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억서억’ 남북한 군인이 만난 갈대밭 가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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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서억서억’ 남북한 군인이 만난 갈대밭 가볼까 유철상의 가족여행 <58>서천 신성리 갈대밭

기사입력2016-11-05 08:37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노을과 금강하구둑 가창오리(위, 사진=서천군청), 갈대와 철새떼<사진=상상출판>

깊어가는 가을 ‘앉은뱅이술’을 뒤로 하고 길 건너편의 한산모시관으로 마실을 나선다. 이곳에서 서천의 대표 특산품인 한산모시의 역사와 직조 과정을 볼 수 있다. 한산모시는 백제시대 이래 1000여년 동안 진상품이었던 서천군의 명물이다. 모시관 내에는 옛 베틀과 길쌈에 필요한 도구, 다양한 모시 제품이 전시된 전수교육관과 길쌈놀이의 유래, 모시 직조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수관, 전통공방 등이 있다. 모시관에서 모시 배틀을 쉼 없이 당기는 할머니의 모습이 애잔하다. 부르튼 입술과 손등을 보니 고집스런 장인정신이 느껴진다. 수많은 관광객이 묻는 말에 친절한 대답도 잊지 않는 할머니의 모습도 정겹다.

한산모시관을 나서 신성리 갈대밭을 찾아간다. 서억서억 바람 부는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갈대밭으로 가는 길은 스산한 바람이 을씨년스럽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에서 북한군 송광호와 남한군 이병헌이 처음 마주치는 장면을 촬영한 신성리 갈대밭이 바로 이곳에 있다. 늦가을이 되면 노랗게 꽃을 피우는 갈대밭의 한없는 흔들림을 보며, 날아가는 새들과 바람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장소다.

마량포구 갯벌과 일몰<사진=상상출판>

충청도와 전라도를 가르며 도도하게 흘러내린 금강은 서해로 흘러들기 전에 장대한 갈대밭을 펼쳐놓았다. 폭 200m, 길이 1km로 면적이 무려 7만여 평에 이른다. 갈대밭은 모름지기 솜털처럼 부드러운 하얀 꽃이 선선한 바람 장단에 맞춰 춤사위를 펼치는 가을에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신성리 갈대밭은 12월에도 매력을 잃지 않는다. 겨울을 나기 위해 찾아든 수만 마리의 철새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억서억 바람을 가르는 키 높은 갈대 사이로 산책로가 이어져 있고 갈대를 주제로 한 시구가 곳곳에 적혀 있어 운치를 더한다. 금강을 따라 이어진 둑방길에는 다정한 연인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다.

갈대밭 입구로 내려가 흔들다리까지 산책을 나선다. 얼기설기 엮어 만든 습지 위에 놓인 흔들다리도 건너보고 웅덩이를 가로지르는 나무다리도 지나본다. 반짝이는 강물, 흔들리는 갈대를 배경으로 기념사진도 찍어 본다. 갈대밭의 장관을 카메라에 담으려면 이른 아침이나 해질 녘이 좋다. 철새를 좀더 쉽게 만나려면 금강하구언의 철새 탐조대를 찾아가는 것도 좋은 방법.

서천해양박물관 물고기 화석<사진=상상출판>

서천의 또 다른 매력을 보고 싶다면 서천의 북쪽 끝인 마량포구로 가보자. 서천의 북쪽 서면의 바닷가에 갈고리처럼 매달려 남북으로 뻗은 마량리는 그 독특한 지형 때문이다.

마량포구 일출은 12월20일부터 1월 초순까지는 섬이나 육지에 걸리지 않고 순전히 바다에서 떠오르는 해를 만날 수 있다. 마량포구 근처에 숙소를 잡았다면 일찍 일어나 서해의 해돋이를 감상해 보자. 포인트는 마량포구 방파제와 포구 입구 언덕에 위치한 서천해양박물관 앞이 좋다. 12월에는 아침 7시에서 7시30분 사이에 해가 뜬다. 반면 어느 곳에서 봐도 좋은 낙조는 4시40분부터 5시30분 사이.

일몰이나 일출을 감상하고 몸도 녹일겸 서천 해양박물관을 관람하는 것도 좋다. 함정 모형의 해양박물관은 개인 사업을 하는 이장복씨가 전 재산을 들여 완성됐다. 1층 전시실은 식인조개 등 패류와 바다의 포악자 청상아리 등 어류 박제 2000여 점이 전시돼 있고, 2층 전시실은 각종 어류와 식물의 화석과, 다양한 종류의 공룡이 전시돼 있다. 거대한 송림에 둘러싸인 춘장대해수욕장에서는 오전 썰물 때 맛조개나 골뱅이를 잔뜩 잡을 수 있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