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생때같은 젊은이의 죽음, 슬픔에 빠진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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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칼럼 또…생때같은 젊은이의 죽음, 슬픔에 빠진 국민 예견된 참사라고? 안전 우선하지 않는 대한민국…죄스러움을 고한다

기사입력2022-10-31 14:23

안호덕 객원 기자 (minju815@hanmail.net) ㅣ다른기사보기

사망자 대부분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세대로, 누구보다 아파했던 20~30대다. 국가는, 기성세대는, 왜 이 젊은 세대들에게 모진 아픔을 안겨주는지 울분마저 차오른다. 사진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인근에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근조화. <사진=뉴시스>

‘예견된 참사’라는 표현은 모순된 단어의 나열이다. ‘예견’, 앞으로 일어날 일을 미리 짐작했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150여명의 압사 사고를 막아야 했다. 또 ‘예견된 참사’가 맞는 지적이라면 책임 주체는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섣불리 정권의 책임 운운할 생각 없다. 그러나 불가항력의 천재지변도 아니고 국가의 치안과 질서유지의 공권력이 미치는 대한민국의 한복판 길거리에서 150여명의 젊은이들이 죽어나가는 건, 사고 뒤 일상적으로 따라붙은 ‘예견된 참사’로 정도로 덮어질 문제는 아니다.

일요일 새벽에 전해진 참상에 국민 반쯤은 정신을 잃었다. 소방당국이 얼마나 빨리 출동했는지, 구조가 어느 정도 힘든 상황이었는지, 대통령 이하 정부 당국이 분초를 다퉈 긴박하게 움직였는지 실시간으로 속보로 전달됐지만, 국민들이 가슴 떨려가며 기도했던 건 잘못 전달된 가짜 뉴스이기를, 중상자라도 더 이상 죽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죽음의 숫자는 점점 더 늘어나고, 가짜 뉴스 같았던 소식은 현실이 됐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고, 외국 순방중인 서울시장이 급히 귀국한들, 생때같은 150여명 젊은이의 죽음을 어찌할 것인가? 국민 모두가 또다시 상복을 입는 아픔이다.

더욱 가슴 저미는 일은 사망자 대부분이 세월호 참사와 같은 세대로, 누구보다 아파했던 20~30대라는 것이다. 국가는, 기성세대는, 왜 이 젊은 세대들에게 모진 아픔을 안겨주는지 울분마저 차오른다. 왜 그런 곳에 갔냐는 일부의 지적도 하지 말아야 할 소리다. ‘마스크 없는 3년 만의 축제’라고 젊은이들은 불러 모은 건 누구보다 언론이 앞장섰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압사하는 참극에서 개인의 부주의를 끄집어 내, ‘질서유지·국민안전’ 책임이 있는 국가의 임무 방임에 대해 면죄부를 줘서도 안 되는 일이다.

참사를 두고 경찰 배치로 해결된 문제가 아니었다는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발언은 유가족뿐만 아니라 국민 모두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망발에 가깝다. 10만명이 모인다는 예상이 수차례나 있었던 행사에 교통대책, 통행제한, 밀집방지 대책 어느 하나도 제대로 세우지 않는 건 시위로 인한 경찰력 분산을 이유로 합리화 될 수 없다. 중앙정부 전체의 책임을 운운하지 않더라도 용산구청, 서울시청, 서울경찰청과 행정안전부 장관은 직접적으로 이번 사태를 책임져야 할 위치에 있다.

국민들은 또다시 긴 슬픔에 빠졌다. 얼마나 긴 아픔이 이어질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정부는 수습과 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했으면 한다. 책임 소재도 분명 가려야 한다. 길거리에서 죽어간 청춘들에게 ‘운이 없어서’라고 달랠 수는 없는 일이다. 언론도 반성해야 한다. 코로나 정국도 완전히 끝나지 않았는데 실내보다 더한 밀집이 예고되는 행사에, 질서유지 주문도 방역에 대한 우려도 생략한 채 ‘마스크 없는 3년만의 축제’라고 연일 띄웠던 보도 형태도 문제가 없었다 말할 수 없다. 안전을 우선하지 않는 대한민국, 그 불감증에 우리는 또 150여명의 젊은이들을 잃었다.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기 위한 중대재해처벌법. 노동자 사망 한명이라도 엄히 처벌한다는데, 길거리에서 압사당한 150여명의 젊은 죽음들은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그 영혼들에게 기성세대로서 죄스러움을 고한다. 더 이상 부끄럽지 않을 사태 수습과 책임 규명을 윤석열 정부에 주문한다. (중기이코노미=안호덕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