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아! 푹 쉬다 가이소” 십승지 가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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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가족여행 “아아! 푹 쉬다 가이소” 십승지 가야산 유철상의 가족여행 <65>성주 가야산 심원사㊤

기사입력2017-01-13 18:32

유철상 객원 기자 (poetry77@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가야산에서 본 일출<사진=상상출판>

똑같은 시간과 되돌이표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 ‘나’를 찾는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떠난다. 작은 절에 가서 내 마음의 근본을 찾아 모든 걸 내려놓고 싶다. 가야산 깊은 산으로, 나를 위한 고즈넉한 공간 심원사로 말이다.

여행에는 두 가지 종류가 있는 것 같다. 펼쳐진 자연을 단순히 느끼고 즐기기만 하는 여행과 여행지에 대한 배경지식을 알고 봐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여행.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제대로 들어맞는 곳이 바로 가야산일 것이다. 스쳐 가며 보는 사람에게는 단순한 ‘절’이고 교과서 속에서나 보았던 선비의 고장일 뿐이지만, 절과 마을의 내력을 알고 보는 사람에게는 역사책이나 소설보다 중요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심원사 전경<사진=상상출판>

소백산맥 자락에 자리한 가야산은 경상남도 합천군을 중심으로 거창군, 경상북도의 성주·고령군과 접해 있는 산이다. 주봉인 상왕봉은 우뚝 솟은 자태가 아름다워 일명 ‘우두산’으로도 불리는데, 높이가 1439m에 이른다. 상왕봉을 중심으로 칠불봉·두리봉·깃대봉·단지봉·의상봉·남산제일봉 등 해발 1000m를 넘는 거봉들이 넓게 펼쳐져 있으며, 충청·경상·전라 3도를 경계 짓는 대덕산을 서쪽에 끼고 있다. 가야산은 1966년 사적 및 명승 제5호로 지정되었으며, 1972년엔 국립공원 제9호로 지정되었다.

산의 이름이 가야가 된 데에는 두 가지 유래가 있다. 하나는 합천과 고령 지방이 본래 대가야의 영토인 데서 비롯된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불교와 관련된 것이다. 산의 생김새가 소의 머리처럼 생겼다고 해서 이전에는 우두산이라고 불렸는데, 범어(산스크리트어)로 가야라는 것이 ‘소’를 뜻하여 불교 성지인 이 산에 가야란 이름이 붙었다는 것이다.

가야산 줄기<사진=상상출판>

가야산은 옛 가야 지방을 대표할 수 있는 상징적인 산신 이야기를 가지고 있다. 가야산의 산신은 정견모주라는 여신인데, 동국여지승람의 기록에는 대가야왕을 낳은 어머니다. 이후에 정견모주는 가야 지방의 여신으로 남아 있다가 지금은 산신으로서 존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가야산의 지세나 풍경이 천하에 뛰어나며 그 덕은 해동에 견줄 것이 없으니 참으로 수도할 좋은 곳’이라고 했다.

가야산은 역사적으로 호국불교의 전통을 간직하고 있다. 신라 말 해인사 승군 중 희랑이 군사를 일으켜 고려 건국을 도운 것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는 의병을 지휘한 유정이 말년을 보낸 곳으로도 유명하다. 민족항일기에는 젊은 승려들이 중심이 된 항일운동과 독립운동의 근거지가 되기도 했다.

가야산의 울창한 수림 속에는 아름다운 계곡이 즐비하고, 우비정(牛鼻井)과 천연 빙굴은 그 비경을 더한다. 그러나 가야산의 대표적 명소는 뭐니 뭐니 해도 법보사찰 해인사다. 고려시대 때 제작된 팔만대장경과 장경판전은 이미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사찰과 주변의 일곱 암자에서는 새소리, 물소리, 산소리가 어우러져 깊은 산의 아늑한 정취를 느낄 수 있게 한다. 그 외 사찰로는 청량사와 길상사 적멸보궁 등이 있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사진=상상출판>

