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겁게 사는 법,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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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즐겁게 사는 법,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시작보다 끝, “끝에 이르면 우리는 만족하고 즐거워해야한다”

기사입력2020-04-27 14:04

신동완 객원 기자 (think0610@outlook.kr) ㅣ다른기사보기

헬레니즘 시대의 그리스 철학자인 에피쿠로스는 쾌락주의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는 몸과 마음의 고통을 악으로 보았으며, 고통을 줄이는 것을 쾌락의 근본으로 삼았다. 고통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했기 때문에, 순간적이고 동적인 쾌락을 추구했던 퀴레네 학파와 비교하면 쾌락주의자라기보다는 오히려 금욕주의적인 요소가 있다.

행복을 욕망과 성취의 함수로 표시하는 현대적 관점에서 비춰본다면, 그의 행복론은 과학적 지혜를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이유로 개인의 행복에 관심이 많은 현대인들에게 오래된 행복전문가인 에피쿠로스의 말은 큰 교훈이 된다.

행복을 욕망과 성취의 함수로 표시하는 현대적 관점에서 비춰본다면, 에피쿠로스 행복론은 과학적 지혜를 겸비했다고 볼 수 있다.<이미지=이미지투데이>

그의 가르침을 모은 책 ‘쾌락’에는 2300년 전의 철 지난 얘기로 넘겨버릴 수 없는 살아있는 통찰이 넘쳐난다. “사려 깊고 아름답고, 정직하게 살지 않고 즐겁게 살 수는 없다”는 말은, 숱한 만남을 경험하면서 세월에 익어가는 중년의 나이에 더 공감이 간다.

“일생동안 축복을 만들기 위해 지혜가 필요로 하는 것 중에 가장 위대한 것은 우정의 소유”라는 말도, 주름진 친구들과 막걸리를 마실 때면 여지없이 공감하게 된다. “우리가 여행길에 오른 한, 우리는 시작보다 끝을 더 잘 만들도록 노력해야한다. 하지만 끝에 이르면 우리는 만족하고 즐거워해야한다”, 이 말을 되새겨 보면 가슴이 벅차고 눈물이 날 것 같다.

그는 “노인은 마치 항구에 닻을 내리듯, 자신의 노령에 닻을 내린다”며 “모든 사람은 지금 막 태어난 것처럼 세상을 떠난다”고 말했다. 또 “죽음은 산사람에게나 죽은 사람 모두에게 아무런 상관이 없다. 왜냐하면 산사람에게는 아직 죽음이 오지 않았고 죽은 사람은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라고 말, 노년에 접어든 사람들에게 죽음에 관해 편안한 정서를 주기도 한다.

경쟁에 직면한 젊은이들이 자신의 큰 인생을 계획함에 있어 도움이 되는 말, “우리는 젊은 사람을 행복하다고 생각할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산 노인을 행복하다고 생각해야한다”는 가르침도 전했다. “이웃이 알면 어쩌지라고 걱정하게 하는 일을 너의 인생에서 하지마라”거나 “현자에 대한 존경은 그를 존경하는 사람들에게 축복”이란 말은, 부족한 아버지가 아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기도 하다.

또 쉽게 다른 이들의 말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에게는 “예언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비록 예언이 존재하더라도 예언에 따라 일어난 일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경구가 도움이 된다.

그의 시대는 대왕 알렉산더가 죽고, 이후 벌어진 권력투쟁의 와중에 그리스 전체가 피폐해져, 국가를 지탱하던 중류층이 빈민화되고 민주주의가 쇠퇴하던 때이다. 불안한 정황 속에서 국가가 개인을 보호하지 못하던 시대에 싹이 튼 개인주의 환경에서,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에피쿠로스의 통찰이 자라났다.

오늘날 개인의 행복은 유럽의 복지국가에서 보듯이 국가의 역할에 크게 좌우된다. 우리가 가야할 길도, 개인의 행복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공동체의 노력이 개인의 노력보다 더 큰 효과를 만들어내는 세상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성공적 공동체 이후에도 불완전한 개인의 행복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에피쿠로스와 같이 시대를 초월한 행복전문가의 말을 귀담아 들을 필요가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신동완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