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은 예술일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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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은 예술일까 아닐까 예술도구 다양화라는 평가도…AI가 못하는 창조성 영역은 ‘나다움’

기사입력2022-11-30 00:00

지난 9월 미국에서 열린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전에서 인공지능(AI)이 그린 그림이 최우수상으로 선정됐다. 해당 미술전의 디지털 아트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한 작품은 게임기획자인 제이슨 M. 앨런이 AI로 생성한 작품인 ‘스페이스 오페라 극장’이었다. 앨런이 AI를 이용해 출품한 작품은 3개인데, 그중 한 작품이 1위에 오른 것이다. 앨런은 텍스트로 설명을 입력하면, 그에 맞는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미드저니(Midjourney)라는 AI 프로그램을 사용했다.

미술전의 디지털 아트 부문 규정에 따르면, 디지털 기술을 사용하거나 색보정을 하는 등 디지털 방식의 편집을 허용하고 있다. 앨런은 AI로 작품을 생성했다는 점을 밝혔기에 심사위원을 속이지 않았으며, AI를 이용해 작품 3개를 만들기 위해 80시간이 넘는 시간을 소요하는 등 노력을 기울였음을 강조했다.

최근 AI가 생성한 그림이나 음악 등이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일부 온라인 예술 커뮤니티에서는 AI가 생성한 예술작품을 게시하는 것을 금지하기도 했다. 반면 미국에서는 AI로 그린 만화가 저작권 등록을 승인받기도 했다. 예술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한 것이다. 혹자는 AI가 생성한 그림이 이미 존재하는 예술작품들을 빅데이터로 활용해 추출한 만큼 표절의 한 형태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예술가가 AI를 이용해 독창적인 키워드와 문장을 떠올리고 이미지를 추출한 뒤, 이를 편집해 새로운 결과물을 선보이는 것도 창의적인 영역이라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AI가 우리 삶의 곳곳에서 영향을 미치는 시대가 도래했다. 과연 AI는 어떻게 예술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앞으로 우리는 이러한 변화를 어떻게 바라보고 대응해야 할까?

인공지능(AI)이 생성한 그림이나 음악 등이 예술작품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 아닌지를 두고 뜨거운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AI는 어떻게 예술영역으로 진출했을까=일반적으로 예술이란 인간 고유의 창조활동으로 간주되는데, AI는 어떻게 사람을 뛰어넘어 멋진 그림을 그려낼 수 있었을까? 먼저 AI의 원리에 관해 간단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람도 지식을 쌓으려면 책을 읽고 강의를 들으며 새로운 정보들을 익혀야 한다. 보다 많은 지식과 정보를 습득하고, 다양한 지식인들의 관점과 생각을 이해할수록 지식의 폭은 넓어지고 깊이는 깊어진다. 또한 기존에 알고 있던 지식과 새로운 정보를 연결하고 조합하면, 이전보다 많은 일들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AI의 원리도 이와 비슷하다. AI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방대한 정보, 즉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함으로써 발전한다. 사람이 공부를 많이 할수록 똑똑해지는 것처럼, AI도 많은 정보를 학습하고 분석할수록 더욱 고도화된다. 고도화된 AI는 인간의 요청을 정확하게 수행하고 뛰어난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

AI의 학습분야는 날로 다양해지는 추세다. 그중 수많은 예술작품과 유명 화가들의 화풍, 기법 등을 학습하고 분석해온 AI는 사용자의 니즈에 맞춘 이미지를 즉시 생성해내는 수준에 이르렀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은 인공지능이 대체하지 못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해 왔지만, 그간 인간이 문명을 발전시키고 역사를 이어오며 만든 수많은 예술작품들 역시 빅데이터에 해당된다. 따라서 예술 빅데이터를 끊임없이 학습해 온 AI가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춰 이미지를 생성해 낼 수 있었던 것이다.

◇AI가 그린 그림은 어떤 점이 문제일까=AI 프로그램에 텍스트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그럴싸한 이미지가 생성된다는 점에서 예술계가 술렁이기 시작했다. 혹자는 AI로 인해 예술가가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만약 예술가의 역할이 AI 프로그램에 텍스트를 입력하는 것에 국한된다면, 이것을 과연 예술이라고 할 수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이러한 AI가 빠르게 확산될 경우, 기존 예술가들이 일자리를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번진 것이다. 실제로 로봇과 신기술이 사람의 일을 대신하는 것은 산업화 시대부터 이어져 온 논쟁거리다. 당장 생존에 지장을 겪을 수 있는 예술가라면 더욱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AI로 만든 그림에서 가장 큰 논란이 되는 것은 저작권 문제다. AI는 기존에 예술가들이 그린 작품들을 빅데이터 삼아 학습하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이미지를 생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AI가 생성한 그림은 결국 기존의 예술작품들을 짜깁기해 만들어진 결과물이 아닌가?’라고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도 있다. 또한 이렇게 만들어진 이미지의 저작권은 해당 AI 프로그램을 만든 개발자에게 있을까, AI 그 자체에 있을까, AI에 텍스트를 입력해 이미지를 생성하도록 명령을 내린 사용자에게 있을까? 이러한 의문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진 예술작품의 저작권과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논란의 여지가 남는다.

