을 매도인에게 지급한 후 매수인으로부터 원금과 비용을 상환받는 형식이다. 무라바하는 주로 단기적인 운전자금 용도로 사용되며 매매 물건 자체가 담보 효력이 있기 때문에 위험이 적고 이자 회수가 신속해 이슬람 금융거래 중 가장 많이 통용된다.

이자라는 기존금융의 리스와 비슷하다. 기계류, 건물 등 비교적 대규모 금융을 사용할 경우 이슬람 금융기관이 설비나 건물 등을 구입해 이에 대한 사용권만 수요자에게 이전하고 금융기관은 리스기간 동안 수요자로부터 사용료를 정기적으로 받는다. 자산의 소유권이 리스기간 내내 은행에 귀속된다는 점에서 무라바하와 구분된다. 임대기간이 끝나면 약정에 따라 자산의 소유권을 차입자(수요자)에게 이전할 수 있다.

<그래픽=이가영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이슬람식 채권으로 불리는 수쿠크는 전세계 금융상품 가운데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자금조달을 다변화해 리스크를 낮추는 한편 이슬람 금융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각국의 경쟁이 치열한 탓이다. 말레이시아 이슬람 국제금융센터(MIFC)에 따르면, 2006년 516억달러였던 수쿠크 발행액은 2013년 2494억달러까지 확대됐다.

채권을 발행하면 채권을 사들인 투자자에게 이자를 줘야하나 이슬람 금융에서는 이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수쿠크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특수목적회사(SPV)에 임대한 뒤 여기서 나오는 수익을 투자자에게 배당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따른다.

예컨대 자본을 얻고자하는 차입자가 가지고 있는 실물자산을 SPV에 매각한다. SPV는 이 자산을 매입하기 위해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다. 이 과정에서 수쿠크 채권을 발행하면 투자자가 이 채권을 구입하는 방식으로 SPV에 투자한다. SPV는 이 돈으로 차입자의 자산을 매입한 후 다시 자산을 원소유였던 차입자에게 임대(리스형태)한다. SPV는 차입자로부터 임대수익(리스료)을 받아 투자자들에게 이자 대신 나눠준다. 이를 통하면 차입자는 필요한 자금을 조달할 수 있고 투자자는 율법을 어기지 않고 투자수익을 거둘 수 있다.

2002년 최초로 6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수쿠크로 발행한 말레이시아는 현재 전 세계 수쿠크의 50~70%를 발행하는 이슬람 금융허브로 자리잡았다. 2014년 5월 기준 16개의 이슬람 은행과 11개의 이슬람 보험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슬람 금융의 국제표준을 제정하는 범이슬람권 금융감독위원회(IFSB)도 말레이시아에 있다. 영국은 비이슬람권의 금융허브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2014년 비이슬람 국가 중 최초로 수쿠크를 발행했으며 이어 홍콩, 남아공, 룩셈부르크 등과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도 수쿠크 발행에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