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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하루 8시간을 작업 제작하는데 씁니까

작품은 셀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도 만들어진다…파트 타임 아티스트 

기사입력2023-10-04 09:23
박선호 미술작가 (sunhopark.info@gmail.com) 다른기사보기

종종 작품의 탄생을 목격한다. 내 작은 책상 위에서, 동료 작가들의 작업실에서. 혹은 출몰했다가 희미해지는 사건을 통해.

 

예술가가 직업이라면 작품이 탄생하는 장소는 모두 노동현장일 것이다. 풀 타임 근로자는 하루 8시간 근무하지만, 작가가 일하는 시간을 계산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다. 일과 쉼 사이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예술 노동의 현장에서 지금 나는 휴직 상태다(미래에 나를 찾아올 작품을 위해 에너지를 적립하는 중이다). 자고 싶은 만큼 자고 알람 없이 잠에서 깨는 아침을 보낸다. 먹고 싶은 것을 먹지만 과식하지 않는 식사시간을 가지고, 시간을 내어 보고 싶었던 로맨틱 코미디 영화를 본다. 자기 계발을 게을리하지 않기로 했기에 자잘한 공부도 한다. 대체로 슴슴한 이 생활이 이전보다 나를 더 건강하게 해주고 있다.

 

매년 9월 미술 주간에는 전국 290여개 미술기관에서 다양한 행사가 열렸다. 2022년 국제적인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Frieze Seoul)의 론칭 이후, 한국의 미술 현장은 주목을 받고 있다. 나 역시 미술 주간 당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전시와 행사에 방문했다. 갤러리, 아트페어, 국공립 미술관과 비영리 공간 속에서 작가들의 수많은 작품과 마주쳤다. 문화활동이 제한되었던 지난날에 비해 활기찬 미술 현장이 조금 낯설게 느껴진다. 익숙하게 알아 온 장소가 들썩였고 거리는 생기가 넘쳤다. 대중들 역시 미술에 높은 관심을 가지는 것을 보니, (이제야) 부모님께 내가 하는 일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 거란 기대도 생겼다.

 

<사진=박선호>
생동감 넘치는 미술의 흐름이 반갑지만, 한편으로 두렵다. 내가 파트 타임 아티스트이기 때문이다.

 

파트 타임 아티스트’. 종종 작품을 보여주지만 하루 8시간 작업하지 않는 작가. 여러 전시와 행사에 다녀온 뒤 나는 스스로 이렇게 소개하곤 한다. 과정과 맥락에 맞게 매체와 형식을 선택하는 현대미술에서는 작품 제작에 투입된 순수한 노동시간을 계산하기 어렵다. 또한, 어떤 작품은 완성되는 시점을 정확히 알 수 없다. 그 자체로도 완전한 작품이 있지만, 직접적인 제작 이후에 일어나는 복잡한 얽힘까지가 완성의 조건이기 때문이다. 작품과 그것이 놓이는 장소가 조응할 때만 완전할 수 있는 작업. 그리고 관객과의 만남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작동하는 작업 말이다. 이 외에도 많은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몇 가지 이유로 나는 현대 미술가가 작품을 만들기 위해 쓰는 시간을 셀 수 없는 시간이라 말해보고 싶다.

 

사랑과 헌신을 볼 수 있게 된다면 그것이 바로 미술작품과 전시일 것이다. 구상과 제작, 발표에 이르기까지 정답이 없는 지난한 여정을 지나기 때문이다. 서울 곳곳에 쏟아진 아름다운 것들을 본 뒤, 그 어느 것보다 중요한 건 예술작품의 생산일까 되묻게 된다. 그간 작품을 만들거나 전시를 기획할 때 나는 24시간 각성 상태였다.

 

작업실에서 순수하게 무언가를 만드는 시간 외에도 새로이 찾은 아름다운 단어들과 생각을 작은 노트에 기록했다. 신기하고 좋은 것, 유익한 것을 보러 다니며 참고자료 주머니를 가득 채웠다. 삶 속에서 실천하며 무언가를 바꾸어 보려는 노력을 하기도 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어느새 미술작가가 되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에게 당신은 하루 8시간을 작업을 제작하는 데 씁니까?’, ‘오늘도 무언가를 만들었습니까?’라는 질문을 받는다면 답할 수 없다.

 

더 많이 일하고 더 많이 만들어야 풀 타임 아티스트라 말할 수 있는 걸까? 아마 누구도 이 질문에 곧바로 답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세상이 셀 수 있는 세계만 허락한다면 나는 언제나 파트 타임 아티스트, 혹은 아마추어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작품은 셀 수 없는 시간으로부터도 만들어지고 있다고 말해보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많은 작가가 지켜내고 싶었던 삶의 방식과 태도를 떠올려보고 싶다. 삶에서의 예술적 실천을 추구하는 것. 대체로 아무것도 생산하지 못해도 그 역시 작업과정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일. 삶을 꾸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배우고, 예술을 통해 삶이 변화할 것이라는 믿음을 지키는 것 말이다. (중기이코노미 객원=박선호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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