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불평등·지역소멸…지역공공은행이 대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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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키워드이슈 금융불평등·지역소멸…지역공공은행이 대안 미국 지역공공은행, 100년 넘게 지역경제 이끌어

기사입력2023-11-16 12:00

채민선 기자 (iscra79@junggi.co.kr) ㅣ다른기사보기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는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와 화폐민주주의연대가 15일 개최한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대토론회’에서 지역공공은행 설립을 제안했다. ©중기이코노미

5대 시중은행의 금융지주회사들이 수십조원의 당기순이익을 벌어들이며 ‘성과급잔치’, ‘은행들의 돈잔치’라는 말이 언론 지면을 수놓는 동안, 지역의 중소영세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은 금융서비스로부터 소외된채 매출부진과 고금리로 고통받고 있다. 금융배제, 지역 경제의 피폐화, 지방소멸 등에 대응하기 위해 지역공공은행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교수(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 공동대표)는 지역순환경제전국네트워크와 화폐민주주의연대가 15일 개최한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대토론회’에서 ‘지금, 왜 지역공공은행인가’라는 발제를 통해 “지역의 금융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업은행들은 지역에서 발생한 투융자 및 각종 수익들을 지역 외부로 유출하고 있다”며, “지역에서는 심각한 금융배제 문제가 발생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는 정책적으로 속수무책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양 교수는 광주은행의 경우 지난해 당기 순이익 2500억원의 70% 이상이 지분 100%를 보유한 JB금융지주의 본사가 있는 지역으로 빠져나갔다고 지적했다. 또 부산은행은 모기업인 BNK그룹의 13%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롯데그룹을 통해 롯데그룹의 지배주주인 일본 광윤사로 그 수익의 흘러가고 있어 지역으로의 재투자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공공 금융역할을 하고 있는 지역신용보증기금 또한 정량적이고 계량적 정보에 의존해 신용을 공급하며 상업은행과 마찬가지로 금융배제, 신용할당 현상을 심화시키고 있어 국가 금융의 실패와 한계를 보여준다고 짚었다.

양 교수는 “지역 금융시장에서 대형상업은행 등과 같은 시중은행이 수익원리주의적으로 은행을 경영하며 지역 주민들의 금융배제, 신용할당 현상이 심화됐다”며, “시장과 시장의 대안으로서 등장한 국가의 관료적 조정 방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지역 금융시장의 새로운 조정주체로서 대안적 지역공공은행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역공공은행, 지자체 재정을 토대로 지역 내 투·융자, 자본순환 역할

지역공공은행은 지자체가 출자·투자·설립하고 지자체와 지역시민사회 간의 협업에 의해 의사결정이 되는 은행이다. 출자 주체인 지자체의 예산(재정) 수탁을 토대로, 상업은행과 같은 신용창조 프로세스를 거쳐 지역 내에서 상업금융 접근이 어려운 금융소외자, 소상공인, 자영업자, 사회적경제기업 등의 자금수요에 대한 투융자를 할 수 있다.

<그래픽=채민선 기자> ©중기이코노미

양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 지자체의 시·구금고 역할을 하는 시중은행은 시·구자금을 받아 수탁고 실적을 올리는 한편, 지역 금융시장에서 평판을 강화해 유리한 조건으로 지역내에서 여수신 장사를 한 후, 그로 인해 버는 막대한 수익의 대부분을 지역화하지 않고 그 본사가 있는 서울 또는 신용등급이 높고 담보력을 가진 자금수요자들이 있는 지역 외부로 유출하고 있다”며, “공공자금을 관리하는 금고는 공공적인 은행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자체의 금고 역할을 하는 지역공공은행은 지자체의 정책기획과 집행을 위한 예산 수요가 발생할 때 지방채를 즉시 매입해 대응할 수 있다. 또, 지역 특화산업 관련, 지역 내 산업 연관 수준이 높은 프로젝트 등에 상업은행과 공동투자자로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공공은행이 이같은 직·간접적 투융자를 통해 확보한 수익은 지역 밖으로 유출하는 대신 지자체의 재정으로 환류한다. 이 경우 지역의 부가 지역 밖으로 빠져나가면서 초래하는 지역경제 피폐화를 막고, 공동부를 통해 지역순환경제에도 기여할 수 있다.

특히 경기 불황기나 코로나19와 같은 위기 시 지역공공은행의 투융자가 경기역행적 형태로 제공되면서 상업은행의 경기순행적인 투융자 변동의 불안정성을 완화해 지역 금융시장과 거시경제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있다는 것이 양 교수의 주장이다.

미국 노스다코다은행, 지역공공은행으로 100년 넘게 지역경제 이끌어

양준호 교수는 “국회에서도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발의를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내 통과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해외에서도 독일의 스파르카센, 미국의 노스다코다은행, 캐나다의 엘버타주립은행, 일본의 도쿄도립은행 등 지역공공은행이 지역안에서 지역자본 순환의 역할을 하는 사례가 있다.

특히 미국 노스다코타은행(BND은 노스다코타 주 지역의 공립은행으로 1919년 설리된 100년이 넘은 오래된 은행이다. BND는 주정부가 관할하는 지역 안의 농가, 중소사업자(중소영세업,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지역 밖의 은행과 금융자본가 그리고 마피아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역 정치운동의 하나로 전개됐다.

BND는 주정부가 관할하는 지역의 주민들을 위한 은행으로 설립돼 지금까지도 주 내의 농업, 공적사업, 지역경제적의 파급효과가 큰 민간 산업 거래, 그리고 지역내 사회적경제 등을 위한 저리융자를 적극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양 교수는 BND가 공공은행이기 때문에 일반 영리은행과 달리 비인간적인 차압이나 추심을 행하지 않도록 주 법률이 규정한데다 주의회와 지역 시민사회가 상시 감시하고 있다면서, 그럼에도 상환율은 98.9%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BND가 지역내에서 저리융자를 통해 얻는 수익은 노스다코타 주정부의 공적 수입(예산)이 된다. 또 그 수익을 어떻게 처분할지에 관해서는 지역민들에 의해 선출된 주의회가 결정하되, 최종적으로 지역안에서 그 수익이 순환되는 사회적 자금이 된다.

양 교수는 지역공공은행의 이와같은 메커니즘은 지자체의 긴축재정 또는 재정위기로부터 자유로운 지역민과 지자체를 위한 시스템으로 작용이 가능하다며, 지자체가 지역공공은행을 설립해 지역주민을 위한 주민의 은행에게 시의 예산기금을 일괄 위탁하고 지방재정분권, 지역의 경제적 주권을 담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에서도 지역공공은행 특별법 발의를 앞두고 있어, 이번 회기내 통과할 수 있도록 시민사회의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기이코노미 채민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