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롭게 이윤 추구하며, 고르게 잘 사는 사회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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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운지 ㅣ 중국을 읽다 정의롭게 이윤 추구하며, 고르게 잘 사는 사회 돼야 ‘정의로운 부자(淸富)’를 강조하며, 사회 불균등을 걱정한 공자

기사입력2022-09-19 10:51

문승용 객원 기자 (msy9769@nate.com) ㅣ다른기사보기

문승용 박사(중국 문학, 한국외대 중국연구소 연구원)

빚에 찌들대로 찌든 이른바 사회적 약자 456명이 456억원의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에 참가해,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목숨을 걸고 도전하는 이야기를 담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이 작년에 전 세계적으로 큰 반향을 일으켰는데, 지난주에는 미국의 에미상에서 6개 부문을 차지하며 다시금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특히 영어로 자막처리를 해야 하는 외국 드라마가 에미상 후보에 오른 것이나, 주요 부문에서 수상한 것 자체가 처음 있는 일이라서 더욱 역사적인 사건이라는 평가까지 있다. 미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에서 오징어 게임이 이처럼 큰 인기를 끈 것은 목숨을 걸고 일확천금을 노리는 극의 내용이 자본주의가 발달한 사회에서 거꾸로 자본주의 폐단의 그림자를 극단적으로 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란 생산수단을 자본으로 가지고 있는 자본가의 이윤 획득을 위한 생산활동을 보장하는 사회 경제체제라고 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에는 타고나면서부터 자본을 가진 채 태어나는 이른바 ‘금수저’들이 있기 마련이고, 돈이 돈을 버는 구조 속에서 애당초 자본이 없이 태어난 대부분의 사람이 마치 목숨을 걸고 피 터지게 경쟁해야 하는 자본주의 사회를 매우 힘겹게 살아가야 하는 것에 많은 사람이 공감하고 있는 것이 오징어 게임의 인기 비결이라고 할 것이다.

중국에서 최초의 왕조라고 알려진 하(夏)나라의 다음 왕조를 상(商)이라고 하는데, 나라가 망하자 왕족들이 죽음을 모면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였기 때문에 상(商)이라는 이름이 비롯되고 일찍부터 상인 활동이 있었지만, 중국에서 상업자본주의 발전은 더뎠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자본주의라는 개념이 근대 산업혁명 이래 생겨난 것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인류가 탄생해 먹고 살기 위해서 도구를 가지고 생산활동을 했던 때부터 인간은 이윤 획득을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해서 오랜 시간을 두고 많은 논쟁이 있었다.

전통적으로 우리나라나 중국 사회에서 큰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수 있는 공자의 유가(儒家) 사상에서는 돈 벌기를 멀리하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논어 이인(里人)편에서 “군자는 의(義)에 밝고, 소인은 이(利)에 밝다(君子喩於義, 小人喩於利)”라고 해, 군자는 정의로움을 추구해야 하고 이윤을 다투는 것은 소인이나 하는 것이라고 했다. 술이(述而)편에는 “나물밥을 먹고 물 마시고, 팔을 베고 눕더라도 즐거움이 또한 그 속에 있다(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라고 해, 먹고 사는 것이 아무리 하찮아도 욕심부리지 않고 지금의 삶에 만족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옹야(雍也)편에서 공자가 가장 아꼈던 제자인 안회(顔回)를 일컬어서 “어질구나, 안회여. 소쿠리에 밥을 담아 먹고 표주박으로 물을 떠 마시며 누추한 거리에서 사는 것을 다른 사람들은 그 근심을 견뎌내지 못하는데, 안회는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으니, 어질구나 안회여(賢哉回也. 一簞食一瓢飮, 在陋巷, 人不堪其憂, 回也不改其樂, 賢哉回也)”라고 해, 가난하고 소박한 삶이 유가의 이상인 것처럼 말한 대목이 여럿 있다.

