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25개 국가서 자국내 ‘탄소세’ 도입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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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세계 25개 국가서 자국내 ‘탄소세’ 도입했는데 한국도 대응 서둘러야…미국·EU는 ‘탄소국경세’ 도입에 속도

기사입력2021-07-05 11:00

지난 6월1일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탄소세법을 발의했다. 기존 교통·에너지·환경세법을 전부 개정해, 유연탄·무연탄 및 중유, LNG 등 기존에 충분히 탄소가격이 부과되지 않았던 화석연료에 탄소가격을 단계적으로 부과하겠다는 내용이다.

탄소세법이 올해 통과될 경우, 무연탄은 2022년 킬로그램당 119원에서 시작해 2030년에는 238원의 탄소세가 부과된다. 탄소가격제도인 배출권거래제를 통해 배출권을 유상 할당 받거나 거래하는 경우에는 탄소세 세액을 공제하도록 했다. 탄소세 부과를 통해 추가로 얻어지는 총 세수는 25조원에서 단계적으로 높아져 2030년에는 5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장혜영 의원은 설명했다.

탄소세 도입은 앞서 지난 19대 국회에서 정의당 박원석 의원과 심상정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한 바 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번 국회 들어서는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탄소세란 온실가스 배출량에 대해 부과하는 세금으로, 대표적인 시장기반 정책이다. 한국은행은 ‘국제사회의 탄소중립 추진 현황 및 경제적 영향’ 보고서에서 탄소중립 정책을 시장기반 정책과 비시장기반 정책으로 구분했는데, 시장가격 메커니즘을 활용하는지가 기준이다.

예를 들어 탄소배출량 기준치를 제시하고 이 선을 넘지 못하도록 강제하는 직접 규제는 비시장기반 정책이다. 반면 탄소배출을 할 수 있는 배출권을 분배하고, 실제 배출량이 보유한 배출권을 넘어설 경우 타사의 배출권을 매입하는 탄소배출권 거래제도는 시장기반 정책이다. 탄소세 역시 시장가격의 메커니즘을 활용한다는 측면에서 시장기반 정책으로 구분된다.

탄소세는 자국내에 부여하는 탄소세와 무역에서 관세와 함께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가 있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미국과 EU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의 경우 무역대표부(USTR)가 지난 3월 글로벌 탄소배출량 감축 등에 대응하기 위해 국경조정세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EU는 미국보다 더 빠른 속도로 탄소국경세 도입을 기정사실화 했다. 유럽 그린딜의 일환으로 세부 방안을 올해 중 확정해 2023년 도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25개 국가에서 자국내 탄소세 도입=한편 자국 내에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이미 25개국에 이른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백수연 추계세제분석관은 NABO 추계 & 세제 이슈 15호에 실린 ‘탄소세 논의 동향’ 보고서에서, IMF가 탄소세율 또는 탄소배출권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고 제언한 사실을 소개했다. 현재 가격은 이산화탄소 톤당 2달러에 불과한데,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 온도 상승을 2℃이내로 제한하기 위해서는 2030년 기준으로 75달러까지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탄소세를 시행하는 국가들 중에서는 스웨덴의 세율이 이산화탄소 톤당 119달러로 가장 높고, 우크라이나와 폴란드가 1달러 미만으로 하위권이다. 핀란드와 아일랜드는 수송용에 대해 다른 경우보다 높은 탄소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며, 캐나다는 일부 주에서 연방정부와 다른 탄소세율을 정하고 있다.

탄소세는 자국내에 부여하는 탄소세와 무역에서 관세와 함께 부과하는 탄소국경세가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탄소국경세는 미국과 EU가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국 내에 탄소세를 도입한 나라는 이미 25개국에 이른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보고서에 따르면, 북유럽 국가는 탄소세와 EU 단위의 배출권거래제를 함께 시행하고 있다. 이중규제를 최소화하기 위한 직접세 감세, 산업용 부문에 대한 탄소세 감면 등의 조치를 병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핀란드는 1990년 세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했으며, 2019년 1월 탄소배출량 측정방식을 변경해, 연소 시 배출량뿐만 아니라, 연료의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대한 배출량을 포함해 계산하도록 했다. 이에 따른 급격한 탄소세 인상을 방지하기 위해 탄소세율을 일부 인하하고, 배출권 무료할당 정책도 시행 중이다.

세율이 가장 높은 스웨덴은 1991년 탄소세를 도입했는데, 당시 법인세를 대폭 삭감하고 저소득층과 중산층의 소득세도 감면했다.

덴마크 역시 1992년 탄소세를 도입하면서 세부담의 급격한 증가를 피하기 위해 기존의 에너지세를 인하하고, 소득세·판매세·법인세 등을 감면했다.

일본은 2012년 10월, 지구온난화대책세라는 이름으로 아시아 최초로 탄소세를 도입했다. 세율은 이산화탄소 톤당 3달러이며, 기존의 석유석탄세에 추가로 탄소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싱가포르는 2019년 동남아시아 최초로 탄소세를 시행 중이다. 대규모 탄소배출기업이 대상이며, 2023년까지는 이산화탄소 톤당 4달러의 세율을 부과하는데 2030년에는 7.5~11.3달러의 세율을 적용할 계획이다.

◇“한국 에너지세제, 환경 고려 부족”=백수연 추계세제분석관은 또 “OECD가 ‘2017 대한민국 OECD 환경성과평가보고서’에서 우리나라의 에너지세제가 에너지 생산 및 이용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및 기타 외부 비용을 충분히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한 사실도 소개했다.

현재 한국의 에너지 관련 세금으로는 교통·에너지·환경세, 개별소비세 등과 함께 부가세에 해당하는 자동차세 주행분, 교육세 등이 있다. 온실가스 배출원인 화석연료의 사용량에 대해 과세하는 방식이다.

세율은 경유(리터당 375원)에 휘발유(리터당 529원)보다 낮은 교통·에너지·환경세율을 적용하고, 중유(리터당 17원)에 도시가스용 천연가스(리터당 42원)보다 낮은 세율을 적용 중이다.

탄소배출량은 경유가 휘발유보다, 중유는 천연가스보다 더 많은데 세율은 이와 반대로 정해진 것이다. OECD의 지적은 이런 측면에서 현행 에너지세제의 온실가스 저감 기여 기능이 미흡하다는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지난 3월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국토교통부, 환경부가 공동으로 ‘탄소가격 부과체계 개편방안’에 관한 연구용역을 발주해, 현행 에너지세제와 연계한 검토가 진행 중이다. 현행 에너지세제에 온실가스 배출량을 반영하는 방안부터, 새롭게 탄소세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다양한 경우의 수가 검토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