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진출기업, 코로나 밀어낸 환율에 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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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시장 ㅣ 아시아·오세아니아 베트남 진출기업, 코로나 밀어낸 환율에 민감 대외환경 변화 주시…산업연 “환율리스크 줄이는 지원방안 필요”

기사입력2023-02-28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급격하게 변동한 ‘환율’이 코로나19를 밀어내고 경영리스크 1순위로 꼽혔다. 베트남 진출기업들을 대상으로, 글로벌 대외환경 중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를 조사한 결과다.

최근 산업연구원은 베트남 진출기업 경영실태 조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는 지난해 8월말부터 10월초까지였고, 베트남 진출기업 326개가 응답했다. 이 가운데 한국에 본사를 둔 기업은 243개로 74%, 베트남에 본사가 있는 기업은 46개로 23%의 비중이었다.

베트남 진출기업들은 가장 민감한 제1순위 글로벌 대외환경을 묻는 설문에 33.1%가 코로나19, 30.1%는 환율변화, 29.4%는 미·중분쟁이라고 응답했다. 2021년 조사당시만 해도 87.3%가 코로나19를 지목했고, 미·중분쟁(8.5%)과 환율(2.8%)이 뒤를 이었다.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되지 않았는데도, 환율의 급변동으로 인해 1년 새 리스크 요인이 크게 변했다.

질문은 1순위부터 3순위까지 3가지를 묻는 방식이었는데, 환율변화는 2순위에서 34.0%, 3순위에서 24.1%로 순위를 가리지 않고 높은 비중을 보였다. 그 결과, 전체 순위를 합산한 응답 비중은 환율변화가 88.2%로 코로나19(80.1%)와 미·중분쟁(70.6%)을 앞질렀다.

보고서는 “글로벌 대외환경에 대해 베트남 진출기업들은 대부분 지속해서 예의주시(모니터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대외환경 요소에 따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고 하거나 사업의 축소를 고려 중인 상태”라고 분석했다.

◇매출은 늘고 이익은 악화 예상=베트남 진출기업들의 경영실태를 보면, 매출은 증가 예상이 많은 반면 이익은 감소 예상이 많았다. 즉 외형은 성장했지만, 내실은 악화가 우려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매출이 앞선 해보다 증가할 것이란 예상은 42.3%로, 매출감소 예상(30.1%)보다 큰 폭으로 높았다. 반면, 2022년 이익은 감소할 것이란 예상이 38.0%로 이익증가 예상(31.9%)을 앞섰다.

제조업 중에서 2022년에 이익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 업종은 휴대폰·가전(57.6%), 금속기계(54.6%), 화학(50.0%) 등이었다. 반대로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한 업종은 반도체(50.0%), 섬유의류(28.6%) 등이었다.

매출감소 원인(3순위까지 복수응답 합계)으로는 현지수요 부진(50.5%), 코로나로 인한 조업차질(43.2%), 현지 경쟁심화(40.3%), 코로나19로 인한 장애(32.7%) 등의 응답이 많았다.

매출증가 원인(3순위까지 복수응답 합계)으로는 현지수요 증가(62.4%), 제품의 질(47.8%), 수출수요 증가(47.6%), 사업다각화(47.0%), 코로나19로 인한 공급망 효율화(47.0%), 미·중갈등으로 인한 수요 증가(24.1%) 등을 지적했다.

베트남 진출기업을 대상으로 글로벌 대외환경 중에서 가장 민감한 요소를 조사한 결과, 급격하게 변동한 ‘환율’이 코로나19를 밀어내고 경영리스크 1순위로 꼽혔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베트남 내 사업의 경영상 가장 큰 애로사항(3순위 복수응답 합계)으로는 인력난이 51.7%로 첫손에 꼽혔다. 이어서 경쟁심화(43.9%), 현지수요 부진(37.2%), 원자재 조달난(31.2%), 현지 정부규제(27.3%), 코로나로 인한 조업차질(22.9%) 순이었다.

베트남 내 사업에 있어서 가장 민감한 규제사항(3순위까지 복수응답 합계)은 인허가(51.5%), 불투명 관행(48.2%), 세무(42.5%), 노동(32.6%) 등의 순이었다.

