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위원, 주총에서 선임한 이사와 분리해 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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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감사위원, 주총에서 선임한 이사와 분리해 뽑자 총수 독단경영 막아야 할 감사위원, 지배주주 영향 못 벗어나

기사입력2017-01-21 00:00

김성화 기자 (rukawasss@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14년 9월 현대자동차는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 입찰에서 감정가 약 3조3000억원의 3배가 넘는 10조5500억원으로 입찰에 참여했다. 경쟁사인 삼성전자 입찰가가 5조원인 것을 감안하면, 당시 과도한 입찰금액이란 지적이 나왔다. 또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당시 합병비율은 0.35:1로, 삼성물산의 회사가치가 저평가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삼성물산 주주입장에선 분명히 손해를 본 것이다.

현대차와 삼성물산 모두 기업내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결정을 통해 진행됐는데, 이는 총수 개인이 이사회 구성을 좌지우지 할 수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그나마 감사위원회가 총수의 독단과 전횡을 견제할 수 있었다면 사정은 좀 달라졌겠지만, 현행법상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이 때문에 기업의 투명경영을 확보하고 총수의 독단적인 경영을 방지하기 위해 ‘감사위원 선출권’을 재벌총수로부터 회수해 주주일반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재벌개혁의 일환으로 시민단체 등이 꾸준히 제기하고 있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다.

이사·회사·자회사 업무 감사하고 이사회 소집도 한다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실의 강정민 보좌관은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것인데, 그런 역할을 맡은 위원들이 지배주주에 대한 비판적인 의견을 내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며 “지배주주의 측근이나 동문들에게 감사위원을 맡겨 거수기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감사위원의 업무는 법으로 명시된 감사의 업무와 동일하다. 현행 상법 동법 제412조에 따르면 감사는 ▲이사의 직무 집행을 감사하고 ▲이사에 대해 영업에 관한 보고를 요구하거나 회사의 업무와 재산상태를 조사할 수 있다. 또 ▲임시총회 소집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사가 이사회를 소집하지 않으면 감사가 이사회를 소집할 수 있다. 모회사의 감사는 자회사에 영업보고를 요구할 수도 있다.

이렇듯 감사는 기업경영 전반에 걸쳐 내부감시자 역할을 하도록 돼 있지만, 감사 역시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영향력 아래에 있어 감독역할을 수행하는데 한계가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도는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여 감사위원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총수의 독단경영을 막기위한 제도다.<그래픽=김성화 기자> ©중기이코노미

현행법에 따르면 비상장회사는 감사를 한명만 둬도 되는 반면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구성해야 한다. 지배주주나 경영진의 의사로부터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한 감사위원회를 둠으로써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자는 취지다.

‘부동산투자회사법’,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공기업의 경영구조 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상장회사와 유가증권시장 또는 코스닥시장에 주권을 신규로 상장한 상장회사는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감사위원은 상법 제542조의12에 따라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 선임한다. 감사위원회 위원은 최소 3명 이상의 이사로 구성해야 하며, 이 중 2/3 이상 그리고 위원회의 대표는 사외이사여야 한다. 또 위원 중 1명 이상은 대통령령으로 정한 회계·재무 전문가를 포함해야 한다.

현행법, 결국 지배주주 입맛에 맞는 감사위원 선출

문제는 감사위원회의 위원은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만 선임하도록 돼 있다는 점이다.

상법에는 ▲최대주주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 ▲이들로부터 의결권을 위임받은 주식총수가 3%를 넘는 주주는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거나 해임할 때에는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 3% 이상의 지분을 가진 일반주주 역시 감사위원 선임시 지분율 3%를 초과하는 부분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외형만 보면, 감사위원 선임시 대주주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한 듯 보이나 이는 착각이다. 감사위원 후보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 모두는 이미 1주1표가 행사된 주총, 최대주주나 특수관계인의 검증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재벌총수의 결정에 대해 이론을 제기할 수 있는 사람들은 애초부터 감사위원 후보자 명단에 낄 수 없는 구조인 셈이다.

강정민 보좌관은 “지배주주의 지분이 51%라면 분산된 49%로서는 주총에서 영향력을 미칠 수 없고, 결국 지배주주가 지지하는 사람이 이사가 된다”며 “비록 감사위원에 대한 의결권 행사를 최대 3%까지 제한을 해놨어도, 주총에서 선임된 이사중 감사위원을 선임하면 결국 지배주주가 선임하는 것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고 말했다.

대주주 입맛에 따른 감사위원 선임을 막고 감사위원의 독립적 지위를 보장하기 위해 감사위원을 주총을 통해 선임된 이사들 중에서 뽑는 것이 아니라 ‘분리선임’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현재 이와 관련해 20대 국회에서 발의된 법안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의원안과 국민의당 채이배 의원안이 있다.

두 발의안 모두 상법 제542조의12를 개정한 내용이다. ‘이사회에서 이사를 선임한 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해야 한다’는 부분을 ‘선임된 이사 중에서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이사를 다른 이사들과 분리해 선임해야 한다’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와함께 감사위원 선임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의결권을 위임받은 자는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하고 최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3%로 제한하고 있다.

강 보좌관은 “감사위원을 분리선출하면 지배주주의 지분이 50%를 넘어도 3%밖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고, 나머지 지분을 가진 주주들의 의결권이 그만큼 커진다. 이를 통해 지배주주들의 영향력을 줄이고 감사위원이 법에 명시된 감사의무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