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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신비, 무의식…현대인의 망각된 사고를 자극하다
신예 작가 발굴 프로젝트…㉒도경원 작가
- 기사입력2019-04-04 15:53
김찬용 전시해설가 (art_inside@naver.com)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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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요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이니” 히브리서 11장 1절의 성경 구절이다. 과거부터 인류는 실상 도달할 수 없는 진리에 접근하기 위해 종교, 예술, 과학, 수학 등 각자의 방식으로 말로 설명할 수 없는 절대적 영역의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했다. 미술은 이에 가장 적합한 수단 중 하나였고, 특히 종교와 미술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맺으며 중세시대까지 함께 해왔다.
그러나 인류의 중심에 종교가 아닌 과학이 자리한 이후 종교와 미술은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해 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현대에도 이런 종교적 영감을 시작으로 영적 진리의 경험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하는 작가가 있다. 무의식에 의한 표현으로 현대인의 망각된 사고를 자극하는 작가 도경원을 만나보자.
‘Circus’, 162×130cm, oil on canvas, 2017Q. 간단히 자기소개를 해달라.
신화와 성경, 신비, 무의식을 사랑하는 작가 도경원입니다.
Q. 자신의 작품세계를 좀 더 자세히 소개한다면?
저는 신화와 같은 고대의 이야기를 좋아해요. 고대에는 지금보다 영적인 것들과 세계가 더 연결되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영감과도 더 가까웠을 것이라 생각하고요. 그 시대의 글들을 좋아하고 성경의 이야기들도 좋아해요. 성경에도 성전을 표현할 때 어떤 색을 어떤 모습으로 표현해야 하는지에 대한 상징적이고 비유적인 표현들이 많이 있는데, 그런 것들이 신기하고 관심이 많이 갔어요. 성경의 이야기처럼 우리 삶의 각각의 물질에는 사전적 정의 외 고유의 속성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것들에 호기심을 갖고 과거와 현재를 연계선상에서 연결된 관계들을 표현하고 싶었고, 그래서 본능적인 의식의 흐름에 따라 표현하는 작품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들은 현실에서 반영되기도 하고 꿈과 같은 무의식과 상상에서 비롯되기도 하고요.
Q. 신비, 무의식, 환상에 관심 갖게 된 이유는?
처음은 성경이었던 것 같아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성경에서 성전을 지을 때는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지어야 된다는 법칙들이 존재하는데, 그 하나하나의 행동들에 의미가 있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그 의미들은 무엇일까?’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저도 마치 그런 영적인 힘처럼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힘을 가진 작품을 그리고 싶어서 관심 갖고 연구하기 시작했던 것 같아요.
Q. 영적인 아우라를 표현하고 싶다는 이야기로 이해되는데, 감상자는 도경원의 작품을 어떻게 느끼길 원하는가?
저는 멍~해졌으면 좋겠어요. 사람들은 현실의 감각 속에 살아가잖아요. 어떻게 돈을 벌고 가족들을 먹여 살려야 하는지에 대한 현실적 사고가 아니라 그보다 더 위에 있는 감각들을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걸 보는 순간 당장 눈앞에 현실보다 더 중요한 것을 깨닫고 고민하게 되는 그런 작품으로 느껴졌으면 좋겠어요.
Q. 그러한 본인 작품세계가 가장 잘 담긴 작품을 소개한다면?
제가 가장 애착 있게 그렸던 작업으로 ‘Red hill’을 소개해 드리고 싶어요. 세상이 끝나는 날을 표현한 작품이었어요. 이 작품에 그려진 게 이스라엘에 있는 성전을 그린 거예요. 위에 번개가 치는 표현은 신이 강림하는 듯한 모습을 표현한 것이었고요. 신이 예루살렘에 온 다음 세상의 끝이 시작되었다고 생각하고 표현했거든요. 이 날이 삶을 선하게 산자들에게 구원의 날일 수 있고 악하게 산 자들에겐 두려움의 날이 되겠죠? 그런데 제가 이 그림을 그릴 때 제가 느낀 감정은 두려움이었어요.
저는 올바르게 살고 있지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했고, 그래서 늘 끝에 대해 생각하고 고민하며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끝 앞에서는 삶의 고통과 고뇌는 너무 작게 느껴지는 것 같아서 오히려 마음이 편해지는 부분도 있는 것 같고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이 제일 기억에 남았어요.
‘Red hill’, 113×162cm, panit on panel, 2017Q. 표현적으로 영향을 받거나 좋아하는 작가가 있는가?
우선 저는 백신스키의 작업에 영향을 많이 받았어요. 이 작가도 특정한 주제를 정해 놓는다기보단 무의식이나 내면에서 솟아오르는 풍경들을 작업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방식들에 영향을 받았던 것 같아요. 그리고 과거 다큐멘터리에서 피카소가 황소를 그리는 모습을 보았는데, 황소를 그리다가 즉흥적인 영감으로 그림을 지우고 변형하며 그리는 방식 자체가 더 작품으로 깊게 들어가는 방법이 될 수 있겠다는 영향을 받아서 이 둘의 영향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사실 그 외에도 다양한 예술가와 문학, 영화 등 여러 곳에서 영감을 얻고 있고요.
Q. 주로 회화 중심의 작업을 하는데, 이유가 있는가?
기법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조각과 사진은 현실적인 느낌이 상대적으로 강하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회화는 좀 더 확장된 표현들이 가능한 것 같아요. 그 특유의 표현적 특성들이 좋아서 회화를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앞으로는 더 확장된 방식으로 표현해보려고 고민하고 있어요.
Q. 현재 작가로서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결국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 생각하지만, 기회가 없다는 게 고민인 것 같아요. 저는 제가 관심 있는 분야에 대해 더 고민하고 파고들고 싶다는 게 작가로서는 가장 큰 고민인데, 그럴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당장은 부족하다는 거죠. 대학시절 작업에 몰두하고 싶어서 두 달 정도 스케치북을 들고 다니며, 하루 종일 언제든 떠오르는 게 있을 때 쉬지 않고 색을 덮고 쌓아올리며 그림을 그렸었는데, 완전 몰입했을 때의 감각 속에 나오는 결과물이 좋았고 너무 행복했던 순간이었거든요. 지금은 현실적인 이유로 그런 경험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자체가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Q. 작가로서 앞으로의 계획을 간단히 소개해 달라.
제 작업의 방향 자체가 바뀌진 않을 것 같아요. 다만 이 주제와 표현에 대해 더 깊게 고민하며 파고들 생각입니다. 이를 설치미술, 영화, 연극 등 시간 속에 존재하는 형태로 확장해 나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어요. 제가 언어적인 것에 영감을 많이 얻다 보니 음이나 형상 같은 것들에 자극을 많이 받아서 작품에도 표현적으로 드러나거든요. 앞으로는 작업을 하며 느꼈던 이런 감각들이 더 열린 형태로 전달될 수 있게 무대를 통해 표현해볼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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