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등한 물가에 ‘스티커 쇼크’…소비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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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급등한 물가에 ‘스티커 쇼크’…소비지원 필요 하반기 평균 물가 5.0%까지 확대 가능성

기사입력2022-08-10 10:00

정기영 기자 (sksmsskly@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로 인한 소비활성화 역시 주춤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티커 쇼크가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는 모양세다.<사진=뉴시스>

최근 물가가 급등하면서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의 여파가 거세다. 스티커 쇼크란, 예상 보다 비싼 제품 가격표(sticker)를 보고 소비자가 받는 충격(shock)를 말한다.

최근 통계청에 따르면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6.3%로 급등하며 IMF 시기의 1998년 11월(6.8%)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와 과잉 대응(overkill)’ 보고서를 통해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급등이 외환위기 수준의 인플레이션에 근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물가 급등기(물가 상승률이 증가)의 지속 기간이 7~27개월인데, 이번 물가 급등기의 지속 기간이 이미 20개월을 넘어섰고, 그 상승 폭도 외환위기였던 1997년 이후 가장 크기 때문에 하반기 중 정점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와 반대로, 하반기에 들어 기저효과에 따른 상승률 증가 압력이 약화되는 역(逆)기저 효과의 영향으로 물가 상승률이 점차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2021년 7~12월까지 전월대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월평균 0.3%로 2021년 하반기에 들어 소비자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경제고통지수 ‘높은 수준 지속’=현대경제연구원은 물가 급등의 영향으로 경제고통지수가 높은 수준을 장기간 지속, 경제고통지수의 최고치 기록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고통지수란 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 소득증가율 등을 활용한 지표다.

5월 기준 경제고통지수는 2022년 8.4p로 2001년 5월(9.0p)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코로나 위기 이후 서민 체감경기가 빠르게 악화 중인 것으로 분석된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해제로 인한 소비활성화 역시 주춤하고 있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으로 ‘스티커 쇼크’가 ‘보복 소비’ 심리를 압도하는 모양세다. 가계의 종합적 소비심리를 나타내 주는 소비자심리지수는 2021년 11월 107.6p를 정점으로 점차 낮아지다가 2022년 6월 96.4로 5월(102.6p)보다 6.2p 급락했다.

4월 중 정부 방역 정책이 ‘위드 코로나‘로 전환되면서 보복 소비 동기에 의한 소비 회복이 기대됐으나 인플레이션이 심화되면서 소매판매액지수 증가율은 2022년 1월 이후 5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 중(5월 전월대비 -0.1%)이다.

◇스태그플레이션 넘어 ‘슬럼플레이션 불안’=물가가 치솟자 한국은행은 지난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2.25%로 올리면서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미국 연준 역시 물가급등에 따라 정책금리 인상을 가속화 중인 가운데, 물가와 환율 등을 고려하면 금리 인상은 불가피하다.

문제는 급격한 금리 인상에 나설 경우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의 진입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심지어, 한국 경제가 올 하반기에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보다 심각한 상태의 슬럼플레이션(슬럼프+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슬럼플레이션은 1973년 영국의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석유파동을 계기로 일어난 전세계적인 물가 상승을 가리켜 처음으로 사용한 말이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하반기에 우크라이나 사태, 공급망 불안 등으로 대부분 기관들이 수출 경기 하강을 예상하고 있기 때문에 경기 침체를 방어하기 위해서는 내수 특히 소비 부문의 강한 회복세가 필요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내 가계 부채는 주요국보다 상대적으로 취약해, 만약 기준금리가 급격하게 높아질 경우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가계 부문 전반의 구매력이 약화되면서 한국 경제가 소비 침체 국면에 진입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국 경제는 고물가가 지속되는 가운데, 수출과 내수의 복합 불황이 가세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현대경제연구원은 “한국 경제가 인플레이션 쇼크를 극복하고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으로 진입하는 것을 차단”할 필요성이 있다며, “‘물가 안정’과 ‘경기 진작’이라는 상충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경제 부처 간 긴밀한 ‘정책 공조’가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정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