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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100m이내 편의점 너무 많아 근접출점 막아야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효과 나타나
- 기사입력2022-02-15 00: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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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동네 골목슈퍼를 운영하던 A씨가 수 년전 편의점으로 바꿨다. 길 하나 건너면 닿는 위치에 편의점이 들어서면서, 골목슈퍼를 찾는 이들이 현격히 줄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주택가 골목에서 두개의 편의점이 경쟁을 벌이다 먼저 생겼던 편의점은 결국 폐업을 했다. 그러나 멀지않은 곳에 다른 편의점들이 속속 들어섰고, 매출이 신통치 않자 A씨는 최근 다른 브랜드의 편의점으로 재오픈을 하며 매출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전국의 편의점 수는 약 5만개. 한국편의점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편의점 수는 2016년 이후 매년 11.6% 증가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근접 소비가 늘면서 편의점 확산은 더욱 빨라져, 2020년에만 3000여개의 새로운 편의점이 생겨났다.
편의점 업계의 치열한 경쟁에 따른 과당 출점으로, 점주들은 결국 동반 매출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인천광역시 서구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상향하는 내용의 규칙 개정을 발표하면서, 현행 거리기준을 전국적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다.
편의점 출점의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다. 편의점 매출의 주요 부분을 차지하는 아이템이자, 다른 상품의 판매를 유도하는 매개상품인 ‘담배’ 판매가 안된다면 편의점 출점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소상공인들은 편의점의 무분별한 출점을 막기 위해 담배소매인 지정거리를 현행 50m에서 100m 이상으로 상향해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국내에서 담배를 판매하기 위해서는 담배사업법에 의한 소매인 지정을 받아야 한다. 담배사업법 시행규칙에서는 소매인 영업소 간 거리를 50m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정했다. 단, 시장군수 및 구청장이 지방자치단체의 인구, 면적 및 지역적 특성 등을 고려해 규칙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경기연구원 신기동 연구위원에 따르면, 경기지역 편의점 가운데 경쟁점포 근접출점으로 인해 매출감소 피해를 경험한 점포가 약 55%인 것으로 나타났다. 근접출점 피해점포의 77%는 100m 이내에 다른 편의점이 들어선 것으로 분석됐다. 근접출점에 따른 피해점포의 월매출 감소액은 약 972억원, 매출 감소율은 약 23%였다. 신 연구위원은 편의점 간 252m 이상 떨어져 있을 때 매출 감소에 영향이 없는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기초지자체의 행정의지다. 서울시의 경우 소상공인의 과당출점을 막아 출혈적 경쟁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2016년 서초구가 최초로 담배소매인 지정기준을 50m에서 100m로 확대했으며, 이후 전체 자치구가 담배소매인 지정기준을 100m 이상으로 상향했다.
경기도도 2020년 4월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확대 권고안’을 지정 거리 변경 권한이 있는 각 시·군에 배포 후 현재 17개 자치구(55%)에서 개정을 완료했으며, 인천시에서는 지난 1월 인천 서구에서 지정거리 기준을 상향했다.
인천 소상공인연합회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2019년 7338개였던 편의점 주요 3사(GS25·CU·세븐일레븐)의 가맹점 수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기준 상향 이후인 2020년에는 7421개로 1.1% 증가하는데 그쳤다. 반면 인천시는 2019년 2011개에서 2020년 2146개로 6.7% 이상 늘었다.
최근 편의점 본사들은 담배소매인 지정거리 기준이 높은 서울·경기지역이 아닌 도시들을 공략하며 지역 소상공인들을 위협하고 있다. 이미 국내 편의점 점포수는 인구 1077명당 1개로, 편의점 왕국이라는 일본의 2080명당 1개라는 점포밀도보다 2배 가까이 많다.
골목의 나들가게, 슈퍼마켓, 편의점들 간의 출혈경쟁으로 만들어진 성과는 편의점 본사가 독식하고, 기형적인 골목 생태계를 만든다. 담배소매인 지정기준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골목의 소상공인들이 최소한의 영업지역을 지킬 수 있다. 서울시에서 이미 모든 자치구에서 지정기준을 상향한 것처럼, 코로나19 위기 골목 생태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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