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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모나카 깍지’ 프리미엄 디저트 시장을 흔들다
일본 전통 제법과 K-찹쌀의 풍미…모나모나카 이승은 대표
- 기사입력2025-12-31 09:48
김범규 기자 (bgk7@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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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은 대표는 일본 정통 방식과 국내 찹쌀로 구현한 모나카로 세계 디저트 시장의 프리미엄화에 일조하겠다는 꿈을 내비쳤다. ©중기이코노미“일본은 초년생 연봉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평준화돼 있습니다. 그 덕분에 대기업이라는 이름보다 제가 정말 배우고 싶은 분야를 고를 수 있었죠. 당시 일본은 전통문화를 산업화하는 데 압도적이었고, 특히 화과자에 담긴 스토리와 미학에 매료됐습니다. 7월 칠석의 구름을 표현하기 위해 특정 재료를 쓰는 식의 고차원적인 접근이 한국에서도 반드시 통할 거라 봤습니다.”일본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모나모나카 이승은 대표가 일본 굴지의 대기업 합격 통지서를 거머쥐고도 500년 전통의 과자 기업인 토라야를 선택한 이유다. 대부분의 산업 분야가 한국과 일본이 경쟁 구도에 있던 터라 한국에는 없는 일본만의 ‘유일한 것’ 중 산업적인 레벨로 올라간 분야를 찾았기에 가능했던 선택이었다.토라야에서 5년간 일한 후,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국내에서는 다소 생소한 모나카 피인 ‘깍지’를 만드는 사업에 뛰어들었고, 2년도 채 안 돼 국내 유일의 프리미엄 모나카 깍지 전문 제조사로 자리 잡았다.단순한 과자가 아닌 ‘문화’…소비의 끝단 ‘자아실현’의 욕구를 읽다그가 안정적인 대기업 대신 식품업계를, 그중에서도 일본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분야 중 한 곳인 화과자를 선택한 이유는 명확했다. 경영학도로서 매슬로의 욕구 단계설을 비즈니스에 대입해 본 결과였다.
이승은 대표가 모나모나카의 정신을 담은 푯말을 들고 환하게 웃고 있다. ©중기이코노미이승은 대표는 “사람의 욕구가 생존과 안전을 넘어 풍요로워지면, 결국 자아실현과 명예를 추구하게 되는데, 디저트도 마찬가지”라며, “처음엔 배를 채우기 위해, 그다음엔 맛을 위해 먹지만, 결국에는 자기의 정신적 만족감을 드러내는 수단으로 발전하게 된다”고 말했다.그러면서 “사람들이 화과자를 먹는 이유는 초콜릿이나 쿠키처럼 맛있어서가 아니다. 이를 소비하는 자신에 대한 만족감 때문이다. 즉, 음식이 자신의 예술적 취향을 드러내는 수단인 셈”이라며, “우리나라도 소득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이런 고차원적인 디저트 시장이 열릴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에 배울 게 많을거로 생각했다”고 강조했다.하지만, 일본 시장의 한계도 봤다고 털어놨다. 고객이 브랜드를 선택하는 기준이 변하지 않는다는 점이 신생 기업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한번 고객의 마음을 사면 ‘신뢰’로 이어진다는 장점은 있지만, 고객들이 새로운 시도를 하지 않고 익숙한 브랜드만 찾는 ‘관성적 소비’에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다는 것이다.이런 상황에서, 그가 주력한 분야는 모나카 깍지였다. 화과자의 꽃인 생과자는 아름답지만 대량 생산이 불가능해 수익성이 낮았던 반면, 모나카 깍지는 섬세한 조형미를 유지하면서도 대량 생산과 보관이 용이했기 때문이다.단, 깍지는 부피가 크고 파손 위험이 높아 일본에서도 수출이 거의 불가능한 ‘현지 생산 이득’이 큰 품목이었다. 이에 이승은 대표는 당시 다니던 회사의 시스템을 한국에도 도입해 사업을 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보수적인 분위기에 거절당했고 ‘그럼 내가 직접 해야겠다’라는 마음에 모나카 깍지만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일본 100년 전통의 니시오카 공방에서 합숙하며 제조 기법을 배웠다고 한다.
