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위해 소비자 속이는 슈링크플레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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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기업 이익위해 소비자 속이는 슈링크플레이션 가격 인상·제품 용량 변경 시 투명하게 공시하도록 제도 개선 필요

기사입력2023-11-27 12:04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장바구니가 점점 가벼워진다. 10만원 어치 장을 봐도 채울 수 있는 상품이 줄어들고, 그나마 오르지 않은 제품을 구입해도 현저히 줄어든 용량에 허탈할 뿐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3.4%에서 3.6%로 올렸다. 내년 물가상승률 전망 또한 2.3%에서 2.4%로 상향 조정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의 정세 불안에 따른 원자재 가격의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의 장바구니 사정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전망이다.

물가오름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자 기업들의 ‘꼼수’ 가격인상이 기승이다. 5개(500g)들이 핫도그를 가격은 그대로 두고 4개(400g)로 줄인 풀무원, 스낵 제품의 용량을 줄인 농심, 참치캔·김 등의 용량을 줄여 판매한 동원F&B, 만두 제품의 용량을 줄인 해태제과 등 용량을 줄인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리지 않고 실질적으로 꼼수 인상을 한 기업들에 대한 비난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일고 있다. 또, 최근 서울의 한 전통시장에서 판매한 1만5000원하는 전 한 접시가 인터넷 상에서 화제가 됐다.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 시장에서 가격에 비해 턱없이 적은 양의 전을 판매한 것이 발단이었다. 결국 시장상인회는 해당 점포에 일주인 간의 영업정지 처분을 했다.

슈링크플레이션, 양을 줄인다는 뜻의 슈링크(shrink)와 물가상승을 뜻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로, 가격은 그대로 두거나 올리면서 제품의 용량을 줄이는 행위를 말한다.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금세 눈에 띄고 이로인한 소비자 저항이 쉽게 나타나다 보니 기업들이 택한 얄팍한 상술이다.

슈링크플레이션 뿐만 아니다. 묶음 상품의 개당 가격이 낱개 상품 판매할 때보다 더 비싸게 판매하고 있는 ‘번들플레이션(bundle+inflation)’, 품질을 낮춰 판매하는 ‘스킴플레이션(skimp+inflation)’ 등으로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에 소비자들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다.

소비자를 속이는 기업들의 행태에 항의가 거세지자 정부도 슈링크플레이션 대응에 나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2일 관계부처와 소비자단체, 한국소비자원 등과 공동으로 간담회를 열고, 이달 말까지 73개 품목, 209개 가공식품에 대한 슈링크플레이션 실태조사를 완료하고 12월 초 발표한다고 밝혔다. 24일에도 기획재정부 주재로 슈링크플레이션 대응방안 마련을 점검했다. 정부는 실태조사를 통해 슈링크플레이션 유형을 파악하고, 관련 업계의 의견을 청취해, 대상품목·정보제공 방식 등에 대한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한다.

원자재 가격이 오를 때마다 기업들이 가격을 인상하고, 용량을 줄여왔던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이 체감할 때까지 가격을 올리고 용량을 줄이다, 소비자의 저항이 일고 정부까지 나서면 잠시 주춤할 뿐이다. 한 번 올라간 가격, 작아진 사이즈는 시장 상황이 변해도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지 않는다. 때문에 가격인상과 용량 변경시 공시하도록 법제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해야 한다. 고물가 행진은 장기간 지속돼왔고,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물가안정 방안들은 효과가 없거나 반짝 효과를 냈을 뿐이다. 이슈가 발생했을 때만 기업들을 압박해 형식적인 가격인하를 이끌어내는 것으로는 물가안정을 잡을 수 없고, 소비자의 신뢰를 잃을 뿐이다.

가격결정은 시장에 맡기더라도 필요하다면 기업의 가격 및 원가 공시의무를 강화해, 소비자가 합리적인 소비를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하면서 소비자에게 관련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해 신뢰를 쌓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당장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로는 지속가능할 수 없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