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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이민과 경계 그리고 문화적 혼종에 대한 질문
경계를 넘는 조각과 설치의 힘…양혜규 작가
- 기사입력2025-11-02 10:00
김현성 기자 (kimhs@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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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혈巖穴 주위 음지 생물Umbra Creatures by Rockhole’(detail), 2017~2018,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 2025, 사진:Tyler Small, 이미지 제공:국제갤러리.2025년 하반기, 양혜규 작가는 세인트루이스, 취리히, 중국, 대만 등 미주와 유럽, 아시아 주요 미술기관에서 연이어 전시를 펼치며 자신의 예술적 확장성을 증명하고 있다. 한국과 베를린을 오가며 시대의 질문에 답해 온 그는, 산업용품과 수작업, 미니멀리즘과 민속적 상상, 실험과 감각의 경계를 뒤섞는 조형언어로 세계 미술계의 블루칩으로 자리매김했다.
양혜규는 현재 미국 세인트루이스 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 ‘의사擬似-하트랜드(Quasi-Heartland)’를 선보이며 미국 중서부 관객과 15년 만에 재회한다. 이번 전시는 미시시피강과 미주리강이 만나는 ‘하트랜드’의 상징성과 ‘외부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미묘하게 직조한다. 블라인드, 금속 방울, 면실, 합성 끈 등 일상적이지만 이질적인 재료가 조각과 설치로 변모하여, 이민과 경계, 문화적 혼종에 대한 질문을 조각적으로 펼쳐 보인다. 신작 ‘복수 둔덕 동차’는 미시시피 유역 원주민의 거대 무덤에서 영감을 받아, 바퀴와 손잡이가 달린 대형 블라인드 조각으로 움직임, 장소성, 공동체적 의미를 맺는다.
동시에, 스위스 취리히 미그로스 현대미술관에서는 유럽 3개국 순회 서베이전의 피날레 ‘양혜규: 윤년(Leap Year)’이 곧 열린다. 산업품, 뜨개실, 금속 등 재료적 혼종성과 사회·정치적, 영적 일상성, 복수성과 수행성을 주제로, 지난 30여 년간의 작업이 새롭게 맥락화된다. 신작부터 대표 시리즈까지 다양한 작업이 촘촘하게 연결되어 일상과 예술, 현실과 상상, 규범과 파괴의 경계를 넘나든다.
한편, 아시아에서도 양혜규의 프로젝트는 전방위로 확장 중이다. 중국 허미술관 5주년 단체전, 상하이 비엔날레, 대만 타이중 미술관 대형 커미션까지, ‘의례’와 전통, 정체성, 근대성, 공동체적 기억을 동시대 언어로 재해석한다. 대만 타이중에서는 고목의 신성성과 사회적 연대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한 ‘유동 봉헌 – 삼합 나무 그늘’을 선보인다. 작가는 한국의 당산나무처럼 공동체적 인도와 정신적 지주로서 존재했던 고목의 문화적 상징성에 주목했다.
양혜규는 뉴욕 구겐하임, 현대미술관, 파리 퐁피두, 런던 테이트, 도쿄 모리미술관 등 세계 유수 미술관에서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 베니스비엔날레를 포함해 카셀 도큐멘타, 각종 국제 비엔날레에서 장르적 한계를 뛰어넘는 작업을 선보여왔다.
양혜규의 예술 여정은 공간과 시간, 경계와 정체성을 넘나들며 관객의 감각과 사유 방식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김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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