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체율·깡통전세…가계부채 ‘빨간불’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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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연체율·깡통전세…가계부채 ‘빨간불’ 보인다 부실채권 금액과 비율 모두 증가…위험신호에 기민한 대처 시급

기사입력2023-06-01 00:00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2023년 3월말 국내은행의 부실채권비율은 전분기말 대비 소폭 상승했으나 전반적으로 양호한 수준을 유지.”

지난달 30일 금융감독원은 국내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대해 낙관적인 평가를 내렸다. 실제로 3월말 기준 부실채권 비율은 0.41%로, 지난해 같은 기간(0.45%)보다 0.04%p 하락했다.

또, 금감원은 부실채권 상황에 대해 낙관하는 이유로 대손충당금적립률이 역대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는 점과 전체 부실채권이 과거보다는 확실히 낮은 수준이라는 점 등을 들었다.

그러나 가계여신으로 범위를 좁혀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부실채권의 금액과 비율이 모두 증가한 것이다.

3월말 국내은행의 가계여신 중 부실채권은 2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5조원)보다 0.5조원이 늘었다. 2021년과 2022년 2년간 1.4조원에서 1.7조원 사이를 오가다, 올해 들어 규모가 불쑥 늘었다. 가계여신 중 1분기 중 새로 발생한 부실채권은 1조원으로 늘었다. 마찬가지로 2021년과 2022년 1분기는 0.6조원, 2022년 4분기는 0.7조원이었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증가세다.

가계여신에서 부실채권의 비율은 0.23%로 지난해 4분기(0.18%)보다 0.05%p, 1분기(0.17%)보다는 0.06%p 상승했다. 주택담보대출(0.14%)과 기타 신용대출(0.45%) 모두 증가했는데, 특히 신용대출 쪽이 더 크게 늘었다.

금감원의 판단처럼 은행 등 금융기관이 가계부실의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수는 있다. 문제는 가계경제다. 게다가 1금융권인 은행 대출뿐만 아니라, 최근 사금융 시장의 부실 발생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이 문제다.

세입자와 집주인 간의 사금융인 전세보증금이 제대로 상환되지 않거나, 이 과정에서 세입자들이 주거불안에 시달린다면 가계경제 전반이 겪을 부담이 훨씬 커지게 된다. 현재 부동산 시장 상황을 보면, 깡통전세와 역전세난이 이미 현실로 다가온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국내외 경제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매매가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깡통전세와 전세시세가 기존 전세보증금보다 낮은 역전세가 최근 크게 늘어났다.

실거래 마이크로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한 결과, 전세계약 중 깡통전세 위험가구 비중이 지난해 1월 2.8%(5.6만호)에서 올해 4월 8.3%(16.3만호)로 크게 증가했다. 역전세 위험가구 비중도 지난해 1월 25.9%(51.7만호)에서 올해 4월 52.4%(102.6만호)까지 늘어났다.

지역별로 보면, 서울(1.3% 및 48.3%)보다 비수도권(14.6% 및 50.9%)과 경기·인천(6.0% 및 56.5%)에서 위험가구 비중이 더 높았다.

깡통전세 문제가 이미 크게 터지고 있지만, 앞으로 규모가 더 커질 것이란 점도 우려스럽다. 4월 현재 깡통전세 계약 중 올해 하반기와 내년 상반기에 만기도래하는 비중이 각각 36.7%, 36.2%에 달한다고 한다. 역전세는 28.3%, 30.8%로 한은이 분석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전세를 집주인과 세입자의 사금융으로만 치부하고 대응을 소홀히 하다가는 전세보증금발 가계부채 위기가 사회문제로 비화될 소지가 있다. 특히, 전세사기 등 범죄로만 대응의 폭을 좁히다가는 가계부채 위기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 최소한 세입자가 거리로 나앉는 일만은 막기 위해 정부의 대응이 시급하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