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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뜩한 유령·해골…예술이 된 기념품 가게 ‘가면’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에서 만난 가면 화가…제임스 앙소르 

기사입력2023-11-20 09:30
이다 미술역사가 (meundaisy@gmail.com) 다른기사보기

루벤스의 대성당으로 유명한 벨기에의 안트베르펜에는 플랑드르 미술작품을 볼 수 있는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KMSKA)이 있습니다. 1894년에 현재의 미술관으로 문을 열어 비교적 늦게 설립되었지만 얀 반에이크와 장 푸케, 로히에르 판데르 바이덴의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시내에서 조금 떨어져 한적한 실내에서 조용한 관람을 즐길 수 있어 미술 애호가들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이 미술관이 유명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로테스크한 아방가르드 미술을 선보인 화가 제임스 앙소르의 최대 컬렉션이 있기 때문입니다. 벨기에 화가 제임스 앙소르는 유령과 해골, 가면과 섬뜩한 인물상으로 인간의 이중성을 꼬집는 작품으로 유명합니다.

 

여름의 끝자락 8월의 어느 날, 제임스 앙소르 컬렉션이 있는 1층 미술관에서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가득한 그림들 사이를 거니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그는 특히 벨기에 카니발 축제에 사용하는 가면들을 그려 인간 내면에 있는 이중적인 자아를 세상에 드러내 주었습니다. 답답한 현실의 굴레를 벗어나 진정한 자유를 찾으려는 듯 기이하고 도발적인 그림들로 화가의 자유로운 영혼을 펼친 그림들, 끝없는 비난 속에서 다락방 화가로 50년을 살았던 화가 제임스 앙소르의 인내가 마침내 결실을 맺은 곳입니다.

 

제임스 앙소르, ‘교수형에 처한 남자를 둘러싼 해골 싸움’, 1891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제임스 앙소르는 너무나 독창적이어서 그의 작품을 본 관람객들은 역겹다며 아우성쳤다. 마치 달을 보고 짖는 한 무리의 배고픈 개들처럼.”

 

1892년 열린 앙소르의 전시회에서 친구 외젠 드몰데는 그의 과거를 이렇게 회상했습니다. 그의 그림을 보고 있는 여러분도 이 말에 동의할 수 있습니다. 너무나 독창적이며 역겹다고 짜증을 유발하는 그림들, 제임스 앙소르는 평범하지 않은 삶의 길 위에서 불안을 예술로 승화한 화가입니다.

 

제임스 앙소르(1860~1949)는 벨기에의 오스텐드라는 해안 마을에서 태어납니다. 그 곳은 여름에는 벨기에 국왕과 영국인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였기에 그의 부모님은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였습니다. 그런데 집안 생계를 책임지고 억척같이 살았던 어머니와 달리 영국 상류층 출신의 아버지는 술을 마시고 빈둥거렸기에 집안은 끝없는 불화가 가득했고, 앙소르는 우울한 분위기 속에서 자랐습니다. 앙소르는 여름철에는 1층 기념품 가게에서 일손을 도우며 평생 오스텐드에서 살았습니다.

 

소년 시절에 그는 미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지 않았지만, 아버지는 가족 중 유일하게 그를 응원했고 곧 브뤼셀 왕립 아카데미에 등록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전 미술을 배우는 수업에 흥미를 느끼지는 못해 2년 만에 그만두게 됩니다. 그러나 그는 브뤼셀에서 시대의 변화를 느꼈고 ‘20인회라는 전위 예술가 그룹의 회원이 되어 예술가로서 활동을 시작합니다. 20인회는 고흐나 르동 같은 새로운 미술을 소개하는 진보적인 예술가 단체였습니다.

 

그러나 진보적인 20인회에서도 앙소르는 환영받지 못했는데, 당시로서는 낯선 표현주의에 가까운 그의 그림이 너무 기괴하고 난해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결국 진보적인 비평가들조차 그를 혹평했고 출품작은 거부당하곤 했습니다. 평단에서 그는 관람객들과 동료 화가들의 짜증을 유발하는 그림을 그리는 오만한 사람으로 여겨질 정도로 시선은 가혹했습니다.

 

제임스 앙소르, ‘음모’ 1890년,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앙소르 예술은 고향 오스텐드에서도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다락방에 처박혀 있는 아들에게 어머니는 가게에서 팔 수 있는 것을 그리라고 했고, 고향 사람들은 그를 미쳤다고 비난했죠.

