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 유족 특별채용’ 사회정의에 반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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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산업재해 유족 특별채용’ 사회정의에 반하는가 1·2심은 “고용계약 자유 제한, 일자리 대물림…사회질서 위배”

기사입력2020-10-07 17:12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산재유족 특별채용 단체협약 조항은 유효㊤]업무상 재해로 사망한 근로자의 직계가족을 특별채용하기로 정한 단체협약 조항은 선량한 풍속이나 기타 사회질서에 반하지 않아 유효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대법원 2020.8.27. 선고, 2016다248998).

앞서 기아자동차와 현대자동차에서 근무하다 백혈병으로 사망한 근로자의 유족들은, 망인이 2010년 사망 후 회사를 상대로 단체협약에 따라 자녀를 특별채용할 것을 요구하는 취지의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제한하고, 일자리를 대물림 하는 결과를 초래하여 우리사회 정의 관념에 반한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 다수의견(11명)은 “단체협약의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은 민법이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되지 않으므로 효력이 인정된다”고 판결했다.

다만 2명의 대법관은 반대의견을 통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기업의 필요성이나 업무능력과 무관한 채용기준을 설정하여 일자리를 대물림함으로써 구직희망자들을 차별하는 합의”라며 “공정한 채용에 관한 정의 관념과 법질서에 위반되어 무효”라고 판단했다.

◇사실관계=사망한 A씨는 1985년 기아자동차에 고용돼 2008년 2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로 전적해 근무했던 근로자다. 2008년 8월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고, 2010년 10월 이 사건 질병으로 사망 후 업무상 재해 인정을 받았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노동조합과 단체협약을 통해 업무상 재해로 인한 사망시 직계가족 1인에 대해 결격사유가 없는 한 요청일로부터 6개월내 특별채용하기로 정했다. 기아차와 현대차는 1990년대 중반부터 단체협약을 통해 이 사건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과 유사한 내용의 조항을 반복 갱신해왔다.

지난 4월28일 제20회 산재노동자의 날 추모제가 열린 서울 동작구 보라매공원 산업재해희생자위령탑에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및 전국산재노동자총연맹 관계자들이 헌화 후 묵념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이에 망인의 자녀인 원고들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근거해 우선 기아차를 상대로 고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의 의사표시를 구하고, 예비적으로 현대차를 상대로 고용계약 청약에 대한 승낙을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쟁점과 원심 판결=이 사건의 쟁점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이 민법 제103조에 반해 무효인지 여부다. 민법 제103조(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따르면,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다.

우리 헌법 제33조는 근로자에게 노동3권을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제적 약자인 근로자는 상대적 강자인 사용자에 대항해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단체교섭을 통해 근로기준법 등이 정한 최저수준 이상으로 근로조건을 개선할 수 있다. 노사가 단체협약 형태로 마련한 근로조건에 관한 약속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을 통해 보호받는다. 노조법 제92조에 따르면, 단체협약으로 정한 내용 중 임금과 복리후생과 같은 근로조건에 관한 약속내용을 위반하면 사용자를 형사처벌 하도록 해 강제성을 부여한다.

그러나 노사가 자치적으로 체결한 단체협약의 모든 내용이 효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단체협약 내용이 민법 제103조가 정한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반사회질서의 법률행위에 해당되면 무효가 된다. 가령 성매매를 강요당한 여성이 성매매의 대가로 지급받기로 정한 선불금 계약이 대표적이다. 법률행위 목적과 결과 자체가 반사회질서 행위이기에 효력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고용계약 자유 제한, 일자리 대물림…사회 정의 관념에 반해”

원심인 서울고등법원(서울고법 2016.8.18. 선고, 2015나2067268)은 산재유족 특별채용 조항에 대해 “사용자의 고용계약의 자유를 현저하게 제한하는 것”이고, 단체협약을 통해 제도화하는 방식이 “사실상 일자리를 대물림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나아가 사실상 고착된 노동자계급의 출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어 우리사회의 정의 관념에 반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효력을 부정했다.

재판부는 또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과 같은 방식을 통한 배상은 기회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희생한 결과 얻어지는 것이므로, 그 인정여부 및 인정범위를 정함에 있어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라며, 이 사건 단체협약 규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배돼 무효라고 판결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