온라인에서 수많은 콘텐츠가 실시간으로 생성되는 요즘, 수많은 이들이 만든 예술작품이 무분별하게 빅데이터로 수집돼 AI의 학습도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AI가 생성하는 그림의 저작권을 누가 갖는지도 논란이 분분하지만, AI가 학습의 데이터로 삼는 예술작품의 저작권 문제도 매우 중요하다. 현재 상당수의 AI 프로그램에서 예술가의 이름을 입력하면, 그 예술가의 화풍과 유사한 그림을 만들 수 있다. 예술가 입장에서는 자신이 그리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스타일을 흉내 낸 그림이 탄생하는 셈이다.

만약 당사자의 허락을 구하거나 보상을 하지 않고 특정 예술가의 스타일을 데이터로 학습한 뒤, 이를 바탕으로 해당 예술가와 유사한 작업물을 생성한다면 이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따라서 앞으로는 데이터의 라이선스화와 예술가에게 정당한 보상을 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몇 년 사이에 AI가 급격히 발전한 만큼 아직 충분한 법적 검토가 이뤄지지 않았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때가 됐다.

AI가 일반 보도기사를 쓸 수 있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이러한 AI가 발달한다고 해서 기자, 작가라는 직업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지=이미지투데이>

◇예술을 위한 도구가 다양해지는 과정=한편, AI 프로그램이 예술가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예술가가 사용 가능한 도구가 다양해진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다.

사실 인간이 창의성을 표현하는 방법과 도구는 늘 다양하게 발전해 왔다. 디지털 시대에 포토샵을 사용하고 앱으로 그림을 편집하거나, 아이패드 프로크리에이터 앱에서 다른 사람들이 만든 브러쉬를 다운받고, 버튼 한 번으로 간단하게 채색을 하는 것은 모두 예술의 영역으로 허용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유독 AI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것만 안 된다는 기준은 과연 합리적인가?라는 물음을 던질 수 있다.

사진이 처음 나왔을 때, 과거의 예술가들은 사진을 예술로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이 사진을 예술이라고 본다. 즉 어디까지가 예술이고, 어디부터 예술이 아닌지, 칼로 무 자르듯 명확히 결론을 내리기는 매우 어렵다. 예술에 관한 정의와 관점은 고정불변의 것이 아니며, 시대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고 발전해 왔다.

비슷한 예로 지식의 정의와 기준도 과거와는 다르다. 세간에 발간된 책이 극히 한정적이었던 조선시대에만 하더라도 옛 경전들의 내용을 한 글자도 틀림없이 다 외우는 것이 지식인의 기본소양이었다. 하지만 요즘 같은 시대에는 모든 정보를 암기하는 것이 무의미하고, 다양한 지식을 활용해 어떠한 가치를 창출할지 창조적인 관점을 갖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평가받는다.

그림도 마찬가지다. 작품에 관한 아이디어를 구상하는 것은 사람이 하고, 스케치와 채색은 AI가 담당하는 것이다. 어떤 키워드와 내용으로 텍스트를 입력할지, 어떤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그림을 생성할지 의도하고 떠올리는 것은 인간 고유의 영역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렇게 생성된 이미지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세상에 무엇을 시사할 것인지도 사람에게 달린 영역이다. AI를 이용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닌, 예술가가 자신만의 관점으로 수정하고 다양한 이미지를 결합해 하나의 작품으로 탄생시킬 수 있는데, 그렇다면 AI 역시 포토샵과 같이 새로운 창작의 도구일 수 있다. 이러한 AI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전문가가 아닌 일반 대중들도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

◇AI가 대체하지 못하는 창조성의 영역은=최근 그림뿐만 아니라 시 쓰는 AI, 작곡하는 AI 등 창작하는 AI가 점점 늘고 있다. 이러한 시대에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기술의 발전을 막을 수는 없다. 앞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과제는 AI를 이용해 작업의 효율을 높이되, 자신만의 독창적인 관점을 더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번역을 예로 들어보자. 번역을 단순히 문장을 외국어로 옮기는 것이라고 여긴다면 한계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하지만 번역의 진정한 가치는 번역가가 작품을 깊이 이해하고, 원작가의 의도를 정확하게 분석하며, 잠재 독자들의 입장을 고려하는 동시에 번역가 자신의 관점에서 가장 적합한 언어를 선택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해내는 데 있다. 이는 구글 번역기나 파파고가 대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번역가들은 다양한 번역기들을 이용해 작업 효율을 높이는 대신, 자신만의 역량과 표현능력으로 번역의 깊이를 더해 나간다. 예술도 이와 같이 발전해 나가지 않을까 한다.

글도 마찬가지다. AI가 일반 보도기사를 쓸 수 있게 된 지는 이미 오래됐다. 2016년에는 일본에서 AI가 단편소설을 쓴 것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글을 써주는 AI ‘뤼튼’도 등장했다. 뤼튼은 키워드를 넣으면 이에 맞춰 글을 생성해주는 AI로, 제품 소개나 광고 카피가 필요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AI가 발달한다고 해서 기자, 작가라는 직업이 전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AI를 활용해 작업 속도와 효율을 높이되, 자신만의 관점과 메시지를 더한다면 인간의 독창성은 유지될 것이다.

AI를 만든 것도 인간이며, 예술을 만들어 나가는 것도 인간이다. 물론 기존에 비하면 예술가에게 요구되는 역량이 더욱 까다로워질 수도 있지만, 이를 계기로 인간의 창의성이 더욱 향상될 수도 있다. 다소 두려울 수는 있겠지만, 이 새로운 변화를 마냥 거부하기보다는 효과적으로 이용해보는 것은 어떨까. 미래를 살아갈 예술가에게 가장 필요한 자질은 어쩌면 AI가 흉내 내지 못하는 ‘나다움’일지도 모른다. 중기이코노미 안수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