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고, 믿는 것 불확실할 수 있음을 알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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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내가 알고, 믿는 것 불확실할 수 있음을 알아야 쉽게 밑고, 타협하지 않는 것은 무지에서 나온다

기사입력2020-04-16 12:01

신동완 객원 기자 (think0610@outlook.kr) ㅣ다른기사보기

우리사회에서 종교·정치·계층 갈등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가 높다. 저마다의 신념체계가 다양한데, 다른 것을 인정하거나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은 부족하다.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 간에도 정치적 신념이나 종교적 견해와 관련된 대화는, 서로에게 상처를 주는 싸움으로 끝나기 일쑤다.

철학자 소크라테스가 했다는 “너 자신을 알라”는 말의 의미는, 우리가 무지하다는 것을 알아야한다는 얘기였다. 과학과 학문이 번성하고 고도화된 지식이 공유되는 오늘의 세계에서도, 2500년 전 소크라테스의 가르침은 여전히 퇴색되지 않았다.

너무 강한 주장으로 친구와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우리의 확신은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 못한 것일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보면, 우리의 앎의 근거가 너무도 빈약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우리 사고의 도구인 언어의 모호함 때문에, 언어로 지칭하는 대상이나 사건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엄밀한 과학의 도구인 수학에서 수의 의미가 무엇인지, 수학이 나타내는 진리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 철학의 인식론에서 인간이 진리를 알 수 있는 존재라는 결론에 다다른 적이 없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개인이나 집단 간의 공유된 신념의 체계는 매우 공고하고 배타적이다.

한국사회에서 유달리 정치적 사회적 갈등이 격하게 표현되는 이유는, 비판적 사고과정 없이 자신의 생각을 과도하게 지지하고 신념화했기 때문이다. 그 근원은 비판적인 지식의 역사가 짧고, 교육환경도 정답을 찾아가는 교육에 익숙해서다.

진화론의 창시자인 찰스다윈은 “확신은 대개 지식보다는 무지에서 나온다”고 갈파했다. 어떤 종류의 종교도 실패하지 않는다는 한국사회에서는, 수십만명의 신도를 거느린 사이비 교주들도 적지 않다. 쉽게 믿고 타협하지 않는 것은 무지에서 나온다.

타인들의 주장을 들을 때 비판적인 의식이 꼭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나의 신념이나 신앙을 체계화할 때도 스스로 엄혹한 비판을 거쳐야한다. 역사를 보면 우리가 옳다고 믿어온 많은 생각들이 얼마나 잘못된 일들이었는지 알 수 있다. 남녀차별·인종차별·계급차별을 정당화하고, 그 체제를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이 있었다.

똑같은 신을 모시면서도 해석을 달리하는 세력을 적으로 몰아 죽이는 신념이나 신앙도 많았다. 내가 틀리지 않다는 강한 확신이 수많은 비극을 창출했던 역사적 경험을 우리 모두가 배웠다. 나는 틀릴 수 있고, 우리 집단이나 우리 종단이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이 있어야 대화를 할 수 있다.

그리고 실제로 내가 아는 것, 내가 믿는 것이 불확실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야한다. 그래야 지나친 주장을 피할 수 있고, 타인의 어처구니없는 주장도 거를 수 있다. 너무 강한 주장으로 친구와 등지는 일이 없도록 하자. 우리의 확신은 따뜻한 말 한마디 보다 못한 것일 수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신동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