모나모나카의 수출용 디자인(사진 왼쪽)과 기성품 <사진=모나모나카>입천장에 붙지 않는 100% 국산 찹쌀…일본과 다른 습도와 싸우며 완성2023년 5월에 모나모나카를 설립한 그는 생각지도 못한 문제에 봉착했다고 한다. 바로, 일본과 다른 환경 때문에 식감 조절에 애를 먹었기 때문이다.특히, 모나카 깍지의 베이스인 떡이 식감을 결정하는 주요 요소인데, 한국의 습도와 기후에서는 똑같은 식감이 나오지 않았다고 한다.일본의 스승과 4개월간 영상통화를 하며 수천번의 테스트를 거친 끝에야 속이 꽉 차고 입천장에도 달라붙지 않는 깍지를 완성할 수 있었다. 이는 생산성을 위해 찹쌀가루에 물을 많이 섞어 붕어빵처럼 구워낸 기존의 국내 깍지와는 차별화된 퀄리티를 자아냈다.무엇보다 모나모나카의 경쟁력은 ‘원재료의 순도’에 있다. 글루텐이나 첨가물을 섞는 시중의 저가 깍지와 달리, 충주산 고품질 찹쌀인 백옥찰로 100% 떡을 만든다. 그 떡을 한장 한장 잘라 고온 정밀 설비를 통해 일정한 밀도로 구워내기 때문에 특유의 고소함과 오밀조밀한 식감, 깊은 풍미를 구현할 수 있었다.
이승은 대표가 수출용 패키지를 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특히, 떡을 일정하게 잘라 기계로 굽는 공정이 매우 까다로워 수작업에 가까운 정밀함이 필요하지만, 이는 대기업이 결코 흉내 낼 수 없는 모나모나카만의 강점으로 작용해 국내 유일의 일본 정통 방식의 모나카 깍지업체로 입지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현재 연간 약 110만쌍의 모나카 깍지를 생산하고 있는 모나모나카는 다양한 음식의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프랜차이즈 제과점, 일식당, 중식당,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 요리를 다루는 레스토랑을 비롯해 고급 한우집, 오마카세 식당, 박물관에 납품하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2025 APEC에서도 요청이 올 정도로 고급 디저트로 자리를 잡았다.그는 “이런 품질의 깍지를 만드는 곳이 국내에 거의 없다 보니, 예술적인 디저트를 원하는 셰프들이 알아서 찾아온다”며, “국내에서 모나카 깍지로 대체 불가능한 존재가 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고 했다.일본이 포기한 사각지대를 뚫고, 수출 시장을 노린다이승은 대표는 물류비 절감과 미래성이라는 냉철한 ‘경영학도’의 눈으로 모나모나카를 시작했다고 말하지만, 100% 찹쌀을 고집하며, 균일한 맛을 내기 위해 노력하는 흡사 ‘장인’의 모습이었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그는 창업 당시 세웠던 목표를 이뤘다며 뿌듯해했다.
이승은 대표가 모나모나카의 모나카 깍지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모나카 깍지를 제조하는 공정 자체가 매우 복잡한 설계와 높은 완성도를 요구한다. 게다가 손으로 만들어야 하므로 비효율적인 구조인 데다, 시장 규모도 워낙 작았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역설적으로 우리가 생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본다. 사업을 시작할 때, 시장에서 6억원 정도의 매출이 나올 거라 예상했는데, 그 예상은 적중했고, 초기 목표를 달성한 상태”라며 환하게 웃었다.지금 모나모나카의 눈은 한국을 넘어 세계로 향하고 있다. 일본 기업조차 파손과 물류비 문제로 포기했던 수출 시장을 잡는 것이 2차 목표인 것이다. 이미 FDA 승인을 마치고, 아마존에 물건을 납품하고 있는 모나모나카의 제품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선다.이승은 대표는 “해외에 있는 일식당에서 메일이 어마어마하게 올 정도로 수요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며, “아마존을 통해 미국, 캐나다 등 해외 일식당과 소비자들에게 한국의 좋은 원재료로 일본의 500면 전통 모나카 깍지를 재해석해 선보일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중기이코노미 김범규 기자<저작권자 ⓒ 중기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