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발전과 신뢰 위한 ‘법적 토양’ 기본법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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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정책법률 AI 발전과 신뢰 위한 ‘법적 토양’ 기본법 마련 산업발전과 국민안전…AI 기본법이 넘어야 할 ‘딜레마’㊤

기사입력2025-11-14 11:50

안수영 기자 (syahn@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인공지능(AI)은 다양한 산업 분야를 막론하고 생산성과 업무효율을 높이는 핵심기술로 자리잡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AI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제정했다. 2026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둔 AI 기본법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살펴보고,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일지 짚어본다.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를 위한 ‘법적 토양’ 마련

AI는 긍정적인 측면도 있으나 부정적인 영향도 끼치며, 찬반 논란도 첨예하다. 그러나 좋든 싫든 AI는 이미 발전하고 널리 쓰이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을 거스르기는 어렵다. 이같은 상황에서 AI 산업과 관련한 기본법이 없다면 다양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AI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들이 국가의 지원이나 제도적 울타리 없이 경쟁한다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의 혁신이 늦춰지거나 일정 수준 이상의 성과를 내는 데 한계가 따를 수 있다.

AI 기술이 국가경쟁력으로 급부상하고 있는 흐름에 발맞춰, 국가 차원에서 AI 산업발전을 위한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일반 국민 역시 AI를 이용하며 편리함을 누리기도 하지만, 가짜뉴스에 속거나 딥페이크 피해를 입는 등 부작용에도 시달리고 있다. AI로 인해 피해를 입었을 경우 책임 소재를 묻거나 피해를 구제할 최소한의 법적 근거가 있어야 비로소 국민이 보호받을 수 있다.

이에 AI 기본법은 크게 두 가지 목적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목표는 우리나라 AI 산업을 발전, 진흥하는 것이다. AI 기본법은 우리 기업들이 발전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에서 AI 개발에 필요한 학습용 데이터를 지원하며 제도 개선, 전문인력 확보, 국제협력 및 해외시장 진출, 중소기업 특별지원, 창업 등을 뒷받침하는 내용을 담았다. 또한 3년 단위로 우리나라 AI 산업의 진흥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AI 기본계획’을 세우도록 했다. AI 발전과 신뢰기반 조성을 위한 주요 정책사항을 심의, 의결하기 위해 대통령 소속으로 ‘국가인공지능위원회’도 두기로 했다. 즉 AI 기본법을 통해 국가와 기업이 함께 움직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었다고 볼 수 있다.

AI 기본법의 두 번째 목적은 AI 기술과 산업이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방향으로 발전하도록 하고, 안전한 이용 환경을 조성해 AI에 대한 신뢰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이를 위해 AI의 안전과 관련한 위험을 정의하고 분석하며 관련 정책을 연구하고, AI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지원을 효율적으로 수행하는 기관인 ‘인공지능안전연구소’를 출범하기로 법안에 명시했다. 인공지능안전연구소는 AI가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찾고 이를 최소화해, 누구나 AI를 안전하게 믿고 쓸 수 있도록 기반을 다질 예정이다.

우리나라가 AI 기본법을 통해 기대하는 목표는 ‘글로벌 AI 3대 강국으로의 도약’이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AI 산업의 국가경쟁력은 미국이 1위이며, 2위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는 싱가포르, 영국, 캐나다, 독일, 그리고 우리나라 등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이에 우리나라는 압도적인 3위로 등극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국가 차원에서 AI 경쟁력을 높이고, 국민이 AI를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을 제정, 2026년 1월 22일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미지=클립아트코리아>

