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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금융주권…스테이블코인 제도 늦출수 없다” 결제 주권 경쟁 속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과제

기사입력2025-12-30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이 글로벌 금융 인프라로 빠르게 편입되는 가운데, 한국 자본시장의 구조적 위기가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원화 기반 결제 인프라를 갖추지 못할 경우, 주식시장 활성화 정책과 코스피 5000 전략의 근간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주장이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최근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경영학회 등 화폐금융 관련 7개 학회가 공동 개최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의 대전환’ 심포지엄에서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시장 및 제도동향’을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결제에서 시작된 변화…“스테이블코인은 인프라”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을 단순한 가상자산이 아니라 자본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을 관통하는 차세대 지급결제 인프라로 규정했다. 그는 “토큰증권 시장과 가상자산 시장은 별개가 아니라 결제 인프라라는 지점에서 필연적으로 맞물린다”며 “스테이블코인은 향후 글로벌 증권 결제의 표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특히 미국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김 연구위원은 미국 예탁결제원 DTCC가 이미 2015년부터 블록체인 기반 증권 결제 실험을 시작했으며, 최근에는 토큰증권 발행부터 유통, 스테이블코인 결제까지 포괄하는 통합 인프라를 본격적으로 구축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그는 “보수적이던 미국 증권당국이 블록체인 기반 ETF와 결제 실험에 대해 3년간 규제 유예를 부여했다는 점은 패러다임 전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신호”라고 분석했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이 흔드는 거래소와 통화 주권

문제는 이러한 변화가 증권 발행이 아니라 결제 영역에서 먼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달러 스테이블코인 기반 결제시스템이 글로벌 표준으로 자리 잡을 경우, 한국 주식이 해외에서 달러로 24시간 거래되는 구조가 현실화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유럽에서는 이미 달러 스테이블코인으로 유럽 주식이 거래되고 있다”며 “이 경우 유동성은 자국 거래소가 아닌 글로벌 플랫폼으로 분산된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거래소의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도 지적했다. “한국거래소가 현재 거래 시간 확대만으로도 위기의식을 느끼는 상황에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토큰화된 한국 우량주를 24시간 거래하게 되면 KRX의 중심성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외국인 투자자가 원화 환전 없이 달러로 한국 주식을 매수하는 구조가 정착될 경우, 외환시장과 통화정책의 실효성도 약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통화 주권을 침해하는 민간 통화라는 오해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김 연구위원은 “스테이블코인은 민간 통화가 아니라 지급용 디지털 자산”이라며 “미국은 제3의 디지털 지급수단으로, 유럽은 디지털 자산 중 지급 기능을 가진 이머니 토큰으로 규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역시 통화 개념이 아닌 지급 인프라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증권학회와 한국경영학회 등 화폐금융 관련 7개 학회는 23일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통한 K금융의 대전환’ 심포지엄을 공동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그는 스테이블코인의 핵심 효용으로 ▲즉시 결제와, ▲비용 절감 ▲결제 위험 제거를 꼽았다. 블록체인 기반 원자적 결제가 가능해지면 결제 주기 단축으로 증권 결제 위험이 사라지고, 중개기관 축소로 거래 비용도 크게 낮아진다는 것이다. 담보 효율성 개선과 24시간 글로벌 거래 역시 자본시장 유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봤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긍정적 효과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김 연구위원은 “지분증권이 토큰화 과정에서 채무증권이나 파생상품으로 우회 유통될 경우, 기업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권 강화라는 정책 목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추격형 인프라 전략을…한국형 결제망 서둘러야”

대응 방안으로는 인프라 중심의 추격 전략을 제시했다. 그는 “입법 지연과 정치적 불확실성을 감안하면 한국은 인프라를 먼저 구축하는 추격형 모델로 갈 수밖에 없다”며 “정부 주도로 한국형 토큰증권·결제 통합 인프라를 구축하고, 민간의 경쟁을 촉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외거래 중개업 제도 도입과 복수 전자등록기관 설계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