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환경 개선없이 산단 지속가능 기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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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e 중기 ㅣ 산업뉴스 “고용환경 개선없이 산단 지속가능 기대 못해” 노동친화적 환경 조성하고, 노동자 참여한 노사공동협의 필요

기사입력2023-09-04 10:28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의 64%, 수출의 66%, 고용의 49%를 차지하는 산업단지, 제조강국 대한민국을 지탱하는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가 기본적인 노동권마저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어, 산업단지 역량 성장과 노동권 보호를 위한 정책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동주·김용민 의원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화섬식품노조 등은 지난달 30일 ‘산업단지 노동권 실태와 법제도 개선과제’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동주 의원실>

박주영 민주노총법률원 부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우원식·이동주·김용민 의원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화섬식품노조 등이 최근 개최한 ‘산업단지 노동권 실태와 법제도 개선과제’ 토론회에서, “산업단지는 산업단지 노동자 뿐만 아니라 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노동자에게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그러나 지금까지 산업단지 정책과 제도를 마련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통로가 전혀 보장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산업단지 노동자의 눈높이에 맞는 노동조건 및 고용환경 개선없이는 산업단지의 지속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산업단지 내의 노동친화적 환경을 조성하고, 노동권 보장과 복지 및 처우를 개선하는 과정에서 노동자가 참여하는 노사공동협의 절차가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공짜노동에, 휴가 이용도 어려워=산업단지는 올해 1분기 기준 고용인원이 230만명에 달하고, 지난해 기준 연간 1271조원 상당의 생산, 4460억 달러의 수출을 담당했다. 2021년 기준 산업단지가 국내 전체 제조업 생산의 64%, 수출의 66%, 고용의 49%를 차지하고 있다. 국가 전체 경제지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지역 산업과 고용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

하지만 산업단지는 작은 기업이 대거 밀집돼 있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서 파악한 올해 1분기 전국산업단지 현황통계에 따르면, 산업단지의 업체당 고용인원은 21.8명에 불과하다. 또 33개 국가산업단지 가동업체 가운데 50인 미만 사업장의 비율이 전체 4만3457개 업체 중 94.5%에 달하는 4만1048개였다.

지역에서 산업 기술인력 부족은 점점 심해지고 있는데, 이는 열악한 노동권에서 기인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실시한 산업단지 노동조건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산업단지 노동자 31.3%는 무료노동·공짜노동(조출·무급노동)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5인 미만 사업체 노동자 중 공휴일이 유급휴일이라고 응답한 비중은 62.1%에 불과했다. 연차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으며, 미사용 휴가에 대해 수당을 지급받는다고 응답한 산업단지 노동자 비중은 절반(42.7%)에도 미치지 못했다. 산업단지에서 일하는 노동자 10명 중 3명(31.8%)은 휴게시설이 없는 사업장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 부원장은 산업단지 내, 지역 내에서 일자리 이동이 빈번한 작은 사업장 인력구조를 고려할 때, 산업단지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업단위 내에 단체교섭 구조가 형성되기는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며, 산업단지를 중심으로 기업 교섭구조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산단 내 ‘공동 노사협의회’ 등 필요=박 부원장은 산업단지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및 처우개선을 위한 제도적 근거 마련을 위해서는 우선 산업집적활성화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산업집적법) 제1조 목적에서 ‘지역 양질의 일자리 확보 및 유지’를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러한 산업집적법상 목적에 기초한 산업부 산업단지관리지침과 이에 따르는 산업단지관리기본계획에서, 지역 일자리의 안정적 수급을 위해 산업단지 노동자의 노동권 보장과 처우개선 과제를 반영하도록 하는 법체계적 근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 부원장은 산업단지관리지침에 반영돼야 할 산업단지 근로자 고용 및 처우개선에 관한 기본적 기준을 정함에 있어, 산업부의 자의적인 정책결정이 되지 않도록 노사 참여를 기본으로 한 ‘산업단지 근로자 처우개선위원회’를 구성하고, 관리지침에 반영할 처우개선에 관한 기본적 기준을 정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산업단지관리지침을 통해 산업단지 노동자의 고용 및 처우개선에 필요한 기본적인 기준을 정했다면, 이러한 기준을 기초로 각 산업단지의 관리기본계획에 구체화되도록 ‘산업단지 근로자의 노동권 보장 및 처우개선’을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박 부원장은 당장 법률개정으로 직접적인 산업단지 노사 공동협의기구를 설치하기 어렵다면, 산업단지 내 노사 공동의 이해를 조정하고 산업단지 노사의 참여와 협력을 기대할 수 있도록 ‘공동 노사협의회’, ‘공동 산업안전보건위원회’ 등을 구성,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정책을 마련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