 

사람들에게 받는 상처로 그의 그림은 점점 알 수 없는 상징적 이미지로 변해갔습니다. 그러다가 앙소르는 자기 내면을 표현하는 도구를 찾게 되는데 바로 가면해골입니다. 카니발에서 변장을 즐겼던 할머니와 같이 그도 자주 가면을 쓰고 축제를 즐겼습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기념품 가게에는 조개껍데기와 이국적인 가면들이 있었는데, 가면이 있는 기념품 가게가 그의 상상력 제작소가 된 셈이었습니다. 가면은 다락방 화실에서 은둔생활을 하는 세상의 아웃사이더가 야유로부터 자기 모습을 숨기기에 안성맞춤의 도구였습니다.

 

가면 속 세계는 고독하지만 앙소르 자신에게는 자유로운 세계였습니다. 화려한 장식 뒤에서 마음껏 표정을 지을 수 있는 곳. 화가로서 인정받지 못한 자기 내면의 불안을 기묘하게 그린 가면을 통해 위로받기 시작합니다. 그는 가면을 통해 불편한 관계에 있던 자신과 세상을 연결합니다. 그에게 가면은 하루에도 수없이 적의와 호의, 뜨겁고 차가운 마음을 오가며 진심을 속이기 위해 우리가 몇 번씩 바꿔 쓰는 도구였습니다.

 

안트베르펜 왕립 미술관의 앙소르 대표작인 음모는 가면을 쓴 인간들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부부를 둘러싼 사람들은 겉으로는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지만, 그들의 표정만으로는 진심을 알 수 없죠. 웃고 있는 부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과 부부의 관계는 여전히 냉소적이며 거리감 가득해 보입니다. 화면 오른쪽에 사람들 뒤에서 서성이는 죽음의 신이 지나갑니다. 현실에서는 무거운 이야기를 밝은 색채로 담아 가벼운 풍자로 웃어넘기자는 화가의 생각이 느껴집니다.

 

다락방에서 보낸 10여 년의 세월이 지난 후 시대의 기류가 바뀌었습니다. 189320인회 마지막 전시회에서 단연 화제의 인물은 앙소르였습니다.

 

벨기에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 내부.

 

그의 예술은 점점 활기차고 야성적이며 의연해지고 있다.”

 

가면을 통해 인간의 모순된 자아를 드러내 보인 그의 그림은 어느새 혹평은 호평으로 바뀌고 있었습니다. 1895년 브뤼셀에서 앙소르의 첫 개인전이 열렸고, 브뤼셀 왕립미술관은 그의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했고, 프랑스 전위잡지 라 플륌에 앙소르 특집기사가 실렸습니다. 어머니에게 의존하며 살던 다락방 화실의 주인에게 드디어 빛이 들어온 것입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오는 빛은 더욱 찬란했습니다. 1904년 마흔이 넘어서 미술 후원자들이 그의 그림을 대량으로 사들였고 열렬한 앙소르 팬들이 생겨나기 시작합니다.

 

교수형에 처한 남자를 둘러싼 해골 싸움은 한 남자를 사이에 두고 싸우는 두 여인과 집안 싸움을 구경하기 좋아하는 이웃을 보여줍니다. 이 작품처럼 사람이 사랑이 없는 말들을 내뱉을 때 우리의 모습이 얼마나 우습고 기괴해지는지를 앙소르는 거침없이 독설합니다.

 

미친 화가라 조롱받던 앙소르는 70세가 되어서야 대중의 찬사를 받았습니다. 아직 우리에겐 낯설지만 인간의 비뚤어진 내면을 들여다본 앙소르의 작품은 불쾌해보이다가도 해소되는 통쾌함을 줍니다. 쉽게 내뱉기 어렵지만 우리 내면에 있는 부정적인 찌꺼기들을 그의 그림을 통해 뱉어내듯 말입니다.

 

안트베르펜 왕립미술관은 2024년 앙소르 서거 75주년을 맞아 제임스 앙소르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추하다고 쳐다보지 않지만 어딘가 내면 한 구석에 남아있는 모순된 자아를 대면하고 싶다면 이 전시회도 눈여겨보시기 바랍니다. (중기이코노미 객원=이다 미술역사가, ‘인간을 탐구하는 미술관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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