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지 않는 신비의 돌탑이 마음을 끄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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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무너지지 않는 신비의 돌탑이 마음을 끄는 곳 유철상의 가족여행 ㉗ 진안 마이산

기사입력2015-11-22 00:1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마이산 돌탑<사진=상상출판>

멀찍이 떨어져서 바라보면 영락없이 쫑긋 선 말 귀의 형상, 마이산(馬耳山). 그러나 실제로 가까이서 보면 또 다르게 연상되는 무언가가 있다. 이 땅에서 가장 인상깊고 독특한 곳을 꼽으라면 첫손에 꼽힐 정도로 신비로운 분위기가 기억에 오래 남는 곳이다.

이갑용 처사(1860~1957년)는 30여년간 이곳에 살면서 전국에 있는 명산의 돌을 모아 돌탑을 쌓았다. 탑사 바로 위 원추형의 주탑인 천지탑 아래로 갖가지 모양의 돌탑 80여기가 자리하고 있다. 신기한 것은 바람이 아무리 강하게 불어도 탑은 흔들리기만 할 뿐 무너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이산 숫마이봉<사진=상상출판>

이 중에서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천지탑. 높이 13ｍ의 원뿔 형태로 하나의 몸체로 올라가다가 두개의 탑을 이루는 특이한 형상이다. 전체적으로 안정감이 있으면서도 선이 날렵하다. 아무리 거센 폭풍에도 흔들릴 망정 무너지지 않는다고 한다. 천지탑 역시 마치 한쌍의 부부처럼 탑사 한가운데 자리잡아 암수 영봉의 마이산 산세와 잘 어울린다.

숫마이봉 바로 아래에 있는 은수사는 탑사 입구에서 언덕길로 300ｍ쯤 가면 있다. 이곳에 정한수를 떠놓으면 위로 고드름이 올라가는 역고드름 현상이 일어나 풀리지 않는 신비를 간직하고 있다. 은수사에는 이성계가 금척을 받는 그림인 ‘몽금척도’와 금척 복제품, 동양 최대의 북이 있다. 찾는 사람마다 ‘마음이 맑아진다’는 북을 세 번씩 치기 때문에 은수사 일대에는 항상 북소리가 끊이지 않는다．수령 600년의 청실배나무는 천연기념물 386호로 지정되었으며, 이성계가 심었다고 전해진다．

은수사에서 돌계단을 따라 봉우리 사이에 난 길을 오르면 Ｖ자 계곡의 입구인 천황문에 이른다. 암·수 마이봉이 만나는 협곡으로 마이산 등반의 출입문 역할을 한다. 천황문 왼쪽 백운대를 연상케 하는 쇠계단이 암마이봉 입구. 마이산의 바위는 담수성 역암으로 이루어졌다. 중생대 후기 거대한 호수가 융기해 솟아났기 때문에 정상 부근에서 7천만년 전 서식했던 물고기와 조개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마이산 암마이봉<사진=상상출판>

암마이봉 남쪽 급경사면에는 군데군데 대포 자국 같은 구멍이 나 있다. 천신이 이곳에 살고 있는 못된 마귀할멈을 혼내기 위해 벼락을 내려 생긴 자국이라는 전설이 있다. 그러나 풍화작용으로 생긴 타포니지형으로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마이산을 찾아갈 때는 남쪽 진입로에서 접근하는 것이 좋다. 탑사가 가깝고 등산로가 있는 암마이봉을 올라 숫마이봉을 전망한 뒤 내려오는 코스가 차량 이동이 편리하다. 북쪽에서 접근하면 1시간 정도 등반을 해야 한다.

마이산 산책로는１~２시간 정도면 어렵지 않게 걸을 수 있다. 가파른 산길을 타고 넘는 등산로도 있지만 대부분 관광객들은 중앙 산책로를 걸으며 마이산을 구경한다. 임실에서 진안군 백운면으로 넘어가는 언덕마루에 서면 마이산의 독특한 경관을 볼 수 있다. 동쪽은 숫마이봉, 서쪽은 암마이봉. 마이산은 북부에서 접근하기가 훨씬 쉽지만 남부 쪽에서 탑영제를 끼고 탑사를 들러가는 코스가 운치 있다.

암마이봉 등정 후 다시 내려와 철계단 입구 못미처 삼거리에서 왼쪽길로 돌아서면 봉두봉으로 이어진다. 봉두봉 전방 １㎞ 갈림길에서 왼쪽 능선길을 타고 가면 전망대가 있는 나봉암. 나봉암에서는 마치 청룡이 등천을 준비하고 있는 듯한 산세를 3시간30분이면 충분히 볼 수 있다.

또한 한폭의 산수화처럼 신비로운 운일암도 들러보자. 운일암·반일암은 부여의 낙화암까지 뚫려 있다는 ‘용쏘’의 전설을 간직하고 있고 쪽두리바위, 천렵바위, 대불바위 등 집채만한 수많은 바위들이 꼭 있어야 할 제자리에 있어 계곡의 아름다움을 그림처럼 가꾸고 있다.

탑사 전경<사진=상상출판>

사계절 춘하추동의 색깔을 각기 뽐내는 초목들은 자연이 심혈을 기울여 꾸며놓은 신묘한 작품들이다. 절경을 만들 수 있는 유일한 조물주는 오로지 ‘자연’ 뿐이라는 명제가 새록새록 각인되는 곳이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코스 가이드=진안IC - 진안읍내 - 점심(한정식) - 마이산 북측 주차장 - 마이봉 - 은수사 - 탑사 - 남측 주차장 - 진안IC

가는 길=호남고속도로 전주IC에서 우회도로를 따라 전주역 지나 26번 국도를 탄다. 진안로터리를 지나 마령 방면으로 가다가 금당사 방향 우회전하면 마이산.

별미=진안 읍내의 별미음식은 애저찜. 어린 돼지를 통째로 푹 삶아 초고추장이나 새우젓에 찍어 먹는데 고소하고 부드럽다.

무진장 청정지역의 신비로운 풍경=전라도의 오지 무진장으로 더 친숙한 진안. 그러나 지금은 운일암·반일암, 백운동계곡 등 사람의 손을 타지 않은 청정계곡이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많이 찾는 관광지로 각광받고 있다. 사실 이곳은 휘돌아 흐르는 맑은 물, 깨끗한 자갈밭, 주변의 산세가 조화를 이루어 그저 감추어 두기엔 너무 아까운 곳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