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삭감 철회 요구…과학고 학생도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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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ㅣ 사설 R&D 예산삭감 철회 요구…과학고 학생도 나서 정부는 ‘불통 행보’ 멈춰라…예산안 철회하고 사과부터

기사입력2023-12-12 00:00

과학고 등 영재학교 학생들까지 정부의 R&D 예산삭감 추진에 반대의사를 표명하기에 이르렀다. 과학계의 미래세대들마저 행동에 나서게 된 원인은 전적으로 R&D 예산삭감을 둘러싼 정부의 불통 행보에 있다. 정부는 즉시 R&D 예산삭감 추진을 전면 철회하고, 과학계와 미래세대에 혼란을 초래한 데 대해 사과해야 한다.

최근 ‘R&D 예산삭감 대응을 위한 영재학교생 공동행동’ 명의의 성명문이 SNS를 통해 공개됐다. 경기과학고등학교와 서울과학고등학교 학생 일동을 비롯해 광주과학고등학교 학생회, 대구과학고등학교 학생회, 대전과학고등학교 학생회, 세종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회, 인천과학예술영재학교 학생회, 한국과학영재학교 학생회가 함께 이름을 올렸다. 성명문은 12월 초 전국 영재학교 8개교에서 이뤄진 서명운동과 투표의 결과라는 설명도 뒤따랐다.

학생들은 성명서에서, 정부의 R&D 예산삭감 방침에 대해 “서울대학교, 카이스트, 포스텍을 비롯한 여러 대학교 학생회는 성명문을 발표하고 대학생 국회토론회를 가지는 등 예산 감액을 무효로 할 것을 정부에 요청”했음에도 “예산 확정일이 다가오는 12월 초에 다다를 때까지 정부는 예산 삭감안을 철회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대한민국 이공계의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힘을 보태고자 전국 8개 영재학교의 학생회가 모여 R&D 예산삭감을 저지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발족했다”고 밝혔다.

또, “현 정부가 추진 중인 이례적인 R&D 예산삭감은 영재학교생을 비롯해 이공계열 진로를 꿈꾸고 있는 학생들에게 진로에 대한 큰 의문과 근심을 가지게 했다”며, “정책이 진행됨에 따라 학생들의 이공계에 대한 기피가 지금보다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는 더욱 커진다”고 강조했다.

R&D 예산삭감의 여파로는 “정부의 출연금으로 운영되는 여러 연구기관에서 사업비 삭감에 따른 인력감축이 불가피하다고 전망되고, 4대 과학기술원에 대한 예산도 줄어들며 많은 연구자들에게 큰 피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초연구와 주요 국가연구기관에 대해 예산을 늘려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지는 못할지언정, 연구비를 삭감하는 것은 우리나라가 바라왔던 기술 강대국으로부터 오히려 멀어지는 길”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R&D 카르텔’을 혁파하고 개혁을 이뤘다 하더라도, 이미 사라진 연구인력 및 이공계 인재는 돌아오지 않는다”며, “연구인력이 없는 이상 국가 역량 발전은 이루어질 수 없고, 중장기적인 과학기술 쇠퇴가 불가피하다”고 우려했다.

학생들은 “이공계열 학생 및 연구자들과 논의하지 않고 의결된 2024년도 R&D 예산안을 철회”하고, “정부는 국가 미래를 주도할 이공계열 학생 및 연구자들과 충분히 소통한 후 정책을 준비”할 것을 촉구했다.

과학계로의 진로를 꿈꾸는 미래세대들마저 목소리를 낸 것을 보면서, 다시 한번 정부의 행보에 의문이 든다. R&D 예산삭감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지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추진한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다. IMF 외환위기의 고통을 겪던 당시에도 R&D 예산은 늘렸다.

정부의 불통 행보는 더욱 큰 문제다. 과학계의 현재 주역들은 물론 미래세대들마저도 이런 큰 충격을 그냥 감내할 수 없다고 나선 것인데, 정부가 이런 반응을 모두 ‘카르텔’이라고 딱지 붙이고 보는 것 아닌가 우려가 커진다. 과학계의 여러 단체들과 학회 등등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데도, 예산삭감 철회는커녕 재논의의 조짐조차도 보이지 않고 있다. 한국과학기술단체 총연합회의 이태식 회장이 지난 7일 추경호 부총리를 만나 R&D 예산의 추가 반영을 요청했지만, 정부의 반응은 별반 달라진게 없다.

앞서 소개한 학생들의 성명문은 “정부는 향후 대한민국이 이공계열 진로를 꿈꿀 수 있는 나라가 될 수 있도록 진력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과학계로의 진로를 포기하는 일이 발생할 지도 모른다는 학생들의 목소리에, 정부가 답해야 한다. 중기이코노미 이창호 기자