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혁신 속도만큼 벌어지는 대·중소기업 격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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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AI 혁신 속도만큼 벌어지는 대·중소기업 격차는 APEC 계기로 커진 기대감…격차 ‘증폭기’ 될까 우려 커

기사입력2025-11-06 11:3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최근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우리나라가 인공지능(AI) 산업의 중심국가로 도약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AI 반도체 강국’과 ‘초거대 AI 경쟁력 확보’를 핵심과제로 내세웠고, 글로벌 기업들과의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각 부처는 AI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키기 위한 전략을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 AI를 선점한 국가가 미래 경제의 주도권을 쥐게 될 것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AI 혁신 속도만큼이나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도 빠르게 벌어지고 있다. 대기업은 자체 AI 연구소를 설립하고 업무 자동화, 고객 분석, 제품 개발 등 모든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반면 중소기업 다수는 “AI가 우리 사업에 어떤 영향을 줄지조차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기술 도입은커녕 기본적인 데이터 수집 인프라도 갖추지 못한 기업이 적지 않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산업연구원이 진행한 공동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규모별 AI 활용률은 대기업 48.8%, 중견기업 30.1%, 중소기업 28.7%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가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한 조사결과에서는 “AI 도입이 필요하다”고 응답한 기업이 78%였지만, 실제로 “업무생산성 향상·업무관리 등에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응답한 기업은 16.9%에 불과했다.

AI 도입을 저해하는 요소로는 비용 부담, 전문인력 부족, 데이터 인프라 미비 등이 반복해서 지목되고 있으며, 기업 규모나 지역에 따라 격차가 크다. 이는 중소기업이 AI 시대에 뒤처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 그리고 단순히 기술 도입에서 그칠 것이 아니라 실질적인 활용역량 구축과 지원체계 마련이 중요하다는 점을 알려준다.

AI는 산업구조를 송두리째 바꾸는 패러다임의 전환이다. 기업의 생산성, 고용, 공급망까지 모두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중소기업이 이 흐름에서 뒤처질 경우 산업 전반의 양극화는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대기업이 AI 기술로 효율과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동안, 중소기업은 단가 압박과 인력난, 기술 의존의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결국 AI는 혁신의 도구이자 동시에 격차의 증폭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다.

중소기업이 AI 시대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기술 인프라보다 현장 역량강화가 우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데이터 기반 경영을 이해할 수 있는 인력 양성, 업종별로 실제 적용 가능한 솔루션 개발, 지역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한 공동 AI 플랫폼 구축 등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특히 중소기업이 자체 데이터를 활용해 AI를 실험해볼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AI 중심국가의 비전은 대기업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산업 생태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참여하지 않는다면, 그 비전은 공허한 구호에 그칠 것이다. AI가 모두의 성장과 혁신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이 ‘정책 홍보용’이 아니라 현장의 체감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