수려한 자연환경으로는 홍류동 계곡이 유명하다. 조선시대의 문인 김종직의 시에서 ‘그림 같은 무지개다리…’라고 한 무릉교가 바로 홍류동의 시작을 알리는 지점이었다. 지금은 홍수로 떠내려가고 남아 있지 않은 무릉교에서 치인리까지 10여 리에 달하는 홍류동 계곡은 높은 절벽과 골짜기의 흰 돌들이 신비한 느낌을 준다. 계곡 양옆에는 송림이 우거지고, 봄에는 진달래가, 가을에는 단풍이 붉게 물든 것이 특히 인상적이라 홍류동이라 불린다.

계곡의 건너편에는 최치원의 사당인 학사당이 있다. 홍류동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다 보면 바위 위에 문인들이 경승지 이름을 새겨 놓은 곳이 많다. 강희맹은 체필암·음풍뢰 등의 이름을 남겼고, 낙화담·회선암 등에도 글씨가 남아 있다.

최치원이 이곳에 은거한 뒤부터 유람과 풍류의 이상향이 되기도 했다. 신라 말 대문장가였던 최치원은 신라의 기울어짐을 보고 은퇴해 가족을 이끌고 가야산 깊숙이 은거하고 나타나지 않았다고 한다. 지금도 홍류동 계곡에는 최치원이 바둑을 두던 곳이라는 바위에 최치원의 ‘가야산 독서당시’가 남아 있다. 세월이 흐르면서 아주 흐릿하게 남아있던 것을 훗날 송시열의 글씨로 다시 남겼다고 전해진다. 또 조선시대에는 김종직이 이곳을 찾아 시를 남겼다. 그 외 조선의 많은 문인들이 최치원의 행적을 흠모하거나 가야산의 절경을 담은 시들을 남겼다. 강희맹이 지은 시와 배중부가 해인사로 가는 친구를 배웅하면서 남긴 시, 김일손이 은사를 찾아 가야산을 유람한다는 내용의 시들이 유명하다.[유철상 상상출판 대표]

Travel Guide

가는 길=중부내륙고속도로 성주IC – 수륜면 – 수륜초등학교 – 언덕길 – 가야산국립공원 주차장 – 심원사

해동제일의 명산 가야산=이중환은 택리지에서 “경상도에는 바위로 된 산봉우리가 불꽃처럼 솟아 있는 형태의 산이 없다. 오직 합천의 가야산만이 바위 봉우리가 줄줄이 이어져 마치 불꽃이 공중으로 솟아오르는 듯하여 지극히 높고 수려하다”라고 했다. 그만큼 산세가 웅장하고 수려해 해동제일의 명산으로 불리기에 손색이 없으며 소나무와 기암괴석은 한 폭의 산수화를 보는 듯하고, 해인사 입구까지 이르는 4㎞의 홍류동 계곡물은 깨끗하고 시원하다. 계곡 주위 송림 사이로 흐르는 물이 기암괴석에 부딪히는 소리가 최치원 선생의 귀를 멎게 하였으며, 선생이 갓과 신만 남겨 두고 신선이 되었다는 전설이 헛된 이야기만은 아니다. 계곡 왼쪽으로는 진달래꽃과 소나무 숲이 어우러진 기암절벽의 남산제일봉이 있으며, 남산제일봉에는 최치원 선생이 즐겨 찾았다는 청량사가 있다.

가야산야생화식물원=성주군에서 조성한 국내 유일의 군립식물원으로 야생화를 주제로 꾸민 야생화 전문 식물원이다. 1000여평 규모의 2층 야생화 학습원에는 멸종위기 2급 식물인 대청부채, 울릉도에서만 자생하는 섬시호 등 희귀 야생화를 비롯해 가야산에 자생하는 야생화 600여종이 식재되어 있다. 겨울철에 이곳을 방문한다면 야외에서 자라나는 야생화를 볼 수 없어 아쉬움이 크지만, 종합전시관과 유리온실에서 녹색의 싱그러움을 만끽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