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기이코노미

프린트

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투자자 사전동의권, ‘특별한 사정’ 있으면 유효 투자자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사항을 사전 동의받기로 약정

기사입력2025-12-24 00:00

김진기 객원 기자 (jingi.kim@seumlaw.com) ㅣ다른기사보기

법무법인 세움 김진기 변호사

앞서 투자금의 회수와 관련된 ‘투자자의 주식매수청구권’에 대해 살펴봤습니다(https://www.junggi.co.kr/article/articleView.html?no=34418).

이번에는 위 주식매수청구권의 발생 사유 중 하나로 자주 등장하는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에 대해 알아보고자 합니다.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의 의미=일반적으로 투자자는 피투자회사가 발행하는 주식을 인수하는 방법으로 회사에 투자하고, 이후 투자자는 인수한 주식의 의결권을 행사함으로써 피투자회사의 경영에 관여하게 되지만 이러한 기본적인 주주로서의 권리 행사 외에, 투자계약을 통해 확보한 권리를 행사할 수도 있습니다.

투자자는 회사 및 이해관계인을 당사자로 하는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이때 회사나 이해관계인은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자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받기로 약정하기도 하며, 이러한 약정이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됩니다.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유효성=회사의 주주들이 보유한 주식의 수에 따라 평등하게 취급되어야 한다는 주주평등의 원칙은 회사법의 대원칙으로, 회사에 대한 관계에서 일부 주주들에게만 특별한 권리를 부여하는 약정을 한다면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입니다.

그런데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투자자에게 보유한 주식의 의결권 외에 추가적인 권리를 부여한다는 점에서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는 측면이 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회사가 자금조달을 위해 신주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주주의 지위를 갖게 되는 자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사전동의를 받기로 약정한 경우 그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중략)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 규정이 주주평등의 원칙에 반하여 무효라는 서울고등법원의 판결을 파기하였습니다(대법원 2023. 7. 13. 선고 2021다293213 판결).

회사는 투자자로부터 투자금을 유치하면서 투자자에게 회사의 주요 의사결정사항에 대해 사전에 동의를 받기로 약정하기도 하며, 이러한 약정이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위 대법원 판결로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유효한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일단락되었으나, 무조건적으로 사전동의권의 유효성이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위 판결에서 “법률이 허용하는 절차와 방식에 따르거나 그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에 유효한 사전동의권이 될 수 있다면서, “차등적 취급에 따라 다른 주주가 입는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개별 주주가 처분할 수 있는 사항에 관한 차등적 취급으로 불이익을 입게 되는 주주의 동의 여부와 전반적인 동의율, 그 밖에 회사의 상장 여부, 사업목적, 지배구조, 사업현황 재무상태 등 제반 사정을 고려하여 일부 주주에게 우월적 권리나 이익을 부여하여 주주를 차등 취급하는 것이 주주와 회사 전체의 이익에 부합하는지를 따져서 정의와 형평의 관념에 비추어 신중하게 판단하여야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또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에 관한 약정은 회사가 일부 주주에게만 우월한 권리를 부여함으로써 주주들을 차등적으로 대우하는 것이지만, “주주가 납입하는 주식인수대금이 회사의 존속과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금이었고 투자유치를 위해 해당 주주에게 회사의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부여하는 것이 불가피하였으며 그와 같은 동의권을 부여하더라도 다른 주주가 실질적, 직접적인 손해나 불이익을 입지 않고 오히려 일부 주주에게 회사의 경영활동에 대한 감시의 기회를 제공하여 다른 주주와 회사에 이익이 되는 등으로 차등적 취급을 정당화할 수 있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면 이를 허용할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투자자 사전동의권의 효과와 대응=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회사의 경영진과 투자자의 이해관계가 상충되거나 회사가 어려워져 회사와 투자자 사이의 관계가 악화된 상황에서 주로 문제가 되고, 투자자는 사전동의권 침해를 이유로 주식매수나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한편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은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유효성이 인정될 수 있으므로, 투자자는 투자계약을 체결할 때부터 대법원이 판시한 기준에 비추어 유효한 사전동의권을 확보할 수 있는지 고려해 관련 자료를 확보해 둘 필요가 있습니다. 또 회사나 이해관계인 입장에서는 투자자의 부당한 사전동의권 행사로 회사 운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경우, 투자자의 사전동의권이 유효한지를 다시 한 번 정확하게 파악하고 검토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법무법인 세움 김진기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