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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계약 전에 의향서·양해각서로 내용 조율을
외국기업과의 국제계약서, 언어·준거법·계약법 차이 확인해야
- 기사입력2023-08-24 18: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다른기사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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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녹두를 수입하려는 한국업체 A사는 미국업체에 계약금을 지불하고 BL(Bill of Lading)을 받았으나, 해당 서류로 선적과 관련된 아무 정보도 조회가 되지 않아서 잔금을 주지 않았다. 미국업체는 이미 제품을 선적했다고 주장하며, 잔금 입금을 하면 나머지 서류를 보내겠다는 말을 반복했다.
A사는 한국무역협회에 문의해 국제물품매매계약에 적용되는 UN 협약(CISG)에 따라 30조(물품인도 의무), 32조(선적수배의 의무), 34조(매도인의 서류 제공 의무)에 의거해 매수인이 계약금을 지불했으니 물품 배송에 대한 서류 제공의무가 있음을 주장하는 영문 내용증명 발송했으며, 이후 관련 서류를 모두 수령하고 합의를 완료할 수 있었다.
외국기업과 거래를 할 때는 상호 국가의 공통된 법률이 적용되지 않고, 언어와 문화 차이로 인한 곤란한 일을 겪는 경우가 많다. 주우혁 법무법인 한중 변호사는 “미국 시장은 주마다 다른 법규정을 가지고 있어 미국 시장 진출 시 특별히 신경써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계약서로 인해 사업에 차질이 생기거나 소송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는 경우가 발생한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한국무역협회가 최근 개최한 ‘소비재 미국 유통시장 진출 전략 설명회’에서 ‘미국 진출 시 법적 고려사항’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서다.
◇정식계약 전 의향서·양해각서 통해 조율=주 변호사는 국제계약서를 처음부터 제대로 작성해두면, 향후 법정 분쟁에 따른 법률 비용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계약서를 작성하고 검토하는 일은 미국 시장에 진출할 때 가장 먼저 따져봐야 할 일이고, 또한 외국에서의 소송 및 집행은 높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국제거래에서 계약서가 첫 단추로 제일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미국 내 상대기업과 거래를 시작할 때는 처음부터 본 계약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당사자간의 협상을 진행한 후 법적 구속력이 없는 의향서 또는 양해각서를 먼저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의향서 및 양해각서는 복잡한 계약의 주요 사항들을 미리 정리하는 문서다. 당사자끼리 본 계약 체결을 위한 노력을 촉진함과 동시에 간접적이고 심리적인 구속력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있다. 의향서 및 양해각서에는 ‘Non-Disclosure(기밀누설 금지) & Stand-Still’ 조항을 둠으로써 일정기간 다른 당사자와 동일 문제를 논의하지 않기로 하는 약정을 맺을 수 있다.
◇언어·준거법·계약법 상 차이를 확인해야=본격적인 계약에 들어가면 국제계약서를 작성해야 한다. 계약서 작성은 자의적 해석을 방지해 분쟁 예방이 가능하고, 당사자 자치의 원칙에 따른 임의규정 배제 기능을 하게 된다. 또한, 분쟁해결의 근거로 그 기능도 한다.
주 변호사는, 국제계약 및 상업관리협회(IACCM)에 따르면 전세계 국제계약의 9%에서 클레임 제기 혹은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계약 관련 분쟁이 발생하면 인력 소요, 비용 상승, 매출 감소 등 부정적 여파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기업과 계약서를 작성할 때 유의할 사항으로 언어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정성, 준거법과 관할권의 설정, 계약법(Contractual Law) 상 차이 등을 꼽았다.
▲언어 차이로부터 비롯되는 불안정성=많은 국제계약서는 영문으로 작성한다. 따라서 다른 국적 기업간의 계약시 번역은 필수다. 주 변호사는 오번역, 혹은 중의적인 의미로의 번역 등 잘못된 번역으로 인해 계약서의 내용을 양 당사자가 다르게 이해한다면, 재판부는 영문번역본을 기준으로 판단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Shipment Date’와 ‘Delivery Date’의 경우, 전문가가 아닌 인력이 번역했을 때 둘 다 운송일을 의미하는 단어로 오해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Shipment Date는 선적일로서 공급자 혹은 판매자가 물품을 선적에 실었을 때 혹은 포워드사에 전달한 시점을 일컫는 용어다. Delivery Date는 배송일로서 수입자가 실제로 물품을 수입한 시기를 의미해 법률상 이 두 단어의 의미는 확실히 구분된다. 실제로 해외 공급자와의 수출일자 협의와 관련해 Shipment Date를 도착일로 여기고 있던 한국회사가 물품 수입에 차질을 빚은 경우가 발생하기도 했다.
▲준거법과 관할권의 설정=국내계약서와 달리 국제계약서는 준거법 및 관할권을 사전에 정해야 한다. 한국기업에는 한국법을 준거법으로 설정하고, 한국법원 혹은 대한상사중재원을 관할법원으로 설정하는 것이 유리하다.
하지만 회사 계약에서의 우위 관계 등 기타 요소로 인해 미국 준거법 및 관할권을 따라야 할 수도 있으므로 대비해야 한다. 특히 미국은 다른 국가와 달리 주 별로 다른 법률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어느 주의 법을 준거법으로 하는지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계약법(Contractual Law) 상 차이=주 변호사는 한국 법률은 독일과 일본의 대륙법 영향을 많이 받은 반면 미국은 영미법 영향을 많이 받아 계약법에 관해서도 많은 차이가 존재한다며 주의해야 한다고 했다.
대표적인 것이 손해배상 책임조항이다. 한국의 민법은 사전에 위약금을 책정했다면 이를 손해배상액의 예정액으로 추정하고 있다. 따라서 계약 불이행시 위약금만 지불하면 손해배상액은 지불하지 않을 수도 있다. 반면에 미국은 이러한 법제도가 없으며, 위약금이 과도한지에 대해서만 판단할 뿐 손해배상액의 산정에 관해서는 고려되지 않는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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