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면법 개정, 특별사면권 제한·견제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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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사면법 개정, 특별사면권 제한·견제가 필요” 사면대상 제한, 사건 관계인 의견정취 등 통제절차 고려를

기사입력2023-11-09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주민 의원과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는 7일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태광그룹을 통해 본 경경유착·유전무죄 실태’ 토론회를 개최했다.

“윤석열 정부에서 특사로 사면·복권된 기업인들은 재벌그룹의 총수들로서 공정거래법 위반, 횡령배임, 조세포탈, 분식회계, 뇌물공여, 도박 등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근간에서부터 훼손한 비리기업인들이다. 불법·탈법 상거래를 일삼고 시장질서를 어지럽힌 장본인들임에도 서민경제의 어려움을 고려해 경제살리기를 위해 사면한다는 뻔한 거짓말을 지켜봐야 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권영국 변호사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박주민 의원과 태광그룹바로잡기공동투쟁본부가 지난 7일 주최한 ‘경제민주화 2023년의 현주소, 태광그룹을 통해 본 경경유착·유전무죄 실태’ 토론회에서 ‘경제살리기 특별사면의 허구성과 사면권 제한의 필요성’이라는 주제발표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경제사범 기업인 대거 특별사면·복권=윤석열 정부 들어 지금까지 약 1년 반 사이 대통령은 세 차례에 걸쳐 특별사면을 단행했다. 특별사면에는 경제사범으로 사법처리된 대기업 총수 등 기업인들이 대거 포함됐다. 우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뇌물공여자들로서 정경유착의 대표적 기업인이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은 2005년부터 10여년 간 파철을 거래기록 없이 팔거나 미국 법인을 이용해 거래내용을 조작하는 등의 수법으로 120억원 상당의 회삿돈을 빼돌리고, 추가로 라스베이거스에서 원정도박까지 한 사실까지 드러나 실형을 받고 복역했다.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은 계열사 자금 2841억원을 개인회사에 부당지원하고 2조3000억대 분식회계로 9000억원대 사기대출을 받았으며,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해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인물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은 4300억원의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임대주택법 위반 등 12개 혐의로 실형이 확정됐으며, 5년간 관련분야 취업이 제한됐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그룹 명예회장은 내부 정보를 이용해 금호타이어 주식 5만5000주식을 사들인 뒤 금호석유화학에 되팔아 2억3000만원의 차익을 얻은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또, 112억원 상당의 횡령 및 21억8000만원 상당의 배임 등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 상 배임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형과 5년간 취업이 제한됐다.

◇비리백화점·정경유착·유전무죄 종합판=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은 2011년 200억원대 회삿돈 횡령 등으로 징역 3년, 조세포탈로 징역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 과정에서 이 전 회장은 재판 지연과 황제보석 등으로 7년 10개월 기간동안 구속을 회피해 공분을 샀으며, 특히 2018년에는 병보석 중 무단 외출 및 술집 출입 등의 사실이 알려져 사회적 지탄을 받기도 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2019년에는 이 전 회장의 회사가 생산한 김치·와인을 계열사에 대량으로 구입하게 한 일감몰아주기 협의로 검찰에 고발됐으며, 2021년에는 차명주식 관련 허위 자료 제출 혐의로 고발당했다. 이 전 회장은 만기출소 후 2022년 상반기 태광그룹 임직원의 70%를 해고하고, 11월에는 이호진 전 회장이 56.3% 지분을 소유한 흥국생명의 영구채 상환 거부사태로 금융시장에 혼란을 초래하는 등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이 전 회장은 올해 8월 윤석열 정부의 광복절 특별사면 복권을 받았지만 두 달 만인 지난 10월 업무상 배임, 횡령 혐의로 다시 수사를 받게 됐다. 이 전 부회장의 그간의 행보에서 법무부 장관의 병보석 탄원, 법무차관 가족의 이해충돌 의혹 등이 불거지며 이호진 전 회장의 사건은 비리백화점, 정경유착, 유전무죄의 종합판이라는 지적을 받는다.

권 변호사는 “이들은 민생경제나 경제살리기와는 거리가 먼, 총수 개인 또는 일가의 천문학적인 사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해 재산범죄를 주도하고 공정거래 질서를 유린한 기업인들”이라며 “특히 이들 비리기업인들이 민생을 생각하고 경제를 살린다는 정치권력자와 기업인들의 주장이 얼마나 허구적이고 거짓된 것인지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이 사면 과정에서 행한 행위를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 특별사면권 남용 우려…제한 필요=권 변호사는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대한민국 헌법 제79조에서 사면, 감형, 복권은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으로 규정돼있다. 대통령의 사면권은 ‘일반사면’과 ‘특별사면’이 있으며, 죄의 종류를 정하여 국무회의를 거쳐 국회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법무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면심사위원회의 특별사면 적정성 심사를 거쳐 법무부 장관이 이를 대통령에게 상신하고 국무회의를 심의를 거쳐 대통령이 재가한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그 행사에 대해 아무런 제한이 없어 권한이 남용될 수 있다는 지적과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불완전한 입법, 공정하지 못한 재판, 자의적인 법집행으로 인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명맥을 이어왔지만 한편으로 형사법 체계를 무력화하고, 정치적 남용 또는 자의적인 권한 행사 가능성이 늘 위험인자로 작용한다는 지적이다.

◇주요국, 특별사면 권한남용 방지 위해 제한=권 변호사는 미국, 독일, 일본 등 각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통치권자의 특별사면권을 인정하면서도 권한 남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한과 한계를 명확히 두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했다.

미국은 살인 등 중범죄의 사면을 금지하고 범죄피해자 등 사건 관련인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으며, 독일은 특별사면을 행정절차의 일환으르 보아 단계별 처리를 통해 절차를 진행하기 때문에 남용의 소지가 매우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일본의 경우도 형 선고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한 자만이 특별사면을 신청할 수 있고 중앙갱생보호심사위원회(사면심사위원회)의 각위원은 모두 양위원의 동의를 받고 정치적 중립성 유지를 위해 동일 정당에 속한 자의 수를 제한함으로써 권한 남용 소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권 변호사는 우리나라 역시 대통령의 특별사면권 남용을 방지하고 합리적인 사면권 행사가 가능하도록 하기위해 사면법 개정을 통해 특별사면권 행사의 제한 및 견제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일정 형기 미경과자는 특별사면권 행사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사면 대상의 제한을 설정하고, 사면대상자가 임의로 선정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특별사면의 신청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수 있다. 또, 특별사면은 재판 결과를 변경하는 효력을 갖는 만큼, 대법원장 및 범죄피해자 등 사건 관계인의 의견 청취를 의무화하고, 국회에 대한 보고 절차를 두는 등 통제절차를 마련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권 변호사는 사면심사위원회 위원은 대법원, 국회 등 외부기관의 추천을 받아 구성하되, 법조계 종사자 뿐만 아니라 사회 각 분야의 의견을 대표할 수 있는 자를 위원에 포함시켜 사회적 통합 기능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하는 방안, 심의서 및 회의록의 즉시 공개를 통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회의진행을 담보하는 방안 등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