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폐업률 10년내 최고…눈만 가리면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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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건설사 폐업률 10년내 최고…눈만 가리면 되나 폐업률 낮은 최근 3년 빼고, 15년간 평균과 비교한 이유 무엇인가

기사입력2023-11-30 00:00

올해 들어 건설사 폐업이 크게 늘어났다는 보도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건설사 폐업률은 장기 평균과 유사한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그런데 정작 최근 3년간은 제외하고 2005년부터 15년간의 장기평균을 들고 왔다. 실제 국토부 자료를 보면, 건설사 폐업률은 10년 이내에 최고치를 기록 중이란 사실이 드러나는데, 이에 대한 언급은 없다.

최근 한 매체는 올해 들어 11월26일까지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가 496건으로, 2006년 이후 17년 만에 최대치라고 보도했다.

이에 국토부는 보도설명자료를 통해, 실제 종합건설업의 폐업건수는 326건이라고 반박했다. 종합건설사의 폐업신고 건수에는 보유 업종 중 일부만 폐업신고를 하거나 업종전환 등록, 공고변경·정정·철회 등을 한 경우가 모두 포함돼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아울러, “폐업의 비교는 그간 건설업체 수 증가를 감안해 전체 업체 수 대비 폐업업체 수(폐업률)로 비교하는 것이 보다 적절하다”고 했다.

이어지는 설명이 놀랍다. 국토부는 “2023년 1~10월 폐업률은 1.7%이며,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2005~2019년)인 1.7%와 유사한 수준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자료를 보면, 코로나19가 최초로 유행한 2020년에는 종합건설업 폐업률이 1.3% 수준이었으나, 2021년(0.9%)과 2022년(1.0%)에는 오히려 낮아졌다. 이후 올해 들어 1.7%로 다시 치솟은 것이다.

최근 3년간의 데이터를 제외한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를 제외하더라도 최근 종합건설업 폐업률이 심상치 않다는 결론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2005년부터 2012년 사이에는 폐업률이 1.6~2.5%대를 오갔으나, 2013년 1.8%로 감소한 뒤 2014년에는 1.5%까지 낮아졌다. 이후 2019년 사이의 폐업률은 0.9~1.3% 수준을 오갔다. 따라서 올해 1.7%의 폐업률은 2013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한 것이다.

국토부는 폐업률이 최근 1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는 사실에 대해 아무 언급을 하지 않은 채 “최근 공사비 상승 등 건설사의 경영여건 등을 감안해, 관계기관과 함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주택공급 활성화 방안 등을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밝힐 뿐이다.

국토부의 안일한 인식과 달리 최근 건설업에서는 다양한 경고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최근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이 펴낸 ‘2022년 건설외감기업 경영실적 및 한계기업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건설업 외감기업 2232개사 중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업체는 2022년 기준 929개로 2018년(642개)보다 크게 늘었다.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보다 이자비용 많아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는 수익을 창출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특히, 최근 3년간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건설업의 한계기업은 2022년 기준으로 387개를 기록해, 2020년(305개)보다 26.9% 증가했다. 한국은행은 이자보상배율이 3년 연속 1 미만인 업체를 한계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보고서는 이같은 상황이 앞으로 더 악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건설경기의 하락이 본격화된 2023년 이후의 상황”이라며,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으며 건설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2023년 건설업의 부실은 더욱 악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통계로 확인되는 현실과 국토부의 인식 사이에 괴리가 이토록 큰데 “코로나 이전 장기평균”을 거론하며 눈만 가리면 될 일인지 모르겠다. 정부의 대처와 업계가 체감하는 경기 사이의 간극이 더 벌어진다면, 아무 대책없이 경기침체의 충격이 업계 전반으로 퍼질 수 있어 더욱 우려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