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품만 아니라 터전, 고향과 역사를 빼앗겼다”

프린트

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예술품만 아니라 터전, 고향과 역사를 빼앗겼다” 나치와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 초상…우먼 인 골드(woman in gold)

기사입력2016-08-08 11:16

전민지 객원 기자 (artalice.mj@gmail.com) ㅣ다른기사보기

클림트의 그림을 떠올린다면 대표적으로 ‘The Kiss’와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 초상’을 머릿속에 그리게 된다.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는 오스트리아 제당사업가의 부인으로 많은 예술가들과 어울리며 후원자 역할을 했다. 영화는 나치에게 불법적으로 빼앗긴(나치에 의해 오스트리아 벨베데레 미술관에 판매가 된다)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 초상(1998년 숙모의 젊은 시절이 담긴 그림)을 되찾기 위해 노년기로 접어 든 그녀의 조카 마리아 알트만이 국가를 상대로 벌이는 싸움으로 시작한다.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의 초상Ⅰ’, 1907, Oil·silver and gold on Canvas, 138×138cm, Neue Gallery, New York

주인공인 마리아 알트만은 자신의 싸움이 돈과 예술만이 아니라 가족의 추억을 되찾기 위함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녀는 50년 전 부모를 고국에 남기고 학살과 핍박으로부터 자유를 찾기 위해 남편과 미국으로 떠났다. 그녀에게 고향은 트라우마이며 다시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그러나 마리아는 숙모와의 기억이 담긴 그림을 되찾기 위해 오스트리아로 떠난다. 8년간의 긴 기간 동안 그녀를 도와주는 것은 변호사 랜디다. 마리아의 변호사인 그는 작곡가 쇤베르크의 손자로 미국에서 태어난 미국인이다.(랜디의 할아버지인 아르놀트 쇤베르크는 20세기 전반기의 가장 영향력있는 작곡가 중 한명이었으며, 12음기법을 확립한 장본인 중 하나다)

오스트리아의 유대인, 전쟁에 대한 역사와 아픔을 모르는 랜디는 마리아의 예술품 환수 사건이 귀찮았지만, 아델레 브로흐 바우어 초상의 작품 추정가를 알고 나서 마리아를 열심히 도와주려 한다. 하지만 클림트의 그림은 이미 오스트리아의 국가 보물로 지정돼 있어 되찾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영화는 우여곡절 끝에 “예술품만 빼앗긴 것이 아니라 터전, 고향과 역사를 빼앗겼다”는 마리아 알트만의 말을 남기고 8년간의 싸움 끝에 그림을 되찾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영화 중반부에 등장하는 로널드 로더는 에스티 로더의 손자다. 그는 마리아에게 “나치에 의해 약탈당한 예술작품들은 2차 세계대전의 마지막 수감자이고 아델레는 그들의 여왕이죠”라는 말로 그녀를 위로한다. 결국 클림트의 작품을 환수한 마리아는 뉴욕에 위치한 로널드 로더의 노이 갤러리에 작품을 판매해 많은 대중들에게 공개한다. 아직도 나치에게 빼앗긴 예술품 약 10만점 이상이 실제 주인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있다.[2015.07.09./109분/미국, 영국/12세 관람가/감독 사이먼 커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