세계서 2번째 제정한 AI 기본법?…유럽과 어떤 차이

우리나라는 유럽연합(EU)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AI 기본법을 시행한다. 유럽연합은 2024년 8월 1일에 AI 기본법을 공식 발효했는데, 인간 중심의 가치 수호와 이용자의 안전 보장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유럽연합은 민감한 특성에 기반한 생체 인식 분류시스템 등 인간의 기본권을 명백히 위협하는 특정 AI 시스템을 금지한다. 주요 인프라, 교육 및 직업 훈련, 고용, 의료와 은행 업무 등 필수 민간 및 공공 서비스, 법 집행 등에 쓰이는 AI는 ‘고위험 AI’로 분류하며 엄격한 의무를 부여한다. 일례로 엄격한 위험 관리시스템 구축, 상세한 기술 문서화, 사람이 직접 관리 감독할 것, 높은 수준의 정확성과 사이버 보안 확보 등을 필수로 요구한다. 고위험 AI는 유럽시장에 출시되기 전에 EU의 안전, 건강, 환경 보호 요건을 충족했음을 증명하는 CE(유럽통합인증) 마크를 의무적으로 부착해야 한다. 비교적 강력한 규제인데, 이는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빅테크 기업의 시장 지배를 막고 유럽시민을 보호하려는 측면도 있다.

한편, 우리나라의 AI 기본법은 미국처럼 자율을 강조한 산업진흥과 유럽연합에서 주로 고려한 안전윤리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우리나라에는 네이버, 카카오, LG AI연구원 등 AI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있으며, 루닛과 같이 이미 글로벌 의료시장에서 인정받는 스타트업도 있다. 이에 우리나라의 AI 기본법은 기업의 AI 발전을 돕고 혁신을 저해하지 않도록 접근하고자 했다. 이와 더불어 이용자의 안전을 고려한 내용도 일부 담고 있다. 즉 기업의 성장과 국민의 안전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함께 법적으로 담아내고자 시도한 국가는 사실상 우리나라가 처음인 셈이다.

자칫 충돌하기 쉬운 두 가지 측면을 조화하고자 했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AI 기본법에는 맹점도 존재한다. 벤치마킹할 대상 역시 없기 때문에, 법안을 시행한 이후에도 이해관계의 충돌이나 각계각층의 고충이 흘러나올 것으로 보인다.

AI 산업을 발전시키기 위한 ‘든든한’ 지원을 담았다

우리나라의 AI 기본법은 주로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법안 제3장은 AI 기술개발 및 산업육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에서도 법안 제13조는 AI 기술 연구개발 사업을 지원하는 내용을, 제14조는 AI 기술의 표준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표준화란 AI 시스템의 안정성을 측정, 검증하는 통일된 기준을 제공하는 것으로 호환성, 신뢰성, 안전성을 확보하는 기반이 된다. 표준화가 이뤄져야 서로 다른 기업이나 기관이 개발한 AI 기술과 시스템이 원활하게 연동될 수 있고, 해외시장에 진출해서도 국제적인 협력과 교류가 용이해진다.

제15조는 AI 학습용 데이터 관련 시책의 수립과 관련한 내용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이 학습용 데이터를 통합적으로 제공,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 관리하고 민간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AI 모델의 성능은 양질의 데이터를 얼마나 학습할 수 있는지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학습용 데이터는 AI가 발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연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실에서 AI 학습에 필요한 막대한 양의, 양질의 데이터를 민간기업이 혼자서 제대로 확보하기란 매우 어렵다. 국가 차원에서 고품질 데이터를 지원하는 것은 국내기업들이 AI를 고도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17조에는 중소기업 등을 위한 특별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부는 AI기술 및 AI 산업과 관련한 각종 지원시책을 시행할 때에는 중소기업 등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AI 기술개발은 막대한 자본과 슈퍼컴퓨팅, 대규모 데이터 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자칫 대기업 중심으로 기술 독점이 심화될 수 있다. 따라서 중소기업을 우선 고려한다는 항목은 소규모 기업체의 사업자도 다양한 아이디어와 혁신을 꽃피울 수 있는 발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제18조는 창업의 활성화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일자리 창출 및 전문인력을 양성, 발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AI 기본법은 AI 데이터센터의 구축과 운영을 활성화하고, AI 집적단지를 지정하며, 사업자가 기술의 실증과 성능시험 등을 할 수 있도록 필요한 시설과 장비, 설비를 지원하는 실증기반을 조성하는 내용도 담고 있다. AI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해외 전문인력 유치를 지원하며, 정부 차원에서 AI와 관련한 국제협력과 해외시장 진출도 추진할 방침이라 관련 업계에 호재가 될 전망이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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