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의 고통분담 前, 기업도 가진 것 내려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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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노동자의 고통분담 前, 기업도 가진 것 내려놔야 그래야만, 노사정이 함께 코로나19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기사입력2020-05-30 00:00

중기이코노미 기자 (junggi@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7일 한국경영자총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 등 30개 경제단체가 코로나19로 인한 경영위기를 호소하며, 노동계의 고통분담을 요구했다. 이들 단체는 “불가항력 요인(코로나19)에 의한 출혈 경영상태가 지속할 경우 유동성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고용유지 여력도 감당할 수 없게 될 것”이라며 “노동계도 회사를 함께 살리는 임금과 고용의 대타협 차원에서 상당 수준의 고통분담에 대승적으로 협조해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이 27일 서울 중구 조선호텔에서 열린 2020년 경제단체협의회 정기총회에 참석해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산업통상자원부 제공>

아울러 이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납부하는 국세, 지방세, 사회보험료, 전기·시설사용료 등을 최대한 유예 또는 감면해주는 지원과 함께 정부의 다양한 고용유지 지원정책이 전방위적으로 확대돼야한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재난이 ‘불가항력 요인’이란 이들 단체의 지적은 맞다. 코로나19에 따른 ‘출혈 경영사태’와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많다는 진단도 이해가 된다. 고용유지를 위해 노동계가 고통을 함께 나눠야한다는 해법도 틀리지 않다. 여기에 정부의 전방위적인 기업지원책이 더해진다면, 당면한 위기국면 탈출과 함께 기업경영의 정상화 속도 또한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동의할 수 있다.

고통 ‘전담’이 아니고, 분명히 ‘분담’이라고 했다. 하지만 노동계와 정부가 부담해야 할 몫은 명확한 반면, 기업이 분담해야 할 고통은 전혀 없다. 노동계가 임금을 양보하고 정부가 재정지원에 나서면 고용을 유지하겠다고 한다. 임금도 깎아주고, 온갖 조세·공과금 감면에 공적자금 지원까지 전제된 고용유지. 이건 고통분담이 될 수 없다. 코로나19 재난을 기회삼아 기업 곳간을 채우겠다는 탐욕을 수사로 포장했을 뿐이다.

지금 한창 구조조정을 진행 중인 두산중공업을 보자. 경영난에 일말의 책임도 없는 2000여명 이상되는 노동자가 이미 밥줄을 끊겼거나, 일터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했다. 부실덩어리 두산건설에 쏟아 붓느라 흑자기업 두산중공업까지 재앙으로 몰아간 게, 박씨 가문 총수일가다. 이들이 어떤 고통을 감수했나. 3조원이상의 공적자금을 받는 대가로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두산중공업 회장이 내놓은 게 뭔지 모르겠다.

기간산업안정기금에서 각각 1조2000억원, 1조7000억원이 투입되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두산중공업 사정과 다르지 않다. 조원태 회장 일가가 분담한 고통이 있다면 알려주길 바란다. 지난해 4월 사망한 조양호 회장에게 한진그룹은 퇴직금과 급여 명목으로 총 702억원을 지급했다. 조양호 회장 사후 4월 회장직에 오른 조원태 회장은 8개월여를 일하고 총 19억여원의 보수를 받았다. 전년대비 2배 오른 연봉이다.

당시 대한항공 경영사정이 좋았나하면, 그렇지도 않다. 지난해 대한항공은 25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지만, 당기순손실은 6228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이 900%내외를 오가며, 금융비용만 6746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무상태가 취약했다. 강성부 펀드가 조원태 회장 연임을 반대하며 내세웠던 명분중 하나가 ‘정상범위를 넘어선 부채비율’이다.

올해1분기 말 부채비율이 6279%까지 치솟은 아시아나항공 총수일가의 사정도 대한항공과 똑 같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퇴직금 20억7900만원 포함 총 34억3900만원을 지급했다. 경영을 잘못해 적자회사로 만든 책임은 덮어두고, 재무상태에 역행해 보수를 인상하고, 퇴직금까지 꼼꼼하게 챙겨주는 이들이 재벌기업 총수일가의 행태다.

사정이 이런데도 노동자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고, 또 정부에게 손을 벌린다. 양심이란 게 있다면, 최소한 자신들이 그간 과도하게 먹었던 돈을 조금은 토해냈어야 했다. 현금이 없다면, 총수일가가 가진 지분의 얼마라도 내놓았어야 했다. 그런 연후에 노동자에게도 함께 고통을 나누자고 하는 게 사람의 도리다. 30여개 경제단체장 이름으로 낸 ‘경제단체 건의’가, 노동자에게 고통 모두를 전가시키려는 억지로 들리는 이유다.

기업 대부분이 어렵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도 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대다수도 고통을 받지만, 그 사정 또한 제각각이다. 노동자와 가계 또한 별반 다르지 않다. 우리 공동체 구성원 모두가 어려운 처지에 놓인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니만큼 좀 더 가진 기업과 개인은 가진 것의 일부를 나눌 수 있어야한다. 상대적으로 어려운 이들에게 허리띠를 졸라매달라고 요구하기에 앞서. 그래야만 기업 또는 노동자가 상대에게 고통분담을 요구하지 않아도, 양자 스스로 그 짐을 함께 나눌 수 있다. 지금이 그래야 할 때다. 중기이코노미 논설위원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