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불공정 약관을 판매자에 강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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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생파트너 ㅣ 대기업·공기업 “쿠팡, 불공정 약관을 판매자에 강요하고 있다” 쿠팡 “일방 주장” 참여연대 “지위남용” 아이템위너피해 “쿠팡 외면”

기사입력2021-05-27 10:32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이정문 의원, 참여연대, 민변 등은 26일 ‘쿠팡 아이템위너 피해사례 발표 좌담회’를 열고, 플랫폼 경제를 규제의 범위 안에 담지 못하는 현 법제도의 개선방향 등을 논의했다. <사진=참여연대>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가 지난 4일 쿠팡을 약관규제법·전자상거래법·공정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한 이후, 쿠팡의 정책이 불합리함을 호소하는 입점업체와 소비자들이 새롭게 나타나고 있다. 현행 공정거래법 등으로는 규제 범위 안에 둘 수 없는 신생 온라인 플랫폼 산업의 불공정거래를 막기 위해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동주 의원과 정의당 배진교·이정문 의원, 참여연대, 민변 등이 26일 개최한 ‘쿠팡 아이템위너 피해사례 발표 좌담회’에는 쿠팡 입점업체와 소비자 등이 참석해, 이러한 피해사례를 발표했다. 특히 일부 입점업체들이 쿠팡의 아이템위너 정책을 악용해 아이템위너를 빼앗거나, 동일상품이 아니어도 아이템위너로 묶이는 피해가 반복되고 있지만, 쿠팡은 이에대한 역할과 책임을 외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쿠팡의 ‘아이템위너 정책’은 제품소개 페이지에 가장 저렴하고 평이 좋은 제품을 노출시키는 제도다. 같은 상품을 단돈 1원이라도 싸게 파는 판매자, 즉 아이템위너가 판매우위를 점할 수 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쿠팡의 우월적 지위남용…판매자의 지재권 침해 약관조항

권호현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변호사는 ‘쿠팡 아이템위너 제도의 문제점 관련 법·제도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기존 공정거래법령이 미처 예정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거래가 폭증하면서 공정한 거래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새로운 규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쿠팡의 이용약관을 분석해 아이템위너 제도가 어떻게 가능하고 왜 문제인지 살펴보고, 이러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법·제도적 방안을 제시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이에 따르면, 쿠팡의 ‘사업자용 서비스 이용약관’ 제11조에서 ‘이용자는 회사에게, 지리적 및 시간적 제한 없이, 이용자가 회사에 등록 또는 제공하는 모든 정보, 자료 등을 사용, 복제, 구현, 공개, 배포, 변경, 수정, 공개 전송, 임대, 파생 상품 제작, 상업적 및 비상업적인 목적으로 사용할 로열티 없는 권리 및 라이선스를 부여해야 합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본 조항에 따른 의무는 본 약관 및 개별 서비스의 종료 후에도 회사 및 이용자에 대하여 유효하게 존속됩니다’라는 조항에 따라, 계약관계가 종료돼 특정 판매자가 더 이상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지 않을 때에도 약관 규정을 따라야 한다.

권 변호사는 “판매자들의 피와 땀으로 더 많은 최저가 상품이 쿠팡에 자리 잡을수록 소비자들은 더 많이 쿠팡에 유입하게 된다”며, “그러나 판매자들은 쿠팡 내에서 자신의 비용과 시간, 노력으로 확보한 자신의 사진, 리뷰·후기 등에 대한 답변, 구매수 등 온라인 상점의 권리를 모조리 쿠팡에 빼앗기게 된다”고 지적했다.

쿠팡의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의 이용 및 판매에 대한 약관’에서도 ‘판매자는 판매자가 라이선스를 부여한 상품컨텐츠를 컨텐츠의 성격, 사용목적 및 컨텐츠의 형식에 비추어 필요한 범위 내에서 회사가 수정, 편집 및 사용할 수 있고 컨텐츠의 저작자 표시를 생략할 수 있음에 동의합니다‘라는 조항을 두고 있다.

권 변호사는, 두 약관은 쿠팡이 판매자의 시간·비용·노력으로 생산된 모든 지적재산권을 시간적·공간적 제약 없이 영원히 탈취하고 아무런 대가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규정하고 있다고 했다.

