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카소가 3만원 주고 산 앙리 루소 ‘여인의 초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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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예술을 읽다 피카소가 3만원 주고 산 앙리 루소 ‘여인의 초상화’ 몽마르트르의 막장 파티와 몽파르나스에 묻힌 화가㊤

기사입력2019-06-13 15:09

김윤아 작가 (bombbi0401@naver.com) ㅣ다른기사보기

몽마르트르의 막장 파티와 몽파르나스에 묻힌 화가㊤

파리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대부분 몽마르트르(Montmartre) 언덕을 찾는다. 그 이유중 하나가 이 산동네에 얽힌 예술가들 이야기 때문이다. 아기자기한 산동네, 딱 맞는 배경이다.

그러나 많은 방문객들은 몽파르나스(Montparnasse)에 대한 미술역사는 잘 모른다. 몽파르나스에는 파리의 유일한 고층건물과 베르사유 궁전으로 가는 기차를 탈 수 있는 역이 있다. 특별한 게 없어서 관광객들은 잘 가지 않는다.

이제 여행철도 다가오고 하니 20세기 초 이 두 군데에서 일어난 미술일화를 소개하고자 한다. 하나는 해피엔딩, 하나는 비극. 여행객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20세기 초 몽마르트르는 파리 안에 있지만 ‘시골틱’한 분위기와 집값이 싸서(산동네), 많은 예술가들이 몰려와 거리에서 이젤을 놓고 그림을 그렸다. 풍차가 있는 방앗간이 나이트 클럽으로 바뀌었고, 이에 마침 새로 생긴 물랑루즈는 풍차 방앗간 형태의 나이트 클럽으로 오픈해서 영업을 시작했다. 이때 19살의 스페인 청년 피카소가 이사 왔고, 예술적으로 보수적인 피카소보다 10살 많은 마티스가 가족과 살고 있었다. 이들은 보헤미안 삶을 누렸고 여기서 마티스는 포비즘, 피카소와 브라크는 큐비즘을 창출한다. 이건 많이 알려진 이야기.

1908년 한 저녁파티에서 한 작가의 예술인생이 바뀌어 진다. 피카소가 거리의 중고가게에서 그림을 5프랑(현재 원화로 3만원 정도)을 주고 사는데, 그림이 너무 형편없어 주인이 피카소에게 그림 위에 피카소가 자기작품 하는데 쓰라고 권유한다.

피카소가 그림을 산 이유:작품이 너무 형편없어서 위대하다(?). 어떻게 이렇게 그림을 못 그릴 수 있지? 피카소는 장난기가 많아 자기의 절친이면서 시인겸 미술가 평론가 아폴리네와 같이 이 작가를 위해 파티를 준비하고 초대장을 보낸다.

초대한 사람들은:조지 브라크, 후안 그리, 막스 자곱, 마리 로롱신, 제르트루드 스타인 등 나중에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들.

앙리 루소(Henri Rousseau), ‘Portrait of a Woman’, 1895.<출처=Wikimedia>

그 그림의 작가는 엄청 수줍은 64살의, 세관 공무원 하다가 은퇴한 앙리 루소. 그는 전시회도 몇 번 했지만 평론가들한테 조롱만 당했다. 작품활동은 계속 하지만 연금 가지고 살 수 없어 거리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했다.

그 파티에서 벌어진 일은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특히 음식에 대해서. 한 가지 이유는 피카소가 워낙 ‘뻥’이 심해서. 피카소는 애인과 새로운 레시피를 개발해서 파에야를 만들었다고 하는데 제대로 된 스페인식으로 하려다 실패해서 그랬다는 후문. 하여튼 저녁을 잘 먹었고 아폴리네와 브라크가 한마디씩 한 다음 다들, “루소 만세”를 외치며 건배하자 루소는 가지고 온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술이 거하게 들어가자 파티는 막장으로 들어갔다. 하도 시끄럽게 놀아서 소문이 나 동네 사람들도 모여 술을 먹기 시작했다. 마리 로렁신은 술 먹고 춤추다 엎어져 후식으로 준비된 케이크를 깔고 앉았다.

작가들끼리 주먹싸움을 했다는 소문도. 술 취한 루소는 행복해져서는 피카소에게, “너랑 나랑은 당대 최고의 화가야. 나는 현대미술, 너는 이집트 미술로.” 대부분은 술에 퍼져 마룻바닥에서 잤다.

이 파티는 입소문으로 파리에 퍼져나갔고 루소 또한 정식작가로 알려지게 됐다. 2년 뒤 루소가 죽은 다음에도 피카소는 단돈 3만원을 주고 산 루소의 ‘여인의 초상화’를 팔지 않고 죽을 때까지 소유했다. 여인의 초상화는 현대 프랑스의 가장 진실된 초상화로 평가되고 있다. 여행객들은 이 작품을 파리의 피카소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김윤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