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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메스 진품가방 사진 찍어 프린트한 가방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청담동 기저귀 가방 ‘진저백’과 ‘눈알 가방’ 

기사입력2020-11-10 00:00
고윤기 객원 기자 (kohyg75@hanmail.net) 다른기사보기

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서울지방변호사협회 이사
지적 재산권은 등록되면 막강한 힘을 가진다. 침해하는 자의 행위를 못하게 할 수 있고, 때에 따라 지적 재산권을 침해해 만든 물건들을 수거, 폐기할 수도 있다. 그래서 중소기업의 경우 지적 재산권을 잘못 관리하면, 회사의 존립이 위험해 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지적 재산권은 존속기간이 정해져 있다. 무한정 인정되는 권리가 아니라는 뜻이다. 특히, 지적 재산권은 등록되는 순간 핵심사항이 공개되기 때문에 존속기간이 지난 후에는 누구나 따라 할 수 있다.

 

그러면 지적 재산권의 존속기간이 지나면, 어떤 보호도 받지 못하는 것일까? 최근에 있었던 두 개의 가방 사건을 놓고 알아보자.

 

에르메스(HERMÈS)사의 대표적인 여성용 가방은 켈리(Kelly)버킨(Birkin)이다. 이 두 가방의 모양을 보면, 어딘가 익숙하다. 시중에 비슷한 디자인의 가방이 많이 나와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것들은 사실 에르메스의 디자인을 베껴 만든 유사품이다. 원래 이 가방을 만든 에르메스는 가방에 대한 디자인권을 가지고 있고, 이 권리를 통해 유사품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하면 된다.

 

문제는 이 두 종류의 가방이 출시된 지 상당한 시간이 지났기 때문에, 우리 법에서 정한 디자인권의 존속기간이 모두 지났다는 점이다. 그래서 에르메스는 디자인권을 근거로 자사의 가방과 유사한 디자인의 가방을 팔지 못하게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이런 유사디자인 가방은 무제한적으로 허용되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든다.

 

일단 통상적으로 에르메스 가방과 똑같은 가방을 만들어 마치 에르메스 가방인 것처럼 팔았다면, 이른바 짝퉁제품을 판 것인데 일단 어떠한 표시를 했는지에 따라서 상표법 위반이 문제될 수 있다.

 

둘째로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이 될 수 있다. 이 부정경쟁방지법과 관련해, 최근에 에르메스 가방과 관련한 두 가지 판결이 나와 이를 소개한다. 이른바 진저백판결과 눈알 가방판결이다.

 

진저백은 에르메스사의 켈리백과 버킨백을 사진을 찍은 뒤 프린트할 수 있는 천에 프린트해서 만든 가방이다. 단순히 디자인을 유사하게 따라 한 것이 아니다. 법원은 부정경쟁법 위반으로 판단을 했다. 사진은 에르메스의 켈리백.<사진=뉴시스>

 

먼저 진저백이라는 것은 앞서 말한 에르메스사의 켈리백과 버킨백을 사진을 찍은 뒤 프린트할 수 있는 천에 프린트해서 만든 가방이다. 이 가방은 18~20만 원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되었는데, 청담동 기저귀 가방으로 통했다고 한다. 멀리서 보면, 진짜 에르메스 가방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리고 눈알 가방이라는 것은 앞서 말한 버킨, 켈리 백과 동일한 가방 형태의 제품에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해서 판매하는 가방이다.

 

그럼 시중에 돌아다니는 에르메스 가방의 디자인을 모방한 제품과 이 두 개 가방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일단 진저백의 경우 단순히 에르메스 가방의 디자인을 유사하게 따라 한 것이 아니다. 에르메스 진품 가방의 사진을 찍어 프린트해 그대로 사용한 것이다. 눈알 가방의 경우 눈알을 제외하면 그 형태가 에르메스 진품 가방과 같아 식별이 쉽지 않다. 더구나 눈알 가방의 제작 슬로건은 “Fake for Fun”이었다. 애당초 에르메스 가방의 가짜 제품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가방이다.

 

법원은 이 두 개의 가방과 관련해 부정경쟁법 위반으로 판단을 했다. 법원은 이 두 사건을 부정경쟁법 제21항 카목 그 밖에 타인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로 본 것이다(해당 조항은 판결 당시에는 카목이 아니라 차목이었음).

 

사실 참고와 도용의 경계는 모호하다. 진저백이나 눈알 가방의 디자인도 처음에는 참신한 시도라고 평가받았지만, 결국 법 위반으로 판명됐다. 그리고 해당 브랜드에서 직접 조치를 취하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 브랜드 루이뷔통을 패러디해서 만든 루이뷔통 닭이라는 닭집은 루이뷔통 측의 소송으로 문을 닫고, 배상해야만 했다. 하지만 요즘 많이 보이는 푸라닭이라는 치킨 체인은 브랜드 프라다(Prada)를 패러디했음에도, 프라다 본사가 몇 년째 별다른 제재를 하지 않고 있다.

 

알아둬야 할 것은 위에서 말한 부정경쟁법 위반 사례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자신이 받은 침해나 불이익을 참지 않고, 바로 법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입법자도 부정경쟁법의 적용 범위를 계속해서 넓혀 가고 있고, 법원도 적극적으로 법 위반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로펌 고우 고윤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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