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산업 부실공사 근절…“공공감리 강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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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건설산업 부실공사 근절…“공공감리 강화를” “전문인력 부족 등 책임 있는 감리가 이뤄지지 않는게 문제”

기사입력2023-08-29 11: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철근 작업하러 가면 가장 많이 듣는 지시나 요구가 ‘빨리 끝내라’ 입니다. 철근 일이 예정된 공정에서 70% 정도밖에 완성이 안됐는데도, ‘콘크리트(공구리) 친다’는 소리가 나옵니다. 철근 일이 안 끝났는데, 후속 공정이 들이닥칩니다. 또, 현장노동자의 90% 정도가 미등록 이주노동자인데, 숙련공이 현장에 있다면 적어도 철근이 빠졌다는 것을 인지하고 지적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30여년 간 건설 현장에 몸담으며 20년 넘게 철근 업무를 맡아왔던 노동자 A씨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건설노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이 28일 개최한 ‘LH 부실시공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건설 현장에서 빨리빨리 속도전과 불법하도급, 미등록 이주노동자, 부실한 감리 문제가 부실시공의 원인이라고 지목한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 민주노총 건설노조,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등은 28일 ‘LH 부실시공 근절방안 마련을 위한 좌담회’를 개최했다. ©중기이코노미

이날 김남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실행위원(변호사)도 ‘LH 등 건설산업 부실공사 근절방안’이라는 발제를 통해, “국토교통부는 인천 검단 무량판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로 드러난 설계, 시공, 감리 하자의 문제 원인을 LH전관들의 이권 카르텔 문제로 돌리며 이권 카르텔 혁파를 외치고 있다”며, “그러나 문제의 원인이 단순히 전관예우 문제만이 아니고 민간 건설에서도 불법 브로커 구조나 부실설계, 부실감리 문제가 만연해 있다”고 지적했다.

◇책임 있는 감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최근 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통해 불거진 LH의 철근누락 등 부실시공 문제가 표면 위로 떠오르면서, 설계-시공-감리 등 국내 건설공사 전단계에서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LH가 발주자로 지하주차장을 무량판으로 시공한 아파트 중 21개 단지에서 반드시 시공해야 하는 기둥 전단보강근 등이 누락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11곳은 설계 오류로 철근시공이 빠졌다. 또, 15개 단지에서는 구조기술사가 도면을 그리도록 하는 LH의 업무지시가 지켜지지 않았다. 아파트 단지 설계에서 설계사무실이 계획설계-기본설계까지만 작업을 하고, 실시도면은 헐값에 외주에 맞기는 일이 일상적이다. 이에 대한 검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설계오류가 발생해도 점검하지 못한 채 납품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김남근 변호사는 설계감리 단계에서는 공공감리 강화를 중심에 두고 공정관리 개혁을, 시공단계에서는 불법다단계 하도급 근절과 숙련노동자 고용 강화를 제도화할 것을 제안했다.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른 감리란 건설공사가 관계 법령이나 기준, 설계도서 또는 그 밖의 관계 서류 등에 따라 적정하게 시행될 수 있도록 관리하거나 시공관리·품질관리·안전관리 등에 대한 기술지도를 하는 건설사업관리 업무를 말한다.

김 변호사는 설계오류, 시공하자를 걸러내는 전문적인 책임 역할이 감리인 것인데, 책임관리지침에 입각한 정밀하고, 책임 있는 감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장철민 의원실이 LH로부터 받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7월 LH가 자체 감리한 공사 현장 104곳 중 85곳(81.7%)은 배치된 인원이 법정 인력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감리가 각 건축공정마다 제대로 시공됐는지 확인해야 다음 공정으로 넘어갈 수 있는데, 감리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적은 인력으로 꼼꼼히 감리하게 되면 다음 공정작업이 계속 늘어지게 된다. 결국 감리 확인없이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는 경우가 많아지고, 아예 현장확인 없이 서류로만 감리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한 것이다.

김 변호사는 적어도 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나 지방자치단체, 지방개발공사 등 공공 발주청이 발주하는 건설기술진흥법상 감리에 대해서는 공공감리가 담당하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건설노동조합 관계자들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경찰청 앞에서, ‘부실공사 LH 책임자 처벌, 국토교통부 규탄’ 민주노총 건설노조 전국 동시다발 기자회견을 했다. 이들은 최근 정부의 철근누락 아파트 발표와 관련해, ‘공공 발주처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했다. <사진=뉴시스>

◇불법다단계 하도급으로 부실시공=김 변호사에 따르면, 한국 건설현장은 불법다단계 하도급이 성행하면서, 책정된 예산의 절반도 안되는 비용으로 영세한 업체가 하도급을 맡아 저임금 미숙련 외국인 노동자를 통해 공사를 하는 일이 일반화돼 있다.

이를 개혁하기 위해서는 원청이 직접 시공하지 않고 하도급으로 중간수익만 챙기는 불법다단계 체계의 브로커 산업구조를 바꿔야 한다. 또한 현장 노동자에게 시중노임단가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하는 적정임금제(prevailing wage) 도입도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다단계 하도급이 만연하면서 다른 주나 외국의 저임금 노동자가 유입되면서 저가 하도급 공사로 인한 부실공사 등이 사회적 문제가 되자, 적정임금제(prevailing wage)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도록 했다.

김 변호사는 적정임금은 국내 건설노동자의 고용 등을 보장하는 노동정책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외국인 저임금 노동자를 고용해 야간작업, 공기 단축을 시행하는 부실시공을 차단하는 부실시공 방지대책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재명 경기도지사 당시에는 서울시와 경기도가 발주하는 공사 현장에서 이를 시행했으며, 문재인 정부에서 LH, 도로공사, 수자원공사 등에서 시범사업을 시행했지만 그 뒤 시범사업의 성과를 분석하고 이를 확대하는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김 변호사는 윤석열 정부에서 이러한 기본적인 개혁도 사실상 멈춘 상태라고 지적했다.

이와함께 공공발주 건설공사의 경우, 서울시의 대금-e바로 시스템이나 국토부의 키스콘 등 발주자인 공공기관이 직접 하도급 노동자에게 임금 등을 지급하는 시스템을 통해 불법다단계 하도급에서 나타나는 임금체불 등을 방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김 변호사는 이 시스템을 활용하면, 발주자가 미리 확인한 하도급 노동자 외에 다른 노동자가 근무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어 불법다단계 하도급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전관 예우에 따른 비리 문제는 LH가 공정별로 축적하고 있는 노하우 코드를 공개해 공정한 수주경쟁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LH와 같은 공공기관은 그동안 수많은 설계, 시공, 감리의 경험을 축적해 만든 기술 코드를 보유하고 있는데, 현장에서는 이 기술코드를 알지 못하면 LH 등의 일을 할 수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설계나 감리 공모에서 LH 전관 출신이 있는 업체가 유리하게 된 것은 그동안 축적해 놓은 여러 공정에서의 코드를 LH 전관 출신들이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LH뿐만 아니라 국토교통부 전관들이 문제된 설계·감리 사무소에 취업하고 있으면서 로비스트 역할을 하고 있는지도 점검해봐야 한다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