아이템위너 제도 자체가 실질적으로 상품이미지, 후기, 질문에 대한 답변 등 지적재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나아가 잘 팔리는 판매자의 상품을 쿠팡이 직접 제조 또는 유통하면서 해당 판매자의 지적재산권을 완전히 그대로 사용하는 것도 허용하고 있다는 것이 권 변호사의 지적이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또한 마켓플레이스 서비스의 이용 및 판매에 대한 약관 제5조는 ‘판매자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사용하여 판매하는 모든 상품에 대한 거래 조건을 다른 판매채널(판매자 및 구매자 간의 모든 비대면 및 대면 판매 채널을 포함하며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를 이용한 온라인 판매, 상점에서의 판매 등)과 비교하여 불리하지 않도록 설정해야 합니다’라고 정하고 있는데, 판매자와 다른 판매채널 간 계약내용에 대해 부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쿠팡이 일방적으로 작성한 약관을 이용자들에게 제시하게 될 경우, 협상력이 낮은 이용자들은 약관에 응할 수 밖에 없다. 쿠팡의 협상력 우위와 약관의 특징을 고려할 때 약관이 필요 이상으로 이용자에게 의무를 부담지우거나 쿠팡의 권리범위를 확대한다면, 이는 이용자에게 부당하게 불리하다는 얘기다.

이같은 시스템에 따라 소비자는 판매자 A의 상품에 대한 다른 고객들의 수많은 후기, 그에 대한 판매자 A의 수많은 신속하고 친절한 답변을 신뢰하고 해당 상품 구매를 결정한 것인데, 실제로 소비자가 구매한 상품은 (가격만을 소폭 낮춰) 갑자기 아이템위너가 된 판매자 B의 상품이 될 수 있으며, 이는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권 변호사는 그동안 온라인 플랫폼은 중개사업자로서 대규모 유통업법의 규율을 받지 않았고, 공정거래법에 따른 계약서 제공의무, 표준계약서 등 분쟁예방 및 거래관행 개선을 위한 규정 등이 적용되지 않고 있었다며,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에 담겨야할 내용으로는 ▲일방적인 해지, 중단 등 부당한 거래거절 등의 불공정행위 규제 ▲알고리즘의 적정한 공개(플랫폼 노출 순위 결정기준의 공정성과 투명성) ▲이용사업자의 관련 정보 접근권과 데이터 독점의 방지 ▲신속한 피해구제와 분쟁해결 절차 ▲이용사업자들의 단체구성권과 단체교섭권 부여 ▲이용사업자단체 또는 공익단체의 불공정행위 금지 공익소송 ▲금지청구제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도입 등을 제안했다.

쿠팡 “일부의 일방적인 주장”…참여연대 “논점 빗나간 답변”

이와 관련해 쿠팡 관계자는 중기이코노미와의 통화에서 “일부 이용자의 일방적인 주장”이라며, “쿠팡은 지난 4일 참여연대의 공정위 신고 기자회견과 관련해 밝힌 입장과 같다”고 말했다.

쿠팡은 4일 보도자료를 통해, 쿠팡의 아이템위너는 광고비 경쟁 중심의 기존 오픈마켓과 달리 소비자 경험을 중심으로 구매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개선한 서비스라며, 쿠팡은 고객들의 평가 가운데 ‘상품평’과 ‘셀러평’을 명확히 구분해 관리하고 있으며, 판매자에 대한 ‘셀러평’은 다른 판매자에게 이전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나 참여연대 관계자는 쿠팡이 밝힌 입장은 쿠팡이 거래상 우월적 지위에서 불공정한 약관을 판매자들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시민단체의 지적과는 논점이 빗나간 답변이라고 중기이코노미에 밝혔다.

참여연대 측은 상품평과 달리 셀러평은 노출된 사실 자체를 확인하기 어렵고, 실제 판매자들도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상품평·셀러평 분리 작성은 소비자에게 익숙하지도 않을뿐더러 이는 관련 문제 발생 시 그 책임을 명확히 구분해 작성하지 않는 소비자에게 넘기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다.

또, 기존 판매자가 직접 제품을 촬영하고, 모델을 섭외해 촬영한 상품이미지, 영업 노하우가 담긴 상세페이지라 할지라도 다른 판매자가 제목과 내용만 조금 바꾸거나 하단에 자신의 회사명만 표시하면 되기 때문에 판매자들은 직접 제작한 상품이미지, 상세페이지 도용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