보고서는 “인허가가 획일적이고 뚜렷한 기준으로 이루어지지 않고 자의적이라는 기업의 불만”이 존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망 나쁘지 않은데 “악화” 답변=베트남 진출기업에게 현재의 가동률과 향후 사업전망을 설문한 결과, 60.1%의 응답기업이 80% 미만의 가동률을 보이고 있다고 응답했다. 코로나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에 따른 봉쇄조치가 상당기간 이뤄졌던 2021년 당시 조사에 비하면 전반적으로 가동률이 상승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여전히 많은 기업의 가동률이 낮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향후 2~3년 베트남 내 사업전망에 대해서는 현상태 유지가 56.4%로 2021년(44.2%) 당시보다 늘어났다. 확대 예정 역시 32.2%로 2021년(30.9%) 조사 당시보다 소폭 늘었다. 반대로 축소 예정은 8.3%에 그쳐, 2021년(18.9%) 조사에 비해 큰 폭으로 줄었다.

향후 5년 베트남 사업전망에 대해서 현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기업의 응답비중은 46.7%로 2021년(37.8%) 조사보다 늘어났다. 확대와 축소는 모두 소폭 줄어들었다.

이전을 고려 중인 기업들이 이전의 이유로 가장 많이 응답한 것은 베트남 내 생산비용의 상승과 경쟁심화, 사업승계의 어려움 순이었다.

향후 사업의 확장을 고려하는 경우 확장 대상지역으로는 기존의 베트남 공장과 호치민시 및 하노이시를 선호했는데, 보고서는 “사실상 베트남의 남북 초광역경제권인 호치민과 하노이가 대부분”이라고 했다.

그러나 베트남 진출기업이 느끼는 베트남 대내환경 변화는 악화(42.0%)와 급격 악화(7.7%)라는 응답이 개선(14.7%)과 급격 개선(0.6%)에 비해 크게 높았다.

특히 제조업 기업들은 악화(43.9%)와 매우 악화(10.1%)로 응답한 비중이 54.0%로 과반수를 넘어섰다. 악화되고 있는 베트남의 대내환경 중 가장 중요한 요소로는 베트남정부의 정책, 생산비용의 상승, 외자기업 규제 순이었다.

◇“전략과 지원방향을 고민할 때”=보고서는 “전반적으로 베트남 내 경영환경은 지난해보다 개선됐으나 진출기업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특히 “현지기업의 애로사항과 필요를 베트남 정부에 요청해 제도를 개선하는 적극적 개입의 필요성이 증가”했다고 강조했다.

또, “다각화된 공급망을 지니고 있어 환율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현지 진출기업에게 환율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지원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베트남 경영환경 중 현지정부의 정책 및 인허가 관련, 우리 기업들이 어려움을 말하고, 밝히는 사례에 대한 면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목했다. 특히 “베트남 정부의 갑작스런 정책의 변화와 시행 그리고 인허가를 둘러싼 불투명한 관행으로 인한 부작용 및 비용증가 등에 대한 정부차원의 협력채널을 통한 개선 요청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보고서는 이와함께 정부에 대베트남 전략을 마련할 것을 주문했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베트남이 글로벌 생산거점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어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 정부는 전략적으로 베트남을 어떠한 위상으로 바라보고 어떠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으며, 그 연장선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지원방향은 무엇인지를 고민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또 “현지 진출 우리 대기업에게 베트남 정부는 기술이전, 생산역량 강화, 물량 제공 등 전방위적 협조요청을 하고 있으며, 우리 기업의 공급망 참여에 대한 전략적인 대응이 기업과 정부 모두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특히, “대베트남 직접투자가 이기적인 상대국의 이점 활용만이 아니라 투자상대국과의 상생 모델이 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베트남 진출기업이 베트남의 산업경제에 기여하는 바에 검토가 필요하며 중장기적 차원에서 상호발전을 이룰 수 있도록 정부차원의 관리가 필요”하고, “나아가 해외진출기업 대상으로 해외투자 가이드라인 작성을 통한 상생의 필요성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