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의 열정 갉아먹는 ‘열정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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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사회 초년생의 열정 갉아먹는 ‘열정페이’ 정당한 대가 지불하도록 정부 관리감독 강화해야

기사입력2015-02-25 13:37

채송화 기자 (songhwa0123@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취업준비생 A씨는 취업정보를 얻기 위해 하루에 몇 번씩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를 찾았다. 그러던 중 즐겨 이용했던 취업 커뮤니티 사이트 운영사에 지원해 최종합격의 기쁨을 누렸다. A씨는 생애 첫 기업 면접이었던지라 연봉·복지 등의 근로조건에 대해 묻지 못했고, 면접관도 이를 먼저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3개월 인턴기간을 거친 후 정규직 전환 여부가 결정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정과 패기로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하지만 출근 첫날 알게 된 근로조건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인턴에게 주어지는 월급여는 세후 80만원이었고, 점식식대도 주지 않았다. 근로시간도 오전 10시~오후 7시까지라고 하지만 제시간에 퇴근하는 사람은 따가운 눈총을 받아야 했다. 대부분의 인턴들과 직원들은 매일같이 야근을 했다. 인턴들은 “정규직으로 전환될 수도 있으니 3개월만 고생하면 된다”, “직접 들은 건 아니지만 정규직 대우가 좋다고 하더라”며 희망을 안고 일했다. 회사 직원들의 평균연령은 20대 중후반이었다. A씨의 주변사람들은 회사에서 일부러 일자리를 구하기 힘들어 급여가 낮아도 일할 수 밖에 없는 20대들 위주로 고용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A씨는 결국 한달 반만에 일을 그만뒀다.

‘열정페이’. 이 신조어를 처음 접한 사람이라면 ‘열정에 대한 페이(pay)’ 정도로 들릴 것이다. 실제로는 ‘열정을 쏟을 기회를 줬으니 급여는 조금만 주겠다’는 뜻으로, 취업준비생들의 열정을 이용해 적은 급여를 주는 악덕 업주들을 비꼬는 말이다. 열정페이에 대한 논란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가 견습생과 인턴에게 각각 10만원, 30만원의 급여를 준 것이 언론에 노출되면서 확대되기 시작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제과·제빵, 패션스쿨, 호텔·콘도 등 인턴을 주로 고용하거나 도제식 고용관행을 일삼는 기업들을 주요 대상으로 관리 및 감독을 하겠다고 23일 밝혔다. 3월 중으로 그동안 감독대상이었던 150개 업체에 대한 감독을 마무리하고, 관리영역을 영화 제작스태프와 어린이집 보육교사까지 확대하겠다고 했다.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20대 청년들은 윗 세대들로부터 ‘젊어서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오면서 열정과 패기를 바탕으로 나름대로 노력을 해왔다. 사회진출을 위한 기본 스펙으로 여겨지는 어학, 아르바이트, 봉사활동 등에 힘을 쏟으면서 좋은 직장 또는 원하는 꿈에 가까워지기 위해 도전해왔지만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더 많이 배우고 노력해야 기회를 얻을 수 있다는 뜻으로 해줬던 어른들의 충고가 이젠 먹히지 않는다. 요즘 취업준비생들이 겪고 있는 그 ‘고생’은 오히려 그들의 순수했던 열정을 갉아먹고 의지마저 꺾어버리고 있다. 지난달 취업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50만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기업은 청년들의 순수한 열정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기업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정부는 이를 지키지 않는 기업들에게 엄중한 처벌을 내려 사회 초년생들의 최소한의 권리라도 지켜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