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공고 “경력만” 82%…신입 일할 곳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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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경제일반 채용공고 “경력만” 82%…신입 일할 곳 없다 대한상의 “재학 중 직무 경험 쌓는 시스템 구축 필요”

기사입력2025-06-24 13:55

이창호 기자 (xg13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올해 상반기 채용공고 10건 중 8건 이상이 경력직만 대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신입 구직자들에게 취업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상반기 채용시장 특징과 시사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구직자가 많이 찾는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 14만4181건 중에서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공고가 전체의 82.0%에 달했다.

반면 신입 또는 경력을 원하는 채용공고는 15.4%였고, 순수하게 신입직원만을 채용하는 공고는 2.6%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이를 두고 “뚜렷한 경력 선호 현상”이 보이고 있다고 풀이했다.

민간 채용 플랫폼에 올라온 상반기 채용공고 중 경력 채용만을 원하는 공고가 전체의 82.0%에 달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대한상의가 5월 하순 대졸 청년 구직자 10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취업인식조사에 따르면 신입 구직자들 역시 경력선호 현상을 체감하고 있었다.

취업 진입장벽을 묻는 질문(복수응답)에 대졸 청년 구직자 중 절반이 넘는 53.9%가 ‘경력 중심의 채용’을 지목했다. 또 33.5%는 ‘인사적체로 신규채용여력의 감소’를 꼽았다. ‘AI 등 자동화로 인한 고용규모 축소’라는 응답도 26.5%에 달했다.

이처럼 경력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청년 구직자들이 경력을 쌓을 기회는 여전히 부족한 상황이다. 청년 구직자의 53.2%는 대학 재학 중 직무경험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대한상의는 “새로운 국제질서, AI 폭풍 등 변화의 방향과 속도가 빨라짐에 따라, 기업들의 채용도 공개채용보다는 수시로, 신입보다는 중고신입을 선호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또 “구직자의 노동시장 진입을 돕기 위해서는 인턴 확대, 학점 인정 연계형 현장실습 확대, 직무 기반 실무훈련 중심의 교육과정 개편 등을 통해 재학 중 직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현재 정부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는 청년일경험사업과 일학습병행제를 확대하는 한편, 참여기업에 대한 인센티브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직자 기대 연봉과 채용공고 수준도 차이 커

대한상의는 구직자와 구인기업간 연봉 미스매치도 상반기 채용시장의 특징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상반기 대졸 청년 구직자의 희망 연봉수준은 평균 4023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신입을 원하는 구인기업 채용공고상 평균 연봉수준은 3708만원에 그쳤다. 구직자와 구인기업의 연봉수준 사이에 격차가 315만원에 달한 것이다.

신규 구직시장이 어려워졌지만 청년들의 큰 기업 일자리 선호는 여전했다. 중견기업 취업을 희망한다는 응답이 33.8%로 가장 많았고, 대기업(28.4%)을 합치면 구직자 10명 중 6명 이상이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원했다. 공공기관이나 공무원 취업을 원한다는 응답은 22.9% 수준이었다.

반면 중소기업(11.4%)이나 벤처 스타트업(3.5%) 취업을 원한다는 청년은 14.9%에 불과했다.

대한상의는 “연봉·복지·근무환경 등 채용정보를 데이터 기반으로 제공하는 사용자 맞춤 채용정보 플랫폼 내실화”가 필요하다고 봤다. 구직자의 직무 선택을 돕고 기업의 채용 효율도 높이는 수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취업시장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수도권 구직자들의 비수도권 취업 의향은 절반을 웃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서울, 경기, 인천) 거주 신규 구직자의 63.4%는 “좋은 일자리가 전제된다면 비수도권에서도 취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다만, 비수도권 취업을 위한 조건(복수응답)으로 높은 급여 수준(78.9%)을 기대했다. 이 밖에 양질의 복지제도(57.1%), 워라밸 실현(55.8%), 고용 안정(42.5%), 커리어·직무역량 개발(29.1%) 등의 선호가 높았다.

윤정혜 한국고용정보원 고용동향분석팀장은 “청년들의 비수도권 취업의향은 수도권 취업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지방취업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이 다소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종명 대한상의 산업혁신본부장은 ‘메가 샌드박스’ 도입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가 기업을 끌어들일 파격적인 규제혁신, 과감한 인센티브, 글로벌 정주여건, AI 인프라 등을 조성해 기업을 유인하고 민간주도형 글로벌 도시에서 청년들이 밝은 미래를 설계할 수 있는 터전을 조성해야 한다”는 취지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