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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무역 ‘신용장 결제조건’이라도 신중해야

파키스탄, 선적사기·결제사기 빈번…사전 신용검증시스템 활용하라 

기사입력2021-10-19 11:30
김진규 객원 기자 (jk.kim@jpglobal.co.kr) 다른기사보기

지평관세법인 김진규 대표관세사, 국제통상학 박사
얼마 전 플라스틱 가소제를 국내에서 제조해 해외로 수출하는 한 중소기업을 만났다. 최근 파키스탄의 바이어와 수출을 위해 무역조건을 협상하고 있는데, 대금결제 조건과 관련해 은행 전신환 송금방식(Telegraphic Transfer, T/T)이 자국에서는 까다로워 신용장 조건으로 결제조건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한다. 대금결제 조건을 신용장 조건으로 진행하는 경우 실무적으로 주의해야 할 사항에 대해 문의한 것이다.

 

파키스탄은 2019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조치가 진행 중이며, 2020년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현지 경기침체가 가속화되고 있다. 무역사기가 의심되는 거래사례 빈도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파키스탄 기업과 국내 중소수출업체가 신용장 거래와 관련해 유의해야 할 사항은 무엇일까?

 

우리나라에서 파키스탄으로 주로 수출되는 품목은 화공품, 수송장비, 철강제품 원료, 기계류와 정밀기기 등이다. 한국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국가 등급은 7등급으로 무역보험의 조건부 인수국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파키스탄 바이어들은 자국의 신용도가 낮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수출기업과 무역 계약을 협상할 때 상대방을 안심시키기 위해 대금결제 조건을 신용장으로 제안하는 경우가 있다.

 

신용장(Letter of Credit, L/C) 결제방식이란, 무역거래에서의 대금결제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 수입자의 거래은행(개설은행)이 수입자의 요청에 따라 신용장 상의 명기된 조건과 일치하는 서류를 제시하면, 수출자에게 그 대금을 지급할 것을 확약하는 조건부 지급확약(Conditional bank undertaking of payment)이다.

 

일반적으로 신용장 거래조건은 신용장 개설신청시 개설은행에게 신용장 개설을 위한 담보를 제공하고 거래 절차가 복잡해, 수입상 입장에서는 선호하지 않는 대금결제 조건이다. 특히 신용장 개설은행은 개설 신청인인 수입상의 신용상태 및 수입거래를 검토하고, 적절한 담보 수취 등 채권보전 조치를 취한 후에 신용장을 개설한다. 그럼에도 수출상이 대금결제 미회수의 신용위험을 꺼려 신용장 거래를 선호한다는 점을 악용한, 대금결제 사기사건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신용장 조건의 대금결제 절차
<자료=무역보험공사>

 

그렇다면 수출상 입장에서 신용장 결제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유의해야 할 사항을 보면 첫째, 신용장 조건의 본질은 수입상의 신용위험을 신용장 개설은행이 대신해 조건부 대금지급 확약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당사자 간에 결제조건을 신용장으로 무역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개설은행에 대한 신용도가 중요하다.

 

즉 국제적으로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서 매년 발행하는 Top 1000 World Banks(by Tier 1) 리스트를 참고해 신용장 개설은행이 Top 20에 해당하는 은행인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파키스탄은 과도한 재정지출로 인해 적자규모가 급증, 현재 IMF의 구제금융을 받고 있다. IMF의 요구에 따라 국내의 증세 조치와 전기요금 인상 등을 수용, 세수를 확보해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15월 국제신용평가회사 피치사는 파키스탄의 국가신용등급을 B-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데, 이는 파키스탄의 취약한 공공재정 및 외부재정의 취약성을 반영한 것이다.

 

즉 파키스탄 은행이 발행하는 신용장은 신용도가 낮으므로 확인신용장 개설을 요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확인은행(Confirming bank)이란 신용장 발행은행의 대외적 신용도가 낮거나 수입국의 대외지급 제한 가능성 등에 대비해 수출자의 요청에 따라 신용장에 신용장 발행은행과 별도의 지급 확약을 추가하는 은행이다. 따라서 확인신용장을 통해 수출상은 신용장 개설은행과 신용장 확인은행으로부터 각각 독자적인 지급확약을 받는 신용위험 경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셋째, 일반적으로 신용장은 신용장 해석에 관한 통일규칙(UCP 600, 1993)에 의해 해석되고 적용된다. 그러나 러시아, 볼리비아, 오만 등 일부 국가의 경우 신용장 취소 가능여부에 대해 계약서 등에 별도의 명시조항이 없다면, 취소가능신용장으로 간주하고 있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국제적 거래규범인 신용장 통일규칙보다 현지 국가의 법률이 우선적으로 적용되므로 신용장 취소 가능여부에 대한 언급이 없는 신용장을 이들 국가에 소재하는 개설은행으로부터 수취한 경우 취소가능신용장으로 해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무역계약서에 취소불능신용장(Irrevocable L/C)을 명시하고, 본 계약서에 달리 언급하지 않는 한 신용장에 대해서는 UCP 600 규정을 우선적으로 적용하고 해석한다는 규정을 약정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신용장은 개설은행(또는 확인은행)의 조건부 대금지급 확약이므로 수출상은 수입자의 계약 파기, 파산, 대금지급 지연 또는 거절 등의 신용위험과 수입국에서의 전쟁, 내란 또는 환거래 제한 등의 비상위험에 대비해 무역보험공사의 수출보험을 가입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역보험공사에 따르면, 파키스탄의 국가 등급은 7등급으로 조건부 인수국으로 신용장 거래 시 개별심사를 통해 수출보험 인수여부를 결정하게 되므로 국외기업신용조사를 통해 수입상의 재무적·비재무적인 신용을 조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예를 들어, 파키스탄 업체의 신용 검증이 필요한 경우 무역보험공사의 국외기업신용조사 서비스를 통해 수입상의 신용을 사전에 검증할 수 있다. 무역보험공사는 해외소재 기업의 기본정보, 재무정보 등 신용조사를 실시해 보고서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하고 있는데, 수출보험 이용정보, 신용등급 평가정보 등이 포함된 자료를 받아 볼 수 있다. 조사기간은 2~4주 정도가 소요된다.

 

파키스탄의 경우, KOTRA 카라치 무역관이 제공하는 해외시장조사 서비스를 이용해 특정 기업의 실존 여부, 대표 연락처 등을 확인할 수 있다. 해당 서비스는 국내 중소기업별로 연간 6개사까지 무료로 신청할 수 있는데, 신청 후 2~4주 정도의 시간이 걸리므로 거래 전에 충분한 시간을 갖고 진행하는 것이 좋다.

 

파키스탄의 무역업체와 거래한다면, 처음 거래하는 업체뿐만 아니라 기존에 거래하던 업체를 대상으로도 항상 무역사기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거래를 추진해야 한다. 기업 데이터가 철저하게 관리되지 않는 현지 여건상 거래 전 다방면으로 기업의 신뢰성을 검증함으로써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인 것이다.

 

파키스탄은 대금을 수령하고 물건을 선적하지 않는 선적사기, 물건을 수령하고 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결제사기 외에도 불법체류자(또는 잠재적 난민)들을 방한시키기 위한 비자 브로커사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출장 방문이 어려운 파키스탄의 특성상 무역사기 피해를 입은 후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이 있어야 하기에, 사전에 이를 인지하고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지평관세법인 김진규 대표 관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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