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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신체와 기술, 도시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질문 조각적 공간, 미학적 사유의 확장…이불 작가

기사입력2025-12-26 08:37

이불(Lee Bul, 1964~)은 현대 조각·설치 분야에서 꾸준하게 경계와 매체를 넘나들며, 신체와 기술, 도시와 미래에 대한 다양한 질문을 던져온 작가다. 그의 작업은 1980년대 후반 퍼포먼스에서 출발해, 1990년대 이후 사이보그, 아나그램, 대형 구조물 등으로 확장되었다. 여성 신체, 페미니즘, 근대 이후 도시성과 건축, SF적 상상력을 주요 테마로 삼으며, 금속·실리콘·유리·거울 등 물성의 실험을 이어왔다.

작품 속 모티프는 실제와 환상, 신체와 인공물, 불완전함과 미래 서사가 교차하는 지점을 탐색한다. ‘Majestic Splendor’(1997~2021)와 ‘Mon grand récit’(2005) 등 대표작에서, 이불은 현대 문명, 건축, 유토피아니즘 등 굵직한 사유를 공간·조형 언어로 구현한다. 대형 구조물과 조각, LED 설치, 인터랙티브 오브제 등 최근의 작업에서는 새로운 미디어와 첨단 기술을 활용하기도 한다.

‘취약할 의향–메탈라이즈드 벌룬’, 2015~2016/2020, 천, PET 필름, 송풍기, 전기 배선, 300×1700×300cm, ‘이불:1998년 이후’ 전시 전경, 리움미술관, 서울, 2025, 작가, BB&M, 하우저앤 워스 제공, <사진=전병철, 작가 및 리움미술관 제공>

이번 리움미술관 대규모 회고전 ‘Lee Bul:From 1998 to Now’(2025.9.4~2026.1.4)는 1998년 첫 개인전 이후 약 40년을 아우르는 이불의 궤적을 다시 조명한다. 사이보그 연작, 건축·미디어 설치, 회화, 드로잉 등 다양한 매체와 시리즈가 동시대 관객에게 ‘경계를 넘는 사유’를 환기하는 전시다. 신작 및 대표작 약 150점이 전시되며, 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고려한 대규모 작품도 포함된다.

이불의 작업에는 미화나 거대담론보다 집요한 재료 실험과 새로운 조형적 시도를 우선하는 태도가 배어 있다. 신화, 도시, 기술, 신체적 언어를 연결하며 동시대 조각의 변주와 공간감각을 제안한다. 여러 매체와 시대를 거치며 ‘경계의 탐색’을 지속하는 작가의 궤적은, 개인적 경험·사회적 변화·기술 환경이 뒤섞이는 현대 미술의 특징을 보여준다.

전시를 기획한 리움미술관 곽준영 전시기획실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이불 작가를 바라 보던 기존의 시각에서 벗어나 미술, 건축, 문학, 사회 이론과 철학적 사유를 넘나들며 인류의 과거와 현재를 성찰하고 가능한 미래들에 대한 확장된 사유를 이끌어 온 작가의 폭넓은 작품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리움미술관 회고전은 이불이 구축한 다층적 예술세계를 한자리에서 살피는 기회다. 전시는 서사 중심의 해석을 넘어서, 관객 자신이 변화와 경계를 직접 느낄 수 있게 배치된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