유가가 좀더 관념적인 이상주의에 빠진 송(宋)대 이후에는 신분의 등급을 나눠, 사농공상(士農工商)이라고 해 상업에 종사하는 이를 가장 낮게 여기는 경향이 있었다. 학문에 힘쓰는 것을 주로 하는 선비[士]를 가장 앞에 두었다.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서 흔히 상인들이 손님에게 이 물건이 하나밖에 안 남았다거나, 손님의 몸매에 딱 어울리니까 밑지고 파는 것이라는 둥 돈을 벌기 위해서 매일 같이 거짓말을 서슴없이 해대는 상인이야말로 가장 낮게 취급하게 했다.

이처럼 공자는 가난함 속에서도 편안함을 느끼며 도를 즐긴다는 뜻의 안빈낙도(安貧樂道)를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것처럼 보이지만, 공자가 그저 막연하게 돈을 멀리하고 가난해져야 한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 자로(子路)편에서 염유(冉有)가 많은 백성들을 어떻게 다스려야 하는지를 묻자, 공자는 우선 “백성들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하고(富之)” 그다음에 “가르쳐야 한다(敎之)”라고 한 것처럼, 공자 역시 나라 정치에 있어서 일단 백성을 부유하게 해주어야 한다는 점을 우선했다.

장사를 하는 사람 가운데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장사하는 이들을 상인(商人)이라고 하고, 한 자리에 터를 잡고 장사하는 사람을 고(賈)라고 한다. 중국과 같은 농경 전통의 나라에서 정착하여 살아야 했던 농민보다는 옮겨 다니며 장사를 하였던 상인들은 지배계급에게 부정적으로 인식됐다. <사진제공=문승용 박사>

한편, 술이편에서는 “부자가 되는 것이 애써서 될 수 있는 것이라면, 나는 채찍을 잡고 수레를 모는 일이라도 역시 하겠지만, 만약에 추구할 수 없는 것이라면 내가 좋아하는 것을 따르겠다(富而可求也. 雖執鞭之士. 吾亦爲之. 如不可求, 從吾所好)”라고 한 것이나, “떳떳하지 못한 부귀는 나에게 뜬구름과 같다(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라고 한 것이나, 학이(學而)편에서 “가난하지만 즐길 줄 알고, 부자이면서도 예를 좋아해야 한다(貧而樂, 富而好禮者也)”라고 했듯이, 옳지 못한 방법을 통해 얻어진 부귀한 삶을 추구하기보다는 차라리 가난하지만 정의로운 삶을 택해 즐기며 살겠다고 한 것이지 이윤을 추구해 부자가 되는 것 자체를 부정한 것이 아니다.

헌문(憲問)편에서도 “이익이 되는 것을 보고는 바른가를 생각한다(見利思義)”라고 말한 것처럼 ‘정의로운 이익(義利)’은 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았다고 한 것이니, 부자가 되는 것을 하지 말라고 한 것은 아니며, 성품이 깨끗하고 재물에 대한 욕심이 없어 가난한 청빈(淸貧)보다는 오히려 ‘정의로운 부자’인 청부(淸富)가 돼야 한다는 점을 더욱더 강조했던 것으로 보아야 한다.

게다가 헌문(憲問)편에서 “재물이 부족한 것을 걱정하지 않고, 사람들이 고르게 가지지 못한 것을 걱정한다(不患寡而患不均)”라고 말했듯이, 공자는 가난 그 자체보다 사회의 불균등이 오히려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의 능력에 따라 이윤을 추구하는 것을 보장한다는 이념과 무한정으로 이윤추구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지나친 욕심으로 말미암아 부자와 가난한 자의 불균등이 날이 갈수록 심화돼 사회 갈등이 더욱 극렬해지는 것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크게 걱정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난해 힘겹게 살아가는 현실에서, 오로지 자신만이 배불리 먹고 살아가는 것이 결코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아무쪼록 정의롭게 이윤을 추구해 부자가 되고, 누구나 재물을 두루 고르게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공자의 말을 되새겨야 할 것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한국외대 중국연구소 문승용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