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원 못받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1천명 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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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기자수첩 지원 못받는 전세사기 피해자가 1천명 넘었다 심사기준 공개하고, 특별법 개정해 지원대상 넓혀야

기사입력2023-11-17 00:00

전세사기 피해를 입었지만 피해지원위원회로부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1000명을 넘어섰다. 전세사기 심사기준 조차 모호해, 피해를 입고도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이유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선은 심사기준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하며, 특별법을 즉각 개정해 지원대상을 넓혀야 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5일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에서 피해자신청 895건을 심의해, 총 694건을 피해자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기준으로 ‘피해자신청’ 중 가결건수는 총 8284건에 이른다. 인정받은 피해자 중 20세 이상 30세 미만이 1887명, 30세 이상 40세 미만이 4027명으로 전체의 71.4%에 달한다. 전세사기의 피해로 청년층이 크게 고통받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피해자신청이 인정될 수 있지만 적용이 제외된 경우도 593건이 있었다. 보증보험이나 최우선변제, 경매 등으로 전세보증금을 전액 회수할 수 있는 경우라고 국토부는 설명했다.

문제는, 전세보증금을 회수할 수 없는 형편임에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한 사례가 다수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위원회 심의에서 부결된 사례가 846건이었고, 이의신청까지 했으나 기각된 276건을 합치면 모두 1122건에 이른다.

부결된 사례 중에서 피해자요건이 충족되지 못한 사유를 살펴보면, 전입신고와 확정일자 등으로 대항력을 확보하지 못한 경우가 4.0%, 보증금 상환액 초과와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이 0.2% 있었다. 전세사기 특별법은 피해자요건으로 전입신고를 마친뒤 확정일자를 갖추고, 보증금이 3억원 이하인 경우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이외에 대부분의 사례는 다수 피해 발생과 보증금 미반환 의도 미충족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였다. 그런데 다수의 임차인에게 피해 발생과 보증금 미반환 의도라는 요건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특별법은 다수의 임차인이라고만 할뿐 인원수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보증금 미반환 의도라는 요건 역시 수사 개시,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이 없는 자에게 임차주택의 양도한 경우, 보증금을 반환할 능력 없이 다수의 주택 취득 등으로 정했는데,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한 사례가 어떤 경우인지 피해자들은 알지 못한다.

심지어 국토부는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의 피해자 결정을 위한 세부기준 논의와 결과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전세사기 피해자대책위 등이 정보공개를 청구하자, 위원회 개최일자와 회의별 주요안건 정도를 공개했을 뿐이다.

피해자대책위와 시민사회대책위는 지난 3일 국토부에 이의신청을 하면서, “위원회의 내부 심의기준 등을 공개해 임차인이 사전에 전세사기피해자 요건을 충족했는지 여부를 판단한 후 신청을 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촉구했다.

정보공개의 필요성은 피해자대책위 등이 이미 설득력있게 제시했기 때문에, 국토부가 더 이상 감추거나 시간을 끌 일이 아니다. 피해자지원이 목적이니만큼, 기준을 공개해 임차인들이 신청 단계에서 지원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도록 할 필요성이 있다. 모호한 기준으로 피해자를 걸러내 지원의 폭을 좁히고 지원의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어떠한 명분도 없다는 점이 가장 큰 근거다.

아울러, 다수의 피해와 보증금 미반환 의도 등의 까다로운 요건이 피해자 걸러내기로 기능하지 않도록 기준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특별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사각지대가 없도록 전세사기 특별법을 즉시 개정해 피해자 범위를 넓히고, 보증금 반환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지원 후회수 방안을 적극 검토할 때다.

특히, 정부는 통계상 수치를 줄인다고 전세사기 피해의 실제 규모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란 점에 유념해야겠다. 지원위로부터 인정을 받지 못해 전세사기 피해를 입고도 이유도 모른채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을 생각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