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상공인 보호 운운했던 자유한국당의 상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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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소상공인 보호 운운했던 자유한국당의 상가법 상가임대차보호법 8월 임시국회 처리 불발…감당못할 폐해 우려

기사입력2018-09-02 08:00

조한무 기자 (chohm011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8월 임시국회 마지막날인 지난 30일, 상가임대차보호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됐다. 개정안 골자는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을 기존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 기간동안 건물주가 임대료를 올릴 수 있는 상한이 5%로 제한된다. 과도한 임대료 상승을 막아, 임차상인이 투자금 회수도 못한 채 쫓겨나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연장은 주효한 조치다.

자유한국당은 지난 6월7일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앞두고 논평을 발표,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 팍팍한 민생에 웃음이 되돌아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할 것을 약속한다”며 투표를 독려했다. 민생의 웃음? 같은 날 서울 종로구 서촌 ‘궁중족발’ 사장 김모씨가 건물주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인미수 등 혐의로 구속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김모씨 주장에 따르면, 건물주는 임대보증금을 3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월세를 297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올려달라고 요구했다. 계약갱신청권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건물주는 원하는 만큼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 임차상인은 여력이 없으면 자리를 내줘야 한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 연장은 사유재산권 침해우려가 있다는 게 자유한국당 주장이다. 지난 28일 국회운영위원회 회의록을 보면,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헌법상 사유재산권을 인정하는 나라에서 10년동안 자산에 대한 운용을 제한하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5, 6년 정도면 그래도 좀 견딜 수 있는데 10년 너무 길다. 시장경제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과연 이게 옳은가?”라고 발언했다.

경실련 조사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홍대지역 폐업식당의 평균영업기간은 5.02년이다. 계약갱신청구권 기한이 만료되면서 급등한 임대료를 견디지 못하고 가게를 접는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기한을 10년으로 올리면 그만큼 영업기간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는 대목이다.

다만, 현재 논의되는 10년은 최소한이다. 최근 정의당이 주최한 ‘중소상공인 3대 갑질 근절법안’ 토론회에서 맘편히 장사하고픈 상인모임(맘상모) 공기 정책국장은 “정치권은 갱신보호기간만을 두고 다투고 있다. 갱신기간이 법에 명시돼 있어 건물주는 해당기간이 지나면 임차상인을 내보내도 된다는 인식을 갖게 된다. 임차상인이 3개월치 임대료를 연체하거나 건물을 파손하는 등 갱신요구기간중에도 건물주가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 사유가 법에 명시돼 있기 때문에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며, “이미 일본 등 선진국에서는 임차인에게 특별한 귀책사유가 없다면 계속 갱신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갱신기간에 제한을 두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민생을 외면하는 야당, 협치를 이끌어내지 못한 무능력한 여당은 반드시 9월 정기국회에서 개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합의가 불발되자 “상가임대차 보호법 경우에 빨리 처리하지 않으면 건물주들이 개정안 통과전에 임대료를 인상할 수 있는 문제도 있어서 최대한 빠른 시일내에 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자유한국당이 말한 국민에 임차상인은 포함되지 않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여당은 성과없는 공약과 약속이 가져올 폐해를 절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