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상여금 지급일 재직자만 지급한다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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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정보 ㅣ 인사노무 정기상여금 지급일 재직자만 지급한다 했는데 조건을 정해도, 퇴직시 근무일수 비례해 지급되는 경우 ‘통상임금’

기사입력2022-06-08 00:00

이동철 객원 기자 (leeseyha@inochong.org) ㅣ다른기사보기

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

통상임금은 연장근로가산수당이나 휴일근로가산수당의 기준이 되는 임금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1일 8시간을 초과하는 연장근로나, 소정근로 의무가 없는 유급휴일에 초과근로를 하는 경우 통상임금을 기준으로 1.5배를 가산해 초과근로수당이 정해진다.

초과근로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 제조업을 비롯한 노동현장에서는 이 때문에 통상임금이 커지면 그에 따라 자연스레 초과근로수당이 증가한다. 2013년 이전에는 관행적으로 노동현장에서 일정한 기간을 두고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런데 갑을오토텍이라는 회사의 노동자들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켜야 하며, 이를 기준으로 재산정한 초과근로수당을 지급하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2013년 12월에 있었는데, 대법원 전합은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통상임금 산정에서 획기적인 사건이었다.

다만 당시 대법원 전합판결은 정기상여금에 재직자 요건이 있다면, 통상임금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직자 요건이란 정기상여금을 지급함에 있어서 지급시점 등 특정시점에서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한다는 조건이다. 따라서 상여금을 정기적으로 지급하더라도 지급일 당시 퇴직한 노동자에게 한푼도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경우, 이는 재직이라는 요건으로 지급여부가 결정되는 것으로 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이 부정된다.

해당 판결이후, 회사들은 정기상여금의 지급에 있어서 통상임금 산입에 따른 초과수당 지급부담을 줄이기 위해 정기상여금 지급에 재직자 요건을 붙이기 시작했다. 재직일 당시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한줄 문구가 근로계약이나 취업규칙에 추가되면서, 통상임금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이 아니게 되는 마술같은 일이 벌어진 것이다.

2013년 대법원 전합의 통상임금 판결 이후에도 재직자 요건이 붙은 정기상여금의 통상임금성을 두고 하급심 법원에서는 다양한 판단이 나왔다. 재직자 요건이 형식적으로 붙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상여금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는 노동자에게 재직일수에 비례해 상여금을 지급하는 관행이 있다면 통상임금성이 인정된다는 판결(대법 2018다303417)이 대표적이다. 재직자 요건의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상황을 꼼꼼히 살펴 그 효력을 제한해 해석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는 판결이었다.

최근에도 이러한 재직자 요건에 대한 실질적 해석 판결의 취지를 이어, 재직자 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강조하는 대법원 판결(대법 2019다238053, 선고일자 2022.04.28.)이 나왔다.

대법원 제3부는 현대제철 사내하청업체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취업규칙상 정기상여금 지급에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에 입사, 복직, 휴직 시 일할 계산 지급 약정이 있는 경우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는 취지로 판결했다.

최근 대법원은 취업규칙상 정기상여금 지급에 재직자 요건이 있더라도 단체협약에 입사, 복직, 휴직 시 일할 계산 지급 약정이 있는 경우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직자 요건에 대한 엄격한 해석을 강조하는 판결이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사건의 경위=현대제철 순천공장의 사내하청업체 노동자 4명은 회사를 상대로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가산하고 이를 토대로 추가적인 법정수당의 지급을 청구하는 임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피고 회사는 원고 노동자들의 주장에 대해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에 따라 퇴직자들에게 정기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통상임금성을 부정했다.

피고 회사는 취업규칙을 통해 기본급(연간)의 200% 이상의 상여금 지급을 정하고 있으며, 상여금 지급시 지급일 현재 재직중인 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다. 그런데 원고 노동자들이 속한 노동조합과 피고 회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약정 통상급의 600%를 지급률에 따라 상여금을 지급하되, 상여금 지급일 이전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의 상여금을 일할 계산한다고 정한 바 있다.

또한 피고 회사 취업규칙에서는 임금제도와 관련해 ‘입사 또는 퇴직한 날이 속하는 월의 임금은 월할 계산한다’고 정하고 있다. 피고 회사는 위와 같은 단협과 취업규칙에 따라 정기상여금을 매 2개월마다 약정 통상급의 100%씩 정기적·계속적으로 지급했다.

◇대법원의 판단=대법원 재판부는, 이 사건 단체협약에 따르면 “상여금이 임금에 해당한다는 노사의 공통된 인식으로 상여금 지급일 전에 입사, 복직, 휴직하는 사람에게도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여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한다는 취지를 정한 것으로 이해”된다고 해석했다.

또한 재판부는 (회사의 취업규칙에서) 퇴직자에 대해 휴직 등과 달리 취급해 배제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고, 피고 회사 취업규칙에 퇴직자에 대한 임금은 일할 지급하는 것이 원칙임을 분명히 하고 있는 점을 근거로, 정기상여금에 대한 재직자 지급요건이 지급일 현재 재직중인 사람에게 ‘전액’을 지급한다는 의미이지 “지급일 전에 퇴직한 자에게 재직 기간에 비례해 지급하지 않는다는 취지라고 해석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결국 “피고 회사가 실제로 지급일 전에 퇴직 근로자에게 정기상여금을 일할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객관적 자료도 없다”며, 피고 회사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한다 판결했다.

재판부의 이러한 판결은 “특정 시점 전에 퇴직하더라도 이미 근무한 기간에 비례하는 만큼 정기상여금을 지급해야 하는지는 단체협약 등에서 정기상여금을 근무기간에 비례하여 지급한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지 여부뿐만 아니라, 정기상여금의 지급 실태나 관행, 노사의 인식, 정기상여금 그 밖의 임금 지급에 관한 규정 등을 종합하여 구체적인 사안에서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설시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0.4.29. 선고 2018다303417 판결 참조)에 근거한 것이다.

◇판결의 의의=이번 대법원 판결은 재직자 요건을 문구 그대로 해석해 사업주에게 유리하게 적용하는 기계적 해석에서 벗어나, 노동현장의 상여금 지급관행을 면밀하게 살펴 재직자 요건을 엄격하게 해석한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로 취업규칙이나 단체협약에 재직자에 한해 지급 조건과 퇴직자 일할 지급의 조건이 중복되는 경우 통상임금성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또한 별도의 재직자에 한해 지급한다는 요건이 있더라도, 현장의 지급실태를 살펴 퇴직자에게 지급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노사합의로 인정되거나 노동관행인 점이 확인돼야 통상임금성이 부인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이후 대법원에서는 정기상여금의 재직자 요건의 정당성 자체에 대한 판단도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미 제공한 소정근로에 대한 대가임이 명확한데 재직자 요건으로 지급일에 재직중인 자에게만 지급할 경우, 이는 임금을 미끼로 강제근로를 유도하는 결과가 된다는 점에서 근로기준법 제20조가 금지한 위약예정의 근로계약에 해당한다는 비판적 해석이 노동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노동OK 이동철 상담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