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대궐’ 노란 꽃구름 사이로 꽃비 내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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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꽃대궐’ 노란 꽃구름 사이로 꽃비 내리네 유철상의 가족여행 ㊶이천 백사면 산수유마을

기사입력2016-03-20 00:00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백사면 산수유 마을 전경<사진=상상출판>

시나브로 봄 소풍의 계절이 돌아오니 지천에 동백, 매화, 개나리, 산수유, 벚꽃까지 봄을 알린다. 그리운 쪽으로 고개가 먼저 돌아가지만 발걸음 가벼운 이천에서 노란 꽃대궐을 맞이할 수 있으니 그저 몸만 가볍게 떠나보자. 수도권에서 1시간 거리의 이천은 당일 여행도 가능하지만 부담 없는 1박2일 여행코스로 안성맞춤이다. 봄 내음 밀려오는 요즘 멀리 가지 않고도, 흙도 만져 보고 꽃향기에 취해 보는 주말 스케줄을 만들 수 있다.

봄기운이 완연하니 기분 좋게 꽃구경을 나선다. 백사면의 산수유 군락지가 이천의 새로운 봄꽃 구경의 명소로 등장했다. 이천 시내에서 여주 방면의 이포대교를 향하다 현방리에 이르면 도로 왼쪽으로 영원사라는 사찰 이정표를 만날 수 있다. 이천에서 가장 높은 원적산(563.5m) 아래 자리한 영원사를 향해 가는 길은 송말리에서부터 도립리를 거쳐 경사리에 이르기까지 산수유나무가 대규모 군락을 이루고 있다.

산수유<사진=상상출판>

길 사정은 그리 좋은 편이 아니어서 차량 두 대가 겨우 교차할 정도로 폭이 좁지만 구불구불한 이 길을 따라 원적산 자락을 향하여 조금만 가다 보면 이내 주변 풍경을 노란색 원색으로 물들인 산수유꽃 군락과 마주친다. 몇 년 전부터는 아예 산수유 꽃길을 단장하고, 고유한 맛과 향을 살린 다양한 먹을거리를 만들어 선보이는 ‘산수유 축제’를 열어 화려한 꽃잔치를 펼친다.

남쪽의 구례 산수유마을보다 늦게 알려졌지만 얕보면 곤란하다. 봄이면 노란 산수유꽃으로 뒤덮이는 경기도 이천의 도립리, 송말리, 경사리 일대는 수령 100년 내외의 산수유나무가 8000여 그루에 달한다. 대개 3월말부터 꽃이 피기 시작해 3월말을 전후로 산수유꽃은 절정의 모습을 보인다.

마을 사람들은 이곳의 산수유가 수령이 족히 100년을 넘는다고 자랑스레 이야기 한다. 특히 도립리는 마을 전체가 산수유 군락지를 형성하고 봄 철 마을 일대에 황홀경을 연출한다. 1그루만 있으면 자식 하나 대학 공부까지 시켰다는 나무가 바로 산수유다. 또한 가을이면 산수유는 선홍색의 열매를 맺어 한껏 붉은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도립리 마을에서 영원사로 올라가는 산길 여기저기에도 산수유가 꽃을 피운다.

산수유마을 축제 전경<사진=상상출판>

송말리에 들어선 원적산 영원사는 사적기에 따르면 신라 선덕여왕 7년(638) 해호선사가 창건했다고 한다. 눈여겨볼 것은 고려초기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약사여래좌상이라는 유물로 서 본래는 영원사 대웅전 오른쪽 약사전에 안치되어 있던 것을 1985년 지금의 자리로 옮겨 놓았다. 목 위의 두상 부분 역시 새로 만들어진 것이다. 비구니들이 수도하는 사찰이라 그 런지 경내 분위기가 단아하기 그지없다.

임금님쌀밥 한상<사진=상상출판>

이천 산수유마을의 시작은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조선왕조 중종 시절, 조광조를 따르던 엄용순이라는 선비가 기묘사화를 피해 이곳으로 낙향했다. 그와 뜻을 같이 한 다섯 명의 선비와 함께 이곳에 육괴정이라는 정자를 짓고 주위에 느티나무와 산수유나무를 심은 것이 마을의 시초가 되었다.

오랜 세월이 흘러 도립마을은 산수유 하나로 전국에서 유명한 마을이 되었다. 도립마을은 남한강에서 한발짝 물러선 산골, 서울에서 자동차로 1시간 남짓 거리다. 해마다 3월 말이면 원적산(634m) 자락을 타고 산수유꽃이 샛노랗게 물들어 간다. 수도권에 이리도 아름다운 꽃마을이 숨어 있었다는 사실에 새삼 놀라게 된다.

3만여 평의 산골 마을에 8000여 그루의 산수유가 꽃대궐을 차린다. 산자락이면 산자락대로 숲길이면 숲길대로 산수유가 만발해 3월말이면 이 일대는 무릉도원 부럽지 않은 꽃마을이 된다. 산수유나무는 가지 끝에 우산살처럼 꽃자루가 펼쳐지고 그 끝에 작은 꽃이 피어난다. 원적산 기슭의 조금 높은 둔덕에 올랐더니 마을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마을 전체에 노란색 물감을 흩뿌려 놓은 것 같다. 그야말로 봄빛이다. 봄날의 꽃놀이는 겨우내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고 눈을 밝힌다. 마음속에 꽃나무 한 그루 심고 싶어진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코스 가이드=서이천IC - 점심(이천쌀밥) 이천 시내 - 백사면 - 영원사 - 산수유 마을 – 서이천IC

가는 길=중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서이천IC에서 나오는 게 가장 편하다. IC에서 나오면서 바로 좌회전해 이천 방향으로 나오면 이천 도예촌인 수광리다. 이천쌀밥집 앞에서 오른쪽 이천 시내방향으로 우회전하면 3번 국도. 그리고 이천 시내를 지나 백사면, 양평 이정표를 따라 70번 도로를 타면 된다.

맛집=이천을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쌀밥집을 만날 수 있다. 모두 임금님표 이천쌀을 사용해 밥을 짓는다. 반찬도 20가지 정도로 푸짐하게 낸다. 쌀밥집에서는 이천쌀을 구입할 수도 있다.

잠자리=도자펜션은 이천에서 도예 체험과 숙박을 같이 할 수 있는 곳이다. 도예가인 최한규 작가가 운영하며 단순한 펜션보다는 문화공간이 더 어울릴 듯. 초가집으로 지어진 펜션은 인위적인 느낌이 전혀 없고 옛 정취가 물씬 풍긴다. 펜션이 아닌 민속촌이나 전통마을에 온 느낌. 저녁에는 앞마당에서 바비큐를 해먹을 수 있고 가마솥에 이천 쌀로 밥을 지어 가마솥 누룽지까지 맛보게 해준다.

도자기 체험 코스 추천=이천은 작은 도시지만 쌀밥과 도자기, 산수유꽃 말고도 볼 것도 할 것도 많은 곳이다. 세계 도자기센터와 더불어 만화박물관과 아트갤러리도 있고 설봉산도 들려봄직하다. 옹기종기 모여 있어 몇 번만 왔다 갔다 하면 길